주간동아 303

2001.09.27

먹기만 하면 소화가 안 되네

‘胃’에는 이상 없는 ‘신경성 위장질환’ … 스트레스 없애고 규칙적인 운동 최선의 예방책

  • < 정순기/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5내과장 > jskes@unitel.co.kr

    입력2004-12-23 15: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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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기만 하면 소화가 안 되네
    조금만 신경써도 속이 답답하고 소화가 잘 안 되는 M씨(35세). 최근 회사 사정이 나빠져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증상이 점점 악화되어 소화제를 찾는 횟수가 많아지고 가끔 소화제 없이는 식사하기가 어려울 지경에 이르렀다. 명치 끝에 무언가 걸린 것 같은 느낌이 든 지는 이미 오래되었으며 항상 배에 가스가 차고, 몸이 무거울 뿐 아니라 두통까지 심해지는 등 그냥 참고 넘기기엔 한계점에 다다랐다.

    결국 M씨는 병원을 찾았지만 위장에는 이상이 없고 ‘신경성’이라는 진단만 받았다. 대개 특별한 원인 없이 소화불량 증세가 지속되는 것을 신경성 위장질환(기능성 소화장애)이라 한다. 이는 증상의 호전과 악화가 수시로 반복해 나타나고,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더욱 증상이 악화하는 특징이 있다. M씨처럼 먹기만 하면 소화가 잘 안 되고 명치 끝에 무언가 걸린 것 같은 불쾌감과 함께 속이 더부룩한 것은 신경성 위장질환의 보편적 증상으로, 때로는 공복시 명치 끝부분이 심하게 쓰리거나 바늘로 콕콕 찌르는 것처럼 아플 때도 있다.

    내성적 ‘소음인’에 특히 많아

    한의학에서는 ‘사즉기결’(思則氣結)이라 하여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사람은 체내 기의 운행이 정체해 위장의 운동기능 또한 둔화한다고 본다. 즉 소화불량증을 동반하는 것으로 이는 양방에서 이른바 ‘신경성 위염’이라고 진단하는 것과 같은 증상이다.

    마음의 감정변화 중 근심·분노·슬픔·비통함·두려움·놀람으로 인하여 신경성 위장질환이 잘 발생한다. 특히 근심·분노의 감정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간장(肝臟)의 기운을 쉽게 응어리지게 하며 울화(鬱火)를 발생시킨다. 스트레스 받을 때 쉽게 화가 나는 이유는 바로 이 ‘울화’ 때문이다. 이러한 울화는 여러 질환을 발생시키는 원인이지만, 위장계통에도 영향을 미쳐 위장기능을 저하시킨다. 이때 위장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도 기능상의 장애, 즉 소화불량을 유발하며 소화제를 먹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



    신경성 위장질환은 사상의학으로 보면 ‘소음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환이다. 대부분의 소음인은 선천적으로 위장이 차고 약하며 내성적 성격의 소유자로서 스트레스를 그 자리에서 풀지 못하고 마음에 담아두는 경향이 있어 다른 체질보다 신경성 위장질환에 걸리기 쉽다. 따라서 환자의 체질을 감안하여 증상을 일으킨 근본 원인을 없애면 신경성 위장질환도 크게 호전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소화기관과 관련한 경혈을 침으로 자극함으로써 막힌 기운이 원활히 소통될 수 있도록 돕거나 정신적 안정을 취하게 하는 경혈을 선택한 후 침을 놓음으로써 증상의 개선과 함께 근본적 원인도 해결하는 것이다. 또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울체’된 기를 풀어주는 ‘향부자’ ‘치자’와 허약한 위장의 기운을 튼튼히 북돋우는 ‘백출’ 등으로 처방한 한약재로 정신적인 면과 소화기능적인 면을 동시에 치료하기도 한다. 그밖에도 쑥뜸이나 향기요법, 약침요법 등의 치료법을 병행함으로써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

    신경성 위장질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평소 생활방식을 개선하는 것이 의학적 치료 못지않게 중요하다. 일단 병의 근본 원인인 스트레스를 없애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내어 이를 없애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 가지 문제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의도적으로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취미생활을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규칙적인 식습관(정시에 정량)과 배변 습관, 적절한 운동도 증상을 완화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특효가 있다는 건강식품이나 검증하지 않은 약을 복용하여 증상이 악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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