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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개헌 가능성 점검했다

혁신위 정치분과위 발제자료 단독 입수… ‘4년 중임 정·부통령제’ 도입에 호의적

  •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한나라당 개헌 가능성 점검했다

한나라당 개헌 가능성 점검했다
한나라당이 4년 중임 정·부통령제나 내각제 등 권력구조 개편문제를 심도있게 검토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나라당 국가혁신위 7개 분과위 가운데 하나인 정치발전분과위(위원장 서청원)는 지난 7월18일과 25일 두 차례에 걸쳐 학자 등 전문가들을 참석시켜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 분과위 전체회의를 열고 4년 중임 정·부통령제 도입 등에 대해 집중 논의를 가졌다.

특히 이날 일부 참석자들은 이회창 총재가 반대하는 4년 중임 정·부통령제 도입에 대해 호의적 의사를 표시, 대선 정국을 앞두고 권력구조 개편문제가 당내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음을 드러냈다. 참석자들은 개헌추진 시기와 관련해 신정부 출범 초기를 적기로 보고 이를 내년 대선 공약으로 내거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한나라당이 집권할 경우 개헌을 추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정치발전분과위는 한나라당이 여권에 대해 공세를 취한 통일헌법이 제정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한편 제왕적 대통령의 출현을 막기 위해 대통령의 당적 이탈과 임기중 처벌 등에 대한 구체적 방안도 제시하였다.

두 차례 걸쳐 권력구조 개편 토론

한나라당 개헌 가능성 점검했다
국가혁신위 정치분과위의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논의 내용의 요약분은 지난 8월 중순 이회창 총재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차례에 걸친 회의에는 서청원 위원장을 비롯, 정형근 이해봉 김성조 허태열 윤여준 이주영 안영근 의원 등 10여 명의 의원과 6~7명의 학자그룹이 참석했으며 ‘주간동아’는 두 차례에 걸쳐 발표된 관련 학자들의 발제자료를 입수했다.



혁신위 정치분과위는 그동안 국회 및 정당 개혁, 지방자치제도 개혁, 권력구조 개편 등 10대 핵심연구과제를 선정했다. 현재는 이 가운데 6~7개의 ‘아젠다’를 엄선해 집중 연구하고 있다.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집중 토의도 이같은 정치분과위의 일정에 따른 것이다.

권력구조 개편문제와 관련해 정치분과위는 국민대 이종찬 교수(정치외교학과)에게 기조발제를 요청했으며 이교수는 ‘권력구조 운영, 위임대통령제, 한국 사례’라는 발제문건을 만들어 지난 7월18일 정치분과위 인사들과 집중 토의를 가졌다.

발제자료가 소개된 뒤 전문학자들과 참석의원들은 5년 단임 대통령중심제의 장점과 폐해, 이원집정부제와 4년 중임 정·부통령제의 장·단점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정치분과위는 이날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논의를 거친 뒤 보다 구체적 상황과 대안을 찾기 위해 I대 H교수(정치학)에게 다시 주제 발표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H교수는 ‘한국 권력구조의 대안 탐색’이란 발표 문건을 작성해 일주일 뒤인 7월25일 분과위 전체회의에서 공개, 토의를 열었다.

발제 자료는 현 권력구조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대통령 1인에게 정치권력이 과도하게 집중한 점, 제도 위에 군림하는 제왕적 행태 등을 적시했다. 우선 대통령이 왕정시대의 국왕처럼 군림하는 것을 ‘제왕적 대통령’의 개념으로 규정한 다음, 대통령직의 성역화·정치권력의 사용(私用)화 및 남용 등으로 국정을 대통령이 독주·독선·독단적으로 운영하는 것 등을 대표적 행태로 소개했다. 또 민간영역의 전방위 개입, 규제 및 통제, 국가 주도의 산업화, 시장경제 원칙의 무시와 관치경제, 공권력의 편파적 운용, 언론자유 침해 등 비민주적 현상도 제왕적 대통령의 또 다른 폐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대통령의 제왕적 행태를 극소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대통령의 당적 이탈과 정당에 대한 통제권 포기, 국민의 대리인으로 행동하지 않을 경우 임기중 제재를 가하거나 처벌할 수 있는 타율적 통제방법을 제시했다.

권력구조에 대한 변화를 꾀하는 것도 이같은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문건은 △현상유지론 △현상보완론 △현상변화론(개헌론) 등 3가지 개편 방향을 제시했다. 현상유지론은 굳이 현행 권력구조를 손댈 필요가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지역감정, 레임덕, 여야간 정쟁, 경제위기, 정치불안 등이 권력구조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상보완론은 개헌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제왕적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나 운영의 묘를 살리자는 대안이다.

이 가운데 개헌을 정면으로 다룬 부분은 현상변화론. 현행 권력구조의 불합리한 점과 시대상황에 잘 맞지 않는 부분을 개정하기 위한 적극적 방법으로 개헌을 전제하고, 만일 개헌한다면 대통령 중심제가 내각제보다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고 제안하였다. 대통령중심제 개헌을 하되 제왕적 대통령이 출현하지 않도록 3권의 확실한 분립으로 균형과 견제를 이뤄야 한다는 것. 대통령제 개헌의 골격은 정·부통령제와 4년 중임제를 제의했다.

이 자료는 부통령제가 대통령에게 집중한 권력을 분산시키고 소외지역 인사를 발탁할 수 있어 지역감정을 완화하는 등의 장점이 있다고 분석하였다. 개헌 추진 시기와 관련해 내년 대선 전, 차기정부 출범 초, 차기 정부 임기중 또는 후반 등으로 상정해 볼 수 있다고 적었다. 그러나 대선 전 개헌 관련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경제 문제 및 2/3 개헌 정족수 확보 어려움 등으로 성사 가능성은 높게 보지 않았다.

신정부 출범 초기를 또 다른 개헌 적기로 보는 것은 개헌을 내년 대선공약으로 제시하고 집권 초기에 이를 실행에 옮긴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차기 정부가 출범하면 민생문제 등 국정현안으로 인해 국민생활과 직접 이해관계가 적은 개헌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는 한계점도 아울러 거론되었다. 또 차기 정부가 출범할 2003년부터 16대 국회의 임기가 끝나는 2004년 6월 말까지 여야 의석에 약간의 변동은 예상되지만 인위적 정계개편을 시도하지 않는 한 개헌안 통과 정족수인 2/3 이상의 의석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17대 총선에 개헌을 공약으로 내걸어도 2/3 이상의 의석을 차지한다는 보장이 없으며, 어느 정당이 집권하더라도 신정부 출범 1년 후에 치르는 17대 총선은 신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형식이 되기 때문에 회고투표 현상으로 여소야대가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전망했다.

반면 차기 정부의 임기 말 개헌은 장기집권 음모론의 등장으로 국민과 야당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현재 민주당 일각에서 주장한 개헌론에 대해 한나라당이 반대 입장을 취하는 것과 같은 현상이 몇 년 후 정당만 바뀐채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개헌을 내년 대선 또는 17대 총선 공약으로 내걸거나, 차기 정부가 출범한 후 국민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상황이 올 경우 제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대로 신정부가 국민의 지지를 못 받는 상황에서 개헌론을 제기하면 정국돌파용이나, 국민관심 호도용으로 오해를 받아 국민의 불신을 자초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일반 국민은 경제가 어려워 권력구조의 변화 문제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개헌에 대한 모든 논의를 피하는 ‘의도적 무관심’ 전략을 구사하고 쟁점화를 피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이 자료는 민주당의 개헌 가능성과 시나리오도 담고 있다. 민주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을 성사시켜 불가침 선언, 낮은 단계의 연방제 합의 등 예상 밖의 남북한간 통일방안이나 시기에 대한 합의로 통일헌법을 제정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통치권적 차원에서 대통령이 국민투표나 비상조치권 등을 발동하여 통일헌법을 제정하려고 기도할 가능성도 거론했다. 하지만 통일에 대한 국민의사 수렴, 통일국가 모형, 통일 후 정치체제, 통일 방법 및 시기 등을 완전하게 정리해 통일헌법을 제정할 수 있을 정도의 상황까지 전개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진단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의원은 “학자를 불러 여러 가능성을 논했을 뿐, 실천 방안 등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며 파문을 우려하는 듯한 입장을 취했다. 그렇지만 다른 한 관계자는 “이미 한나라당은 개헌과 관련해 구체적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내년 12월 대선에서 개헌 문제가 최대 이슈로 부각할 것이다”고 말해 정치분과위에서 논의한 내용들을 비중있게 다루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주간동아 2001.09.06 300호 (p12~14)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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