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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떴다방’ 가는 곳 ‘폭력배’도 떴다

錢主역할 하며 수익금 배분 … 프리미엄 조작도 예사 ‘한 달새 수억 원도 꿀꺽’

  • < 최영철 기자 > ftdog@donga.com

“떴다방’ 가는 곳 ‘폭력배’도 떴다

“떴다방’ 가는 곳 ‘폭력배’도 떴다
“피(프리미엄)가 2000만 원까지 붙었습니다. 당첨되면 그 자리에서 2000만 원을 드립니다.”

지난 9월6일 I아파트 청약신청이 있었던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 앞은 난장판을 방불케 했다. 여름 바캉스를 온 듯, 때 아닌 파라솔 100여 개가 설치되고 파라솔에서 나온 사람은 한 사람당 수천여 장의 명함을 뿌려대었다.

청약 결과 이 아파트의 평균 경쟁률은 10 대 1, 평당 분양가가 1500만 원이나 하는데도 55평형 이상 대에만 청약이 집중되었다. 그만큼 가수요가 많다는 반증이다. 인근 부동산 업자들은 청약 신청자 중 절반 이상은 아파트를 실제 구입할 실수요자가 아니라 프리미엄을 받고 되팔기 위해 청약한 가수요자, 즉 이동식 복덕방인 속칭 ‘떴다방’이라고 한다.

분양가가 인근 아파트 가격보다 평당 100~200만 원 비싸게 책정되었지만 떴다방들은 매일 200만 원씩 ‘피’를 올리고 있었다. 이들은 청약이 끝난 후에도 철수하지 않은 채 당첨권을 팔 사람과 이를 되살 사람을 물색하며 상담을 계속했다.

“10억 원 들여 청약통장 200개 확보”



“떴다방’ 가는 곳 ‘폭력배’도 떴다
당첨자 발표일(9월20일)을 일주일여 앞둔 9월12일, 이미 피는 3000만 원 이상 올라 있었다. 분양가가 7억5000만 원인 55평형의 가격이 7억8000만 원으로 훌쩍 뛴 것. 이곳의 떴다방들은 앞으로 피가 5000만 원까지는 올라갈 것이라 장담한다. 사실 피를 올리는 사람은 바로 그들 자신이다. 이 중 떴다방 김모씨(40)는 다른 사람 명의의 1순위 청약통장 10개를 개당 500만 원에 산 후 그 사람의 이름으로 청약한 상태. 이 중 적어도 2개는 당첨될 것이라고 그는 확신한다. 그렇게 되면 떴다방 김씨는 당장 1억 원의 돈을 앉아서 벌어들이게 된다. 여기에 당첨 포기자 10여 명에게 2000~3000만 원을 얹어 주고 당첨권을 사, 5000만 원의 피를 받고 팔면 그에게는 2억~3억 원의 차익이 떨어지는 셈이다. 결국 I아파트 청약에서 김씨는 한 달 새 3억~4억 원을 버는 것이다.

하지만 김씨의 생각대로 떴다방이 혼자 이 많은 돈을 모두 챙길 수 있을까. 사실 떴다방은 말 그대로 각 모델하우스를 떠돌며 분양권을 중개하는 이동형 복덕방일 뿐이다. 이 돈의 6할이나 7할은 전주(錢主) 노릇을 하는 사채꾼이나 폭력배 손에 들어간다는 게 떴다방 업주들의 한결같은 증언이다. 떴다방 업주 김씨는 “200개의 통장을 확보하는 데 10억 원이 들었고 앞으로 당첨권을 사 분양권 전매할 때 쓰일 분양계약금을 마련하는 데 10억 원 정도가 더 필요하다. 전주는 지역 유지도 있지만 폭력배 자금이 대부분으로, 보통 전주는 모두 폭력배를 끼고 있으며 이들은 당첨이 되거나 당첨권을 사 되팔아 남긴 차익을 분배하는 과정에 개입한다”고 털어놓았다.

21세기 부동산 컨설팅의 권좌상 실장은 “정부의 저금리정책으로 부동산시장에 돈이 몰렸지만 혜택을 보는 것은 실수요자나 하루가 다르게 폭증하는 ‘보따리 장사’(떴다방)가 아니라 일부 사채업자와 폭력조직이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후반 이동식 부동산 중개가 돈이 된다고 소문이 나자 사채꾼과 조직 폭력배들이 떴다방의 이권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올 들어서는 폭력배들이 사채 시장을 끼고 떴다방의 자금줄을 모두 장악해 버렸다는 것. 심지어 기업처럼 ‘분양 대행사’라는 간판을 내걸고 수십 개의 떴다방을 소속 조직원으로 확보해 횡포를 부리는 폭력배들도 있다는 사실은 관련 업계에서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언뜻 보면 떴다방과 폭력배는 악어와 악어새의 공생관계처럼 보이지만, ‘공생의 룰’이 깨질 경우 폭력배의 가혹한 ‘응징’이 따른다.

떴다방과 폭력배간 유착관계를 좀더 자세히 알기 위해서는 우선 떴다방의 ‘작업’ 패턴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떴다방들은 우선 목표지역을 정하면 모델하우스 오픈 당일에 그 앞에 자리를 마련한 후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1순위 청약통장을 200~500만 원에 산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통장주인에게 위임장을 받는 것은 기본. 자금 여력이 되는 만큼 통장을 사들인 후에는 통장 소유자 명의로 청약하고 ‘피’를 올리기 위한 본격적인 바람몰이에 나선다. “수천만 원이 오른다” “지금이 최고가다” 등등 입소문을 내 프리미엄 조작에 나서거나, 이렇게 해도 열기가 오르지 않으면 떴다방끼리 위장거래도 한다.

“떴다방’ 가는 곳 ‘폭력배’도 떴다
폭력배가 개입하는 것은 통장 매입 단계에서 떴다방이 자금이 부족할 때나 당첨된 분양권을 매입할 때 돈이 아쉬운 경우다. 보통 사채꾼을 찾지만 폭력배가 중간에 끼면 일이 무척 쉬워진다. 그래서 떴다방 중에는 폭력배만 알지 진짜 전주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이 허다하다.

떴다방은 사들인 청약통장이 당첨되면 이를 1000만 원에서 최고 1억 원 이상(지난해 경기도 토평지구)의 피를 받고 판 뒤, 전주나 폭력배와 차익을 나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분배 비율은 7 대 3이나 6 대 4로 떴다방이 가져가는 돈은 그렇게 많지 않다. 당첨권(분양권)을 산 후 되팔아 차익을 남긴 경우도 분배비율은 비슷하다. 이 과정에서 분배에 불평하며 떴다방이 문제를 일으키면 폭력배들이 ‘알아서’ 해결한다는 게 떴다방들의 증언.

분양권을 사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과정에서도 폭력배들은 한몫을 단단히 한다. 피를 많이 준 것에 항의하는 실수요자들을 위협하거나 좀더 헐한 가격에 분양권을 사기 위해 경쟁 떴다방을 협박하는 ‘임무’를 폭력배들이 담당하기 때문이다. 저항이 심할 경우 조직을 동원하기도 한다.

“떴다방 전주로 이름을 날린 모 종합건설 부사장의 살해사건(2000년 4월)도 부동산업계에서는 폭력배 협박에 못 이겨 피를 모두 빼앗긴 떴다방의 소행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눈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소소하게 다툼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부동산 업자 이모씨).

떴다방은 폭력배들에게서 자금을 지원 받는 관계로 항상 불안감에 시달린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 인근에서 떴다방을 하는 업자 손모씨는 “바람몰이를 해도, 피를 받고 되파는 데 실패하면 통장 산 돈조차 건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청약통장은 1층이 되든 꼭대기가 되든 당첨이 되면 그 다음부터는 무조건 청약자격이 소멸하기 때문에 이런 경우 모든 책임은 떴다방이 져야 한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즉, 손해본 금액은 모두 떴다방의 채무가 된다는 이야기다.

“아예 분양 대행사로 등록한 후 떴다방을 조직적으로 운영하는 폭력배도 있습니다.” 지난 3월 분양한 주상복합아파트 분당 파크뷰에 떴다방으로 나선 정모씨는 자신의 경험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당시 그는 선착순 분양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업자와 함께 3박4일 동안 줄을 섰으나 갑자기 나타난 30~40명의 떴다방 업자와 폭력배들에게 자리를 빼앗겼다. 반항하는 업자들에게는 바로 “죽여버린다”는 협박이 가해진 것. 이들은 자신들이 K분양 대행사 소속으로 파크뷰의 분양 대행을 맡았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거짓이었다.

결국 분당 파크뷰는 그들에 의해 5000만 원 이상의 ‘피’가 붙어 재탕, 삼탕으로 팔렸고, 한 달 새 분양권 전매율이 90%에 달했다. 정씨는 지난 5월 분양한 강남의 모 오피스텔의 경우 120가구 중 90가구가 이런 조직형 떴다방에 의해 분양 후 2주 동안 전매되었다고 밝혔다.

이런 떴다방과 폭력배간 유착관계는 최근 폭력배끼리의 세 대력 양상으로까지 번졌다. 수도권의 마지막 노른자위로 알려진 경기도 용인 죽전지구 아파트 2800세대의 모델하우스 오픈일인 지난 9월14일 오전, 모델 하우스 부근에선 갑자기 큰 소리가 오갔다. 떴다방들이 모델하우스와 좀더 가까운 곳에 목을 확보하려 다투다 폭력 조직간에 신경전이 벌어진 것. 그러다 보니 분위기를 모르는 일부 떴다방만 들어선 채 모델하우스 앞은 의외로 조용한 분위기였다.

용인지역 ‘큰손’으로 알려진 떴다방 최모씨는 “오늘 밤 서로 협의하기로 하고, 일단 ‘방’설치를 미뤘을 뿐이다. 내일이 되면 모델하우스 앞에 일련 번호를 매긴 떴다방이 자리잡고 본격적 활동에 들어갈 것이다”고 장담한다. 그는 “떴다방 세계 나름대로의 룰을 일부 떴다방이 어겼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돈이 된다니까 온 동네 떡방(복덕방)업자가 다 모여 물을 흐린다”고 혀를 찼다. 이런 갈등이 벌어지는데도 이날 하루 용인 죽전지구 당첨권(분양권)은 평형별로 1000만~3000만 원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떴다방’ 가는 곳 ‘폭력배’도 떴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폭력배끼리의 다툼이 아니라 떴다방과 폭력배가 조작한 프리미엄을 주고 아파트를 샀다 가격 거품이 사라지면서 낭패를 보는 실수요자들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가수요가 만든 주택가격 상승의 고공행진은 이미 최고점에 이르렀다. 지금 프리미엄을 주고 아파트나 주상복합건물을 구입하는 사람은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피해를 볼 것이다”고 경고한다. 태인부동산 컨설팅 한 관계자는 “지금 떴다방에 아파트를 사는 사람은 막차를 탔을 뿐 아니라 그것도 고장난 차를 탄 것이다”고 표현할 정도.

실제 주택은행의 조사 결과 지난 8월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은 지난 88년 이 은행이 가격동향 조사를 시작한 후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라도 너무 올랐다는 이야기다. 더욱 큰일은 부동산 중개업법상 다른 사람의 주택청약통장을 매입해 분양권을 넘겨 받은 사람의 경우 그 사실이 발각되면 분양 자체를 무효처리토록 하기 때문에 떴다방에 속았다 하더라도 항변할 방법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들 떴다방을 단속할 방법은 전혀 없는 것일까. 국세청 재산세계의 한 관계자는 “엄연히 분양권 전매를 인정한 상황에서 ‘떴다방’을 단속할 방법은 없다. 분양권 전매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 세금으로 환수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부동산중개업법은 주택청약통장의 매매를 중개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또 이런 떴다방 중에는 공인 부동산 중개사조차 드문 형편이다. 하지만 단속 주체인 각 지방자치단체 중 떴다방에 대한 단속실적은 전무한 상태. 단속의 사각지대에서 가뜩이나 취약한 국내 부동산 시장에 ‘거품’을 집어넣는 떴다방과 폭력배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주간동아 2001.09.27 303호 (p44~46)

< 최영철 기자 >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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