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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중국의 힘

‘IT 차이나’의 요람, 거리엔 사람이 없다

푸둥구 창장강 하이테크 단지 … 거대 인력 연구실·작업라인에만 파묻혀

  • < 성기영 기자 / 상하이 > sky3203@donga.com

‘IT 차이나’의 요람, 거리엔 사람이 없다

‘IT 차이나’의 요람, 거리엔 사람이 없다
지난 1월 전격적으로 상하이를 방문한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푸둥(浦東)을 배우자’며 찾아간 곳이 바로 창장강(長江) 하이테크 단지였다. 김정일 위원장은 쭉 뻗은 푸둥의 10차선 도로를 내달려 푸둥의 동남쪽 창장강 하이테크 단지로 향하는 차 안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상하이시는 창장강 하이테크 단지를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IT산업기지로 만들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생명공학과 의약품 생산기지 역시 머지 않아 창장강 하이테크 단지가 될 것입니다.”

푸둥구 인민정부 외사판공실 마쉬에제(馬學杰) 처장은 창장강 하이테크 단지가 푸둥 개발의 핵심임을 강조했다. 창장강 하이테크 단지는 지난 91년, 중국 정부가 푸둥 개발을 시작할 때 루자쭈이(陸家嘴) 금융무역구, 와이가오차오(外高橋) 보세구, 진차오(金橋) 수출가공구와 함께 푸둥의 4대 중점 개발구로 만들어진 중국의 대표적인 IT단지다. 지난해에만 645개의 기업이 새로 입주했고, 이 중 191개가 외국기업이다.

1993~99년에 이곳 창장강 하이테크 단지에 대한 투자액은 1억~2억 달러 수준에 지나지 않았으나 지난해 투자액이 급증하기 시작해 무려 34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투자액 34억 달러 중 32억 달러를 외국인이 투자했다. 푸둥 정부가 창장강 하이테크 단지에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이려고 얼마나 노력하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단지 중심부에 위치한 푸둥생산력촉진센터(浦東生産力促進中心)는 창장강 하이테크 단지에 들어서는 국내외 업체들을 위해 각종 기초자료와 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급 인력을 소개하거나 창업자금을 융자해 주는 역할까지 떠맡고 있는 투자유치의 산실이다. 생산력센터의 왕웨이강씨(王維剛)는 “창장강 하이테크 단지에 들어서는 업체들에는 국무원과 상하이시 정부의 방침에 따라 5년까지의 소득세 면제 혜택이 주어진다”고 설명했다.



5년 간 소득세 면제… 지난해 645개 기업체 입주

‘IT 차이나’의 요람, 거리엔 사람이 없다
인큐베이션센터격인 국가횃불인터넷창업센터(國家火火巨互聯網創業中心) 엽예위(葉衛列) 부주임은 기자와 마주앉자마자 취재에 응하기는커녕 한국의 소프트웨어 업체와 인큐베이션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보채기 시작했다. 기자가 내기로 한 점심값을 재빨리 먼저 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중국의 4대 명문이자 상하이 최대 명문대학인 푸단(復旦)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지금도 모교에서 경제학을 강의하는 엽부주임은 베이징에서 만난 다른 교수나 학자들과는 어디가 달라도 달랐다. 남방 차림의 편한 복장에 말투며 태도 하나하나가 ‘중국적’ 격식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다. 오로지 그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국내업체든 외국업체든 가리지 않고 수익을 낼 만한 업체를 끌어들여 13억 중국 시장의 소프트웨어 분야를 석권하는 것뿐이었다.

“어차피 한국과 일본은 제한된 시장만 갖고 있기 때문에 모든 기업이 13억 인구를 가진 중국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앞으로 비즈니스를 결정짓는 것은 자본도 기술도 아닌, 시장이 될 것이다.”

이런 욕심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가 운영하는 인큐베이션센터에는 사무실마다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우며 컴퓨터 앞에 붙어 앉아 있는 젊은 영재들로 넘쳤다. 인큐베이션센터뿐이 아니었다. 면적이 25km2나 되는 창장강 하이테크 단지에는 연구실이나 작업라인에 파묻혀 일하는 사람뿐, 길거리를 나다니는 사람이라고는 눈씻고 찾아보려야 찾을 수 없는 형편이다. 번잡할 정도로 활력이 넘치는 베이징의 중관춘(中關村)과는 첫인상에서부터 차이가 났다.

상하이인터넷창업투자유한공사(上海互聯網創業投資有限公司) 시첸닝(施晨寧) 기획연구부 경리는 대학에서 국제무역을 전공하고 싱가포르로 건너가 싱가포르국립대에서 MBA를 마친 유학파. 시첸닝은 베이징의 중관춘과 창장강 하이테크 단지를 비교하더라도 상하이의 기술력이 훨씬 우월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중관춘이 주로 개발된 기술을 토대로 이를 상업화하는 비즈니스의 중심이라고 한다면, 창장강 하이테크 단지는 연구·개발의 중심지. 당연히 베이징의 중관춘보다 상하이의 창장강 하이테크 단지가 훨씬 역동적이고 혁신적 기술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이 시첸닝의 설명이다.

중국 경제 개방의 상징으로 처음 경제특구를 설치한 광둥성(廣東省)의 선전(深土川) 특구의 IT단지가 하드웨어와 주변기기 중심으로 구성되었다면 상하이 창장강 하이테크 단지와 베이징 중관춘은 주로 소프트웨어 분야의 진출이 활발하다. 특히 창장강 하이테크 단지에는 IT 업체들뿐만 아니라 생물분야를 연구 개발하는 바이오 분야의 연구소와 기업들이 즐비하다. 게다가 미국의 모토롤라, 스위스의 로쉬, 독일의 베링거인겔하임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통신회사와 제약회사들이 모두 입주해 있다. 베이징의 IT단지로 유명한 중관춘이 주로 중소 IT기업들이 경쟁하는 곳이라면 상하이의 창장강 하이테크 단지는 젊은 엔지니어들이 원천 기술 개발에 몰두하는 곳이다. 따라서 중국 경제의 미래는 오히려 창장강 하이테크 단지에서 밤을 지새우는 젊은 기술자들에게 달려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주간동아 2001.09.06 300호 (p30~31)

< 성기영 기자 / 상하이 >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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