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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신당’ 그 이상과 현실 사이

여야 개혁파 창당 가능성 시사… ‘JP대망론’ 이후 탄력 붙었지만 성사 불투명

  •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개혁신당’ 그 이상과 현실 사이

여야 개혁성향 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는 ‘화해와 전진 포럼’(이하 ‘포럼’)의 8월20일 행사장에서 발표자들은 어느 때보다 복잡한 ‘수사’(修辭)를 동원했다. 그러나 그런 발언들을 꾹 눌러 짜보면 결국 남는 내용은 한 가지였다. ‘신당 창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치권 인사들은 이부영 한나라당 부총재 등 ‘포럼’ 소속 의원들의 행보에서 하나의 ‘경향성’을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 5월 창립한 이래 한 달에 한 번꼴로 포럼을 열 때마다 ‘신당 창당 가능성’ 수위가 조금씩 높아졌다는 것. 애초 이 단체는 총재 1인 중심체제에서 벗어나 정당 시스템을 민주적으로 개혁하자는 취지로 설립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기존 정당에 대한 회의감이 커진다고 한다. 포럼 소속 한나라당 김원웅 의원은 행사 후 “한국에는 정당은 없고 향우회만 존재한다.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비주류 중진인 이부영 부총재는 포럼의 상징적 인물로, 포럼의 의제를 설정하는 상임운영위원회의 핵심 멤버다. 그에 따르면 포럼의 개혁신당 논의는 여권 3당연합, JP대망론에 대한 반작용으로 탄력을 받고 있다. 이부총재는 “3당연합 여권후보 선출,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의 역할 증대는 민주당의 보수화를 부른다”면서 내년 대선이 보수 대 보수 구도로 치러질 것으로 전망한다. 바로 그래서 “젊은 세대, 개혁세대의 목소리를 선거에 반영할 데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 이는 대선 전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필연적’ 결론을 도출하게 한다”는 설명이다. 이부총재는 한편으론 신당창당설이 와전된 것이라고 하면서도 대선구도가 보-보 구도로 굳어졌다고 판단되면 개혁세력을 결집해 ‘결단’에 나설 수 있음을 암시하는 셈이다.

특히 재야인사들이 최근의 JP대망론에 극도의 ‘혐오감’을 보인 이후 창당 주장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다른 의원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8월 들어 이부영 부총재는 또 다른 개혁성향 단체인 ‘정치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정개모) 소속 의원들과 첫 만남을 가졌다. 한나라당 김원웅 의원, 민주당 임종석 의원은 전대협 동우회 총회에 참석해 재야측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듣는 모습을 보였다. 화해와 전진포럼, 정개모, 제3의 힘 등 개혁파 원내·외 인사들의 잦은 회합은 신당 발언이 ‘단순 엄포용’만은 아닌 듯하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화해와 전진포럼 소속 의원은 38명, 정개모 소속 의원은 33명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신당을 창당할 경우 원내 교섭단체(의원 20명)를 구성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민련에 비견되거나 그 이상의 캐스팅 보트 능력을 가진 정당이 출현한다면 대선 판도를 일거에 바꿀 대사건이 될 수 있다. 요즘 한나라당 지도부가 자당 소속 포럼 의원들(18명)의 발언에서 서늘한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도 이 때문이다.



“향우회만 존재하는 한국정치”

그러나 개혁신당이 실제로 출범할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아직 많다. 한국에선 ‘3김1이’ 세력을 빼면 정당을 만들 정도의 전국적인 조직력·자금력·인재풀을 동원할 정치 세력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극단적 주장도 나온다. 이기택씨의 ‘미니 민주당’의 와해, 민국당의 지난해 총선 참패 등의 사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는 것. 특히 신당설을 흘리는 중량감 있는 개혁성향 의원들에게 정말 ‘대의’를 위해 정치생명을 건 모험을 감행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품는 사람도 있다. 신당설 띄우기가 기존 정당 내에서 ‘개혁파 지분 챙기기’ 쪽으로 이용될 가능성을 무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부영 부총재 등 한나라당 내 개혁성향 의원들의 전도는 그렇게 순탄하지 못하다. 현재 포럼이 당면한 최대 목표는 국가보안법을 국회에 상정시켜 크로스 보팅하는 데 있다. 1인 보스정치 개혁을 위한 상징적 사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 정국은 이들에게 이러한 ‘정치적 승리’를 안겨줄 것 같지 않다. 이부총재는 “평양 대축전에서의 돌출행동 때문에 당분간 국보법 크로스 보팅 문제는 얘기를 꺼내기조차 어렵게 되었다”고 말했다. 토론만 할 게 아니라 ‘행동’으로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데 기회가 좀처럼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간동아 2001.09.06 300호 (p18~18)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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