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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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 받은 미국!! 테러가 인류를 노린다

뉴욕·워싱턴 ‘화요일 대참사’는 새로운 전쟁의 서막 … 미국이 키운 ‘비극적 스펙터클’ 어디까지

  • < 김 당 기자 > dangk@donga.com

    입력2004-12-22 15: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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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격 받은 미국!! 테러가 인류를 노린다
    America Under Attack’(공격 받는 미국). 세계 자본주의와 군사 패권주의의 상징물인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와 워싱턴 D.C.의 펜타곤(국방부) 건물이 테러에 의한 ‘여객기 공격’으로 무너지자 CNN과 유에스에이 투데이, 뉴스위크 등 미국의 대표적 언론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제목을 달아 ‘화요일의 대참사’를 보도했다.

    ‘공격 받는 미국’이라는 표현에는 도무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데 대한 경악의 뉘앙스가 담겨 있다. 중동과 아프리카, 그리고 남미에서라면 혹시 그럴 수 있을지 모르지만 미국 본토에서 한 번도 벌어진 적이 없는 동시다발적 테러에 대한 경악인 것이다. 방송과 신문에 비친 미국인의 대표적 반응 또한 “어떻게 이런 일이 미국 땅에서 일어날 수 있느냐”는 것으로 집약되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날의 참상은 미국인이 평상시 CNN을 통해 익숙하게 접한‘나라 밖 소식’이 아니라 ‘본토 소식’이었다. 로댕의 ‘칼레의 시민’을 떠올리게 하는, 신문 1면을 장식한 군상(群像)은 전쟁의 포화나 화산재를 뒤집어쓴 제3세계 주민이 아니라 도심 고층건물 폭발의 먼지를 뒤집어쓴 뉴요커들이었다.

    그것은 미국이 자랑하는 서구의 첨단 과학기술 문명에 대한 비웃음과 조롱으로도 비칠 만했다. 현재까지 파악한 바로 테러범들은 흔한 권총도 아닌 칼 몇 자루로 항공기를 공중 납치해 미국 정부가 그토록 위협을 강조해 온‘미사일’이 아닌‘단순한 여객기 공격’만으로 세계 유일 초강대국의 자랑거리인 최첨단 장비와 방공망을 뚫고 들어가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물인 미끈한 쌍둥이건물과 세계 헌병을 자처하는 미국 무력의 상징물인 근육질의 5각형 펜타곤 건물을 들이받았다. 이로써 미국인은 제2차 세계대전 때도 적국의 공격을 받지 않은 본토가 이제는 테러에서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믿기 어려운 현실에 직면했다.

    그러나 믿기 어려운 현실은 이미 30년 전에도 있었다. 어쩌면 망각의 동물인 인간들이 그 악몽을 잊었을 뿐이다. 네 대의 항공기를 동시다발로 납치한 것은 하이재킹의 역사상 처음이라고 여러 언론매체가 호들갑을 떨었지만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FLP)은 이미 1970년 9월6일 하루 동안 비행기 3대를 동시다발로 납치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세 대로도 모자라 납치 사흘 뒤에 이들은 네 번째 여객기를 납치했다.

    국제사회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스카이잭 선데이’(공중납치의 일요일)에 TWA 보잉 707기와 스위스 항공 DC-8기는 요르단 사막에, 팬암 747 여객기는 이집트에 각각 강제 착륙당했다. 납치범들의 요구조건은 이스라엘과 스위스 서독 영국에 수감된 팔레스타인 동지들의 석방이었다. 그러나 인질로 잡은 승객 중 영국인이 없자 PFLP는 9월9일 네 번째로 승객 116명이 탄 영국 여객기 VC-10을 공중 납치했다. 그리고 이들은 전 세계 언론이 지켜보는 가운데 납치한 항공기를 폭파했다. 비극적 스펙터클은 곧이어 일본 적군파(赤軍派)의 이스라엘 텔아비브 공항 테러(72년 5월)와 ‘검은 9월단’의 뮌헨올림픽 이스라엘 선수단 학살(72년 9월)로 이어졌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핵심목표가 영국에서 미국으로 바뀌었을 뿐 국제테러 양상은 대담성과 잔혹성, 그리고 동시다발성에서 점점 더 진보했다. 지난 1988년부터 해마다 전 세계 국제테러 발생 추세와 각국의 대 테러 지원활동 및 테러 지원국의 테러 개입사례 등을 수집해 의회에 보고해 온 미 국무부가 지난 4월30일 의회에 제출한 ‘2000년도 국제테러 양상’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일어난 테러사건(423건)의 절반 가량이 미국을 겨냥한 것이다(200건).

    공격 받은 미국!! 테러가 인류를 노린다
    사상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사건 또한 대부분 직접적으로 미국인을 겨냥한 것들이다. 지난 88년 12월 스코틀랜드 라커비 상공에서 공중 폭발한 팬암 103기 테러(270명 사망), 95년 4월 오클라호마 연방정부 건물 폭탄테러(168명 사망), 98년 8월 케냐 나이로비와 탄자니아 다르 에스 살람의 미 대사관 폭탄테러(224명 사망) 등이 그것이다. 팬암기 폭발사건은 다수의 민간인을 목표로 한 이른바 ‘뉴테러리즘의 서곡’이었다. 이 테러는 테러조직이 처음으로 자신들의 범행을 공개하지 않은 사건이다. 범행사실을 공개하지 않으니 요구조건이나 조직에 대한 단서도 있을 리 없다.

    공격 받은 미국!! 테러가 인류를 노린다
    미 국무부 테러 보고서는 1990년대 들어 가장 두드러진 대량 인명살상 테러사건은 대부분 사우디아라비아 사업가 출신의 이슬람 근본주의자인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아프간 동문회’(Afghan Alumni)가 한 것으로 보고 있다. △93년 세계무역센터 폭발사건 △95년 사우디아라비아 국립 경호원훈련학교 폭발사건 △98년 동아프리카 미 대사관 폭발사건 △2000년 미 구축함 콜호 테러사건 등의 배후인물로 지목되어 온 라덴은 이번‘화요일의 대참사’와 관련해서도 유력한 배후조종 인물로 찍힌 인물이다. 미 국무부 테러 보고서는 ‘아프간 동문회’와 연결한 무장조직이 필리핀, 중앙아시아, 발칸, 소말리아, 중국 서부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곳곳(34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미국을 상대로 끝없는 테러를 자행하는 것일까.

    먼저 이번 참사의 원인(遠因)과 근인(近因)은 서구 문명의 보편주의 뒤에 숨은 미국의 질서와 문명을 세계화로 강요하는 데서 일어난 충돌과 미국의 오랜 친이스라엘 일변도의 대외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이번 참사가 터지자 일부에서 새뮤얼 헌팅턴의‘문명의 충돌’을 거론한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그러나 기독교권과 호전적 이슬람권의 문명충돌로 보는 것은 서구 중심적 시각이라는 비판이 크다. 양자는 충돌할 만큼 대등한 관계가 아니며 오히려 억압과 예속 관계기에 테러라는 극단적 의사표현이 나오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화요일의 대참사’ 직후 어른 아이 할것없이 팔레스타인인이 춤추고 환호하는 장면은 미국이 이 지역에 적용해 온 이중잣대에 대한 뿌리깊은 반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또 다른 ‘정신적 대참사’에 다름아니다.

    두 번째로는 미국 정부가 암살이라는‘더러운 전쟁’까지 계획할 만큼 복수의 대상인 오사마 빈 라덴이라는 장본인이 미국이 키운 ‘호랑이 새끼’라는 사실이다. 초강대국 미국이 정부 아닌 개인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미국 정부가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깨부수려는 ‘아프간 동문회’라는 라덴의 네트워크 기초는 미 CIA(중앙정보국)가 지원한 아프간 내전 기간에 닦인 것이다. 지난 79년 12월 소련이 이슬람 형제국 아프간을 침공했을 때 사우디 대부호의 안락한 삶을 포기하고 험준한 산악지대의 캠프에 들어온 라덴은 지하드(성전) 참전을 위해 전 세계의 이슬람권에서 자원한 무자헤딘(전사)을 조직하는 핵심 인물이었다.

    1970년대 말 미국은 중동국가들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에 도달했다. 그 결과 미국은 내전에 빠진 아프간 사태에서 이슬람세계 국가의 무슬림의 지지와 성원을 받는다고 판단한 아프간 무슬림 세력에 지원을 확대했다. 미국은 중동에서 소련의 세력 팽창을 막기 위해 전략적으로 이슬람적 요소를 이용했다.

    이미 1950년대부터 이란의 팔레비 왕조 복권을 위한 비밀공작을 수행한 CIA는 이란 회교혁명이 터진 뒤 이라크가 이란을 침범해 전쟁(1980∼88년)이 나자 이란의 세력 증가를 우려해 이라크에 비밀원조를 제공하는 공작을 수행한 바 있다. 미국의 원조를 받고 비대해진 ‘호랑이 새끼’는 훗날(90년) 쿠웨이트를 침범했다. 사담 후세인이라는 호랑이 새끼를 CIA가 키운 것이었다. 이런 아이러니는 아프간 내전과 라덴도 마찬가지였다. 라덴이 이슬람 전사의 전설적 영웅이 된 데는 자신의 뛰어난 능력말고도 아프간의 공산화를 막기 위해 미 CIA가 이집트와 사우디 정보기관과 함께 수행한 비밀공작의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당시 소련군 전차와 전투기를 잡기 위해 CIA가 아프간 반군에게 지원한 스팅어 미사일은 지금 미군의 아프간 침공을 가장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어 버렸다.

    아프간 내전에 참전한 이슬람 전사들은 1930년대 파시즘에 맞서 스페인 내전에 자원한 헤밍웨이 같은 공화파 자유주의자들의 민병대에 비유된다.‘파시즘을 막자’는 구호에 스페인 내전 3년 동안 서방 세계 각지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몰려들었다면, 아프간 내전은 이슬람 세계 각지에서 참전한 무슬림 전사들을 소련과의 10년 전쟁에서 강철대오로 단련시킨 거대한 풀무였다. 10년 동안 산악지대에서 게릴라전을 펼친,‘아프간 지하드’로 단련한 ‘강철 같은 대오’를 갖춘 수천 명의 이슬람 전사들은 92년 카불의 친소정권이 무너지자 대부분 조국으로 돌아갔다. 이들이 바로 미 국무부가 가장 경계하는 이슬람 원리주의 이념을 품고 있는‘아프간 동문회’다.

    아프간 경험에서 출현한 라덴은 사우디의 친서방 통치자들을 무너뜨리고 이슬람 원리가 지배하는 정부로 대체할 것을 결정했다. 그리고 그러한 통치자들이 사담 후세인을 무찔러 달라며 걸프전에서 성지(聖地)인 사우디에 미군을 초대하자 라덴은‘아프간 동문회’와 이슬람 형제들에게 미국에 대항하는‘글로벌 지하드’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미국은 이슬람 국가 건설의 적인 이스라엘과 친서방 아랍 정권의 후원자였기 때문이다.

    이슬람 세계에서 라덴을 지원하는 자양분이 없었다면 그를 진작 체포해 사법처리하거나 제거했을 것이다. 그러나 초강대국 미국에 비하면 한줌도 안 되는 그의‘작은 동문회’가 세계에서 가장 큰 군사대국의 ‘전쟁 상대’가 될 만큼 막강한 힘을 갖는 데는 아랍세계에서 점증하는 반미감정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그런 점에서 미국 자본주의와 군사 패권주의 상징물인 쌍둥이건물과 펜타곤의 붕괴라는 ‘비극적 스펙터클’의 싹을 키운 것은 불행하게도 미국 자신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지금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또 다른 ‘국가 테러’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라덴을 비롯한 ‘아프간 동문회원’과 테러 지원국에 어떠한 보복공격을 한다 하더라도 현재의 정치적 상황에서는 그들의 테러 행위 동기와 기꺼이 제2, 제3의 라빈이 되기 위해 줄을 선 순교자들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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