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95

2001.08.02

허준 대감 스크린 납시오

  • < 신을진 기자 > happyend@donga.com

    입력2005-01-14 14:15: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허준 대감 스크린 납시오
    구슬픈 멜로디와 정열적인 리듬으로 수많은 중년남자들의 애창곡이 된 스페인 노래 ‘베사메무쵸’. 영어로는 ‘Kiss me much’라는 뜻의 이 노래가 늦여름 우리 극장가에 울려 퍼질 전망이다. 9월1일 개봉하는 영화 ‘베사메무쵸’는 한국영화로는 보기 드물게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한 멜로영화로 드라마 ‘허준’의 히어로 전광렬과 이미숙이 주인공 부부로 출연한다.

    이 영화로 늦은 나이에 스크린에 데뷔한 전광렬(39)은 개봉이 한 달 이상 남았는데도 벌써부터 잔뜩 상기된 표정이다. 아내와 아이, 처가식구까지 모두 말레이시아로 피서를 보내놓고 혼자 남아 개봉을 준비하는 그는 “걱정이 많이 된다”고 심정을 토로하면서도 “성실하게 했으니 자신 있다”고 힘있게 말한다.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의식을 담은 작품입니다. 사랑과 결혼에 관한 보고서라고 할까요?”

    연기를 하다 감정이 복받쳐 자신도 모르게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는 전광렬은 이 영화가 자신의 연기인생에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고 고백한다.

    “음악을 전공하다 연기에 미쳐 연극무대에 서고, 탤런트가 되어 긴 무명시절을 보낸 끝에 이름을 알렸지요. 다시 한번 배우로서 새로운 변신을 모색할 작정입니다. 앞으로는 영화배우 전광렬로 살아가고 싶어요.”



    중앙대 음대에서 바순을 전공한 그는 연기의 길로 들어서기 위해 수천만 원짜리 악기를 불태웠고, 주머니에 500원짜리 동전 하나밖에 없는 가난한 시절을 보내면서도 그 꿈을 버리지 않았다. 더 이상의 미래도, 희망도 보이지 않아 죽을 결심을 하고 산 속으로 들어가 5개월 동안 면벽수도를 하는 등 처절한 방황의 시간을 보내면서 그가 얻은 건 절망과 좌절이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는 법과 고난을 이겨내는 용기였다. “그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거죠. 일찍 인기인이 되었다면 나를 제대로 볼 수 없었을 것이고, 좋은 연기를 할 수도 없었을 겁니다.”

    ‘열정과 집념의 배우’ 전광렬은 그렇게 탄생했다. ‘성실’이라는 단어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그는 20년 연기생활 동안 촬영장이나 연습시간에 단 한번도 지각을 한 적이 없다. ‘베사메무쵸’를 찍을 때도 가장 먼저 나타나 현장을 지키는 바람에 스태프들이 “좀 천천히 나오시라”고 부탁할 정도. 잘난 척, 멋진 척 치장하지 않고 늘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하는 배우 전광렬. 그의 첫 영화 ‘베사메무쵸’에도 기분 좋은 관심이 모아진다.



    이 사람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