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쇳조각만 있으면 총 한자루 뚝딱!

파키스탄 바탄족 거주 ‘사가코트市’ … 무기·마약 밀매가 생업, 치안공백 무법천지

  • < 이효숙/ 유럽문화정보센터 전문연구원 > HYOSOOKLEE@chollian.net

쇳조각만 있으면 총 한자루 뚝딱!

쇳조각만 있으면 총 한자루 뚝딱!
위쪽으로는 아프가니스탄, 오른쪽으로는 인도, 왼쪽으로는 이란을 이웃으로 둔 파키스탄. 이곳 사람은 불안과 공포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기 바쁘다. 이웃 국가들의 정치적 명분을 내건 전쟁에 대해서는 관심도, 상관도 없는 보통의 파키스탄 주민에게도 일상은 평화로울 수 없다.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접한 파키스탄 북동 지방에는 아프가니스탄 동부 출신인 바탄족 약 1200만 명이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을 넘나들며 살고 있다. 페샤바·키베르 등의 도시를 포함하는 이 지역은 파키스탄 중앙정부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이른바 ‘부족 지역’이다.

사가코트는 페샤바에서 북쪽으로 100km 떨어진 부족 지역의 대표 도시다. 남자들밖에 다니지 않고 어쩌다 감히 밖에 나온 여자들도 온통 차도르를 둘둘 감고 있는 이 도시의 거리는 삭막하기 짝이 없다. 60만 인구 가운데 약 10만 명이 무기 제조와 판매를 생업으로 하고 있어 다른 산업이나 일거리는 전무한 상태이며 극소수가 농업에 종사할 뿐이다.

7.65구경 자동소총을 만들고 있던 물라라는 이름의 젊은이가 이곳을 방문한 서방인에게 자신을 데려가서 한몫 잡지 않겠느냐고 제의한다.

“이게 미국 돈 30달러 정도밖에 안 해. 이 지구상에서 이보다 더 싸게 파는 데 알고 있어?”



자신이 조립한 자동소총을 들어보이며 그가 내뱉는 말이다. 이방인에게는 이해가 가지 않는 모습이지만 그곳 사람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장면이다. 사가코트에서는 남자라면 누구나 권총을 소지하고 다닌다. 한 가족의 세력을 가늠하는 기준도 그 집이 칼빈 소총을 몇 대 갖고 있느냐에 따라 정해질 정도. 다른 나라에서는 수년 간의 징역형을 감수해야 할 일들이 생계유지 수단으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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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로에 줄지어 늘어선 총기상에서는 AK47을 상자째 팔고 있거나 복제한 중국 자동소총 복제품이 어지러이 진열되어 있다. 대부분은 현지에서 만든 것들이지만 수입한 무기도 간혹 발견할 수 있다. “이 물건들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한 소련군이 갖고 있던 것이다”고 한 무기상은 자랑스럽게 설명한다.

사제 무기 생산공장은 바로 이 상점들 뒤에 자리잡고 있다. 겨우 한 평 남짓한 수백 개의 작업장에서 수공업자들이 줄로 갈고, 홈을 파고, 톱으로 자르고, 망치로 두드리는 수작업으로 무기를 생산한다. 재료가 되는 쇠붙이들은 주로 카라치 근처에 폐기된 낡은 화물선에서 가져온 것으로 도매상인들이 이 화물선을 분해해 소매로 팔아 넘긴 것이다. 기계도 쓰지 않고 땅에 쭈그리고 앉아 쇳조각을 주물럭거려 총으로 만드는 이들의 솜씨는 놀라울 정도로 능숙하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쉬지 않고 일하는 이들이 밖으로 나오는 때는 방금 완성된 총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허공에 총을 쏠 때 뿐이다.

이렇게 만든 총은 대부분 파키스탄의 다른 지방뿐만 아니라 중동이나 중앙아시아로 불법 수출된다. 그러나 이 지역 내에서 소비하는 무기량도 상당하다. 치안이 극히 불안정한 이곳에서 총은 삶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통용하는 것은 파키스탄 국가법률이 아니라 바탄족의 부족법이다. ‘알라신을 모욕한 자, 자신의 아내를 존중하지 않은 자, 자신의 것을 훔친 자는 그 사람뿐 아니라 그 형제, 아내, 아이도 모두 죽인다’는 내용으로 요약되는 이 율법 때문에 거리에서는 늘 복수의 총격전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이곳의 치안은 파키스탄 정부 경찰이 아닌 부족에서 뽑은 자치경찰이 맡고 있다. 때로는 자치경찰끼리 다툼이 벌어져 서로 총질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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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묘한 치안체제 덕분에 이 지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무법지대가 되었고 주민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무력을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된다. 집들 역시 대부분 철갑문과 총알자국이 남아 있는 높은 흙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벽돌집보다 흙벽을 선호하는 이유도 계속해서 반복되는 총질 때문이다. 벽돌은 총에 맞으면 깨져 나가므로 건축 재료로 적합하지 못하다.

이들 바탄족은 세금은 물론 전기세도 내지 않는다. 불법으로 전기망에 연결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마음대로 사진을 찍을 수도 없다. 거리를 지나는 여인을 촬영했다가 “그녀를 존중하는 마음이 없다”고 분노하는 그 가족 남자들에게서 뭇매를 맞는 일도 다반사다.

애초에 이 부족국가 지역을 형성해 놓은 것은 식민지 지배 당시의 영국인. 호전적 부족 사람의 생활태도를 ‘길들이려 한’ 시도는 곧바로 부족민의 반란을 불러일으켜 영국 식민지 정부는 사상 유례없는 군사적 패배를 맛봐야 했다. 결국 대영제국이 선택한 방법은 그들이 부족장의 통치하에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고수하며 살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었다. 그들의 자치체제와 복수전을 묵인하는 대신 중동과 인도를 잇는 주요 교역로인 이곳을 지나는 영국의 호송차량을 약탈하지 않게 하는 회유책을 사용키로 했던 것. 이러한 방임정책을 1947년 독립한 파키스탄 정부도 그대로 계승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요즘도 TV, 비디오 테이프 녹화기, 자동차 모터, 위스키 상자 등 중동에서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는 물자들은 모두 이 지역을 거친다. 두바이에서 면세로 사 온 이 상품들은 이란, 아프가니스탄을 거쳐서 인도, 중국, 중앙아시아에 있는 구소련 국가들로 간다.

그러나 이 지역의 부는 이러한 교역을 통해 얻어진 것이 아니다. 집집마다 냄비 속에 숨겨놓은 많은 돈들은 대부분 밀매를 통해 벌어들인 자금이다. 직접 만든 무기뿐 아니라 마약 역시 중요한 거래 품목이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마약의 양은 악명 높은 ‘미얀마 황금삼각지대’의 생산량에 육박한다. 해시시 같은 ‘약한 마약’은 아예 내놓고 거래된다.

이러한 불법거래조직을 관장하는 보스들은 대부분 대형 기관총이나 로켓 발사기로 중무장한 보디가드들의 보호를 받으며 거대한 저택에 살고 있다. 어마어마한 재산을 소유한 이들은 신변의 안전을 우려해 거의 집안에서만 시간을 보낸다. 강수량이 극히 적어 나무 한그루 자라기 힘든 지역이지만 이들은 수km 떨어진 곳에서부터 끌어온 지하수로 오렌지나무와 장미꽃이 자라는 정원을 가꾸며 풍요를 누린다.

이들 중 일부는 파키스탄에서도 손꼽힐 정도의 재력을 소유하고 있다. 대표적 보스 하지 굴 셰르는 밀매로 번 돈을 부동산에 재투자해 페샤바시 중심가를 사들였다. 이 지역 마약밀매의 제왕으로 미국 정부의 추적도 받고 있는 하지 이율은 파키스탄 화폐 가치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을 만한 능력을 갖고 있다. 수년 전 하지 이율의 제거에 나선 바 있는 이슬라마바드의 파키스탄 중앙 정부는 그가 루피화 가치를 폭락하게 하자 검거를 포기하고 손을 뗐다.

지구상에는 수많은 국가가 존재한다. 그 중에는 정부의 통제와 이성적 규율이 미치지 못하는 ‘여백’들도 있게 마련이다.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접경지대, 바탄족 부족지역에서는 오늘도 수많은 무기와 마약을 밀매한다. 지하철과 119 구조대와 파출소가 너무도 당연한 문명의 삶과는 전혀 다른, 날것 그대로의 욕망과 위험이 번득이는 21세기 지구촌의 또 다른 모습이다.



주간동아 2001.09.27 303호 (p58~59)

< 이효숙/ 유럽문화정보센터 전문연구원 > HYOSOOKLEE@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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