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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이제 ‘소녀’에서 ‘아줌마’로…

  • < 김현미 기자 > khmzip@donga.com

이제 ‘소녀’에서 ‘아줌마’로…

이제 ‘소녀’에서 ‘아줌마’로…
내가 졌습니다! 항복합니다! 항복… 합니다, 주님.” 사람들은 이렇게 외친 주인공이 바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의 작가 공지영씨(39)라는 사실에 눈이 커진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의 전투적인 페미니스트이던 그가 왜 갑자기 신 앞에 ‘항복’을 선언하고 엎어져 버린 것일까. 그가 창작생활 13년 만에 처음 펴낸 기행 에세이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김영사 펴냄)에 답이 있다. 이 책은 출간한 지 한 달도 안 되어 6만 부를 돌파할 만큼 반응이 뜨겁다.

“독자들의 반응이 ‘무소의 뿔처럼… ’만큼이나 빠르고 강해 저도 놀랐습니다. 종교에 관계 없이 책을 읽고 우셨다는 분들이 많아요. 어떤 대목에서 눈물이 났을까 생각해 보았는데 잘 모르겠어요. 소설을 쓸 때는 나름대로 독자가 이 대목에 울고 웃을 거라는 계산을 하는데 이 글을 쓸 때는 제 감정에 충실했어요.”

‘수도원 기행’은 여정을 따라 그림 같은 풍경을 소개하는 기행문이 아니다. 공지영씨의 표현대로 ‘마흔이 다 된 늙은 소녀’가 먼 길을 돌아 비로소 자신의 자리를 발견한 후 신 앞에 엎드려 고백하는 참회록이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산 20대 시절은 그만큼 깊은 좌절을 안겨주었다. 작가로서 명예를 얻었지만 자신을 향한 주위의 눈길이 견딜 수 없었다. 99년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이후 그는 3년 간 은둔생활을 했다. 여덟 살, 네 살의 두 아이와 씨름하며 평범한 주부로 사는 동안 ‘내가 글을 안 쓰고 온전하게 내 정신으로 살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고 한다. 조금씩 삶에 지치던 지난 해 가을, 출판사에서 유럽의 수도원 기행을 제안 받고 신기한 우연에 놀랐다. 원래 가톨릭 신자인 그가 18년 동안 교회에 냉담했다가 다시 신을 찾은 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인 것이었다. 여행 후 자신을 비워낸 자리는 창작의욕으로 채워졌다. 올 겨울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작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일종의 추리소설로 날마다 ‘어떻게 죽일까’만 궁리한단다.



주간동아 2001.09.06 300호 (p108~108)

< 김현미 기자 >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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