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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국고 보조금 20억 원 수령 고심… ‘원칙론 대 현실론’ 내부서도 의견 조율 안 돼

  • <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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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돈’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액수는 20억 원. 이 돈은 노동부가 올해 민주노총의 사무실 및 교육장소 임차료 명목으로 배정한 국고 보조금. 민주노총은 보조금 수령문제를 놓고 올해 초부터 수차례 의견수렴에 나섰으나 내부 이견으로 아직 쟁점사안으로 남은 상태다.

최근에도 민주노총은 이 문제를 지난 8월30일 서울 용산구민회관에서 연 제21차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의결하려 했으나, 대회 시작 전 재적 대의원 833명 중 과반수가 넘는 452명(54%)에 이른 대의원 수가 막상 안건을 표결로 확정하기 위해 성원을 확인한 결과 393명(47%)밖에 남지 않아 성원 미달로 대회 자체가 유회(流會)한 바 있다.

당초 민주노총이 지난해 노동부에 신청한 국고 보조금(2001년도분)은 노동복지회관 건립비 160억여 원과 회관 완공 전까지의 임시사무실 임차료 20억 원을 합한 181억8000만 원. 노동부는 이 중 20억 원을 지원키로 결정했다.

사실 노동단체에 대한 노동부의 국고 보조금 지원은 법적 근거가 없다. 노사관계 안정과 노동단체의 낮은 재정자립도에 대한 지원이 그 명분일 뿐이다. 때문에 노동부는 오래 전부터 국고 보조금을 받아온 한국노총(올해 18억2800만 원 지원)과 같은 ‘대우’를 형평성 차원에서 민주노총에게도 인정했다. 이는 지난 99년 합법화 이후 높아진 민주노총의 위상과 무관하지 않다.

문제는 보조금이 민주노총에겐 ‘계륵’(鷄肋)이 되어 버린 점. 이는 민주노총 내부의 엇갈린 의견으로 인해 실제 보조금을 수령할 것인지 여부를 사전에 결정하지 못한 채 ‘가신청’(민주노총의 표현으로 ‘일단 신청부터 했다’는 의미)을 한 데 따른 것. 보조금 수령을 둘러싸고 향후 벌어질 논란이 신청 당시 ‘태생적 한계’로 내포된 셈이다.



현재 민주노총 내부에서 팽팽히 맞서는 입장은 2가지. 단병호 위원장 등 지도부의 ‘원칙론’이 그 하나다. 국고 보조금을 받을 경우 민주노총의 ‘자주성’을 크게 해친다는 것. 또 파업투쟁을 ‘정권퇴진운동’과 연계해 온 그간의 투쟁성향에도 위배한다는 것이다.

반면 일부 지역본부와 산별연맹 위원장들이 내세우는 ‘현실론’은 이와 현격히 상치한다. 이미 상당수 지역본부가 합법화 전후부터 관할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 마당에 용처를 사무실 임차료에 한정해 전용(轉用)의 우려조차 없고, 국민이 낸 세금으로 이뤄진 국고 보조금을 구태여 꺼릴 필요가 있느냐는 것. 민주노총 15개 지역본부가 지난해 사무실 임차료와 각종 행사비 명목으로 지자체에서 지원을 약속 받은 금액은 22억여 원. 상당액은 이미 수령되었다. 한 지역본부 관계자는 “지자체의 지원 역시 법적 근거는 없으며, 노사관계를 원만케 하기 위한 하나의 관행이다”고 털어놨다.

민주노총은 오는 10월16일 속개할 제21차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보조금 수령문제를 다시 안건으로 채택해 결론지을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지도부는 보조금을 지원 받을 경우 자주성 훼손을 막기 어렵다는 전제하에 문제의 20억 원을 포함한 모든 국고 보조금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지자체 보조금까지도 받지 않는 것을 원칙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조합원 의무금을 내년 1월부터 1인당 월 800원으로 올리고 2004년부터는 1000원씩 납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민주노총은 산하 단위노조 조합원 60여 만 명이 1인당 월 500원씩 내는 의무금(합계는 매월 2억~3억 원)으로 운영비 전액을 충당한다.

민주노총 손낙구 교육선전실장은 “20억 원은 민주노총이 가외(加外) 사업을 벌이지 않는 한 없어도 무방한 액수여서 아직 외부 ‘수혈’을 받을 정도는 아니다. 일각에서 보조금 수령문제로 민주노총에 내분이 생겼다고 오해하는데 이는 사실무근이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이 연말까지 보조금 수령문제를 매듭짓지 못하면 20억 원은 국고에 귀속한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자존심’을 얼마나 지킬지 관심거리다.



주간동아 2001.09.27 303호 (p51~51)

<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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