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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부시 행정부 “대북 포용 정책 GO~”

사실상 클린턴 대북정책으로 복귀… 미국 MD 추진 ‘숙제’ 해결이 가장 큰 변수

  • < 김 당 기자 dangk@donga.com >

부시 행정부 “대북 포용 정책 GO~”

부시 행정부 “대북 포용 정책 GO~”
지난 5월9∼10일 한국을 방문한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副)장관과 제임스 켈리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일행이 김대중 대통령과 한국 정부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친서 선물’과 ‘MD 숙제’를 남기고 떠났다. 두 사람은 외교 관행이 대개 그렇듯, 김대통령 앞에서는 ‘선물보따리’를 풀었으며 김대중 정부 외교안보 부처의 장-차관들 앞에서는 MD라는 ‘신무기 제품설명서’를 풀어놓았다.

전자(前者)는 그동안 남북관계 진전의 발목을 잡아온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가 우려한 것보다 빨리 ‘수주일 내(in a few weeks)에 완료할 것’과 그동안 대다수의 국내 학자들과 언론이 예상한 것과 달리 ‘가까운 장래에(in the near future) 북한과 대화를 재개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아미티지는 또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북정책의 검토를 완료한 뒤 다시 한국을 방문해 김대통령의 의견을 들을 것으로 안다. 우리가 북한에 어떻게 접근할지에 대해 의견을 듣는 것이 순서일 것으로 생각한다.”

‘가까운 장래에 북한과 대화 재개’

선물보따리에 담긴 메시지는 비교적 분명하다. 김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부시 대통령은 지난 3월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거듭 한국의 대북 포용정책(engagement policy)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미국의 대북정책에 김대통령의 견해를 최대한 반영한다고 다짐했다. 이는 적어도 그럴 일은 없겠지만, 북한이 수주일 내에 제2의 대포동을 발사하거나 평양에 쿠데타가 발생하는 사태와 같은 돌발변수가 없는 한 미국의 대북정책이 ‘포용’ 쪽으로 가닥이 잡혔음을 의미한다. 이는 곧 클린턴 행정부 대북정책의 계승을 뜻한다.

현실 논리와 이성으로 접근한다면,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계승하는 것말고는 부시 행정부에 대안이 없다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러나 국내에서 그런 논리를 편 학자나 전문가는 드물었다. 백학순 박사(세종연구소 연구위원)는 일관되게 ‘대안 부재론’을 주장해 온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부시 행정부가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을 계승할 것으로 보는 이유는 이런 것이다.



첫째,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은 이미 많은 중요한 성과(북한 핵 동결, 미사일 문제 해법 마련 등)를 거두었다. 둘째, 그동안 공화당 의회가 대북 포용정책 이외에 다른 정책 대안을 내놓지 못한 것에 비추어 부시 정부 또한 새로운 대북정책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다. 셋째, 부시 정부가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의 대북정책에 반하는 새로운 대북 대결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국제정치 현실로 보아 쉽지 않은 일이다. 넷째, 대북정책에서 공화당 의회가 그동안 보여온 강경한 태도는, 부시 행정부가 정책 검토기간을 거친 다음 나름대로 정리한 대북정책을 내놓으면 행정부의 입장을 고려해 크게 완화할 것이다. 다섯째, 부시 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의 대미정책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을 텐데, 북한의 그것은 이미 기본적으로 화해-협력 정책으로 전환했다.

백학순 박사는 정치와 외교는 결국 현실을 다루고 현실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부시 정부가 이같은 이유를 무시하고 대북정책을 크게 변경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사실 부시 정부가 미국의 기존 대북정책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증거’는 그동안에도 적지 않았다. 다만 국내 대다수 학자들과 언론이 이를 무시했을 뿐이다. 부시 당선자는 지난 1월14일 ‘뉴욕 타임스’와의 회견에서 북한측의 합의 이행을 검증하는 조항만 포함된다면,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미사일 협상안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음을 표명했다. 이후 미국 정부는 2월 한-미 외무장관회담과 3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 정부의 대북 화해 협력정책에 대한 계속적인 지지를 재확인했다.

또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수립을 위한 권고안을 마련하는 임무를 띤 미국 외교협회(CFR: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한반도 태스크 포스팀은 부시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3월22일자)에서 부시 행정부가 남한측의 북한과의 화해-협력 노력을 전적으로 지원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그리고 제임스 켈리 차관보는 4월26일 상원 외교위 인사청문회에서 “미국 정부는 김대중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보다 더 나은 대안을 갖지 못하였다”며 “진행중인 대북정책 검토가 끝나도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가 뒤집힐 것으로 보지 않으며 대체로 지금까지와 같은 방향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 관계가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국제관계에서 ‘대가’가 따르지 않는 ‘선물’은 없기 때문이다. 그 대가는 이미 5월1일 부시 대통령이 워싱턴국방대학 연설에서 본격적 추진계획을 공식 천명한 미사일방어(MD) 구상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부시는 이날 연설에서 “냉전시대와 달리 오늘날 가장 큰 위협은 테러와 협박이 삶의 방편인 몇몇 국가에서 제기된다”면서 “지상-해상-공중 요격시스템 등 미사일 방어체제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면밀히 평가하고 최소한의 핵무기로 신뢰할 수 있는 억지력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언론은 MD 추진의 근거를 제공하는 ‘새로운 위협을 제기하는 나라’는 북한 이란` 이라크 등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부시 행정부 “대북 포용 정책 GO~”
부시가 밝힌 MD의 기본 구상은 ‘불량국가’의 미사일 위협에서 미국과 우방들을 보호한다는 것이다. 부시의 공식발표 후 부시 외교안보팀 인사들은 즉각 세계 각국으로 날아가 MD의 기본 구상을 전달하고 협조를 구해야 했다. 폴 월포비츠 국방부 부장관은 벨기에 영국 `독일 `폴란드 러시아 등 유럽 지역을 순방(5월8∼11일)했으며, 제임스 켈리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한국에 이어 인도 호주 싱가포르 베트남 등 아·태 지역을 순방(5월11일∼18일)했다. 아미티지와 켈리의 한국 방문은 선물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MD 체제 구축을 위한 설득외교인 것이다.

아미티지 부장관은 외교통상부 및 국방부 고위 실무진과 간담회에서 MD는 △대량살상무기 비확산(non-proliferation) △대량살상무기 반확산(counter-proliferation) △일방적 핵감축 등과 함께 추진하는 새로운 ‘전략적 틀’(strategic framework)의 부분적인 개념이라며 ‘21세기 안보환경의 변화를 고려해 추진하는 전략적 틀’ 개념을 집중적으로 설명하고 한국 정부의 이해를 요청했다. 또 켈리 차관보는 “우리는 어떤 결론을 갖고 온 것도, 한국측의 동참을 강요하러 온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간담회에서 “전 세계적인 위협의 필요성을 관련국가가 인정-협의함으로써 국제적인 평화안전을 증진시켜야 한다”며 “한국이 현실감을 갖고 이해하기를 바란다”고 밝힘으로써 간접적으로 한국 정부의 동참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MD 계획에 대한 철저한 검토를 ‘숙제’로 남기고 떠난 것이다.

이 장기과제에 대한 힌트는 공교롭게도 MD 추진의 근거를 제공한 북한의 대응에서 찾을 수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5월3일 유럽연합(EU) 의장국인 스웨덴의 페르손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아무런 조건 없이 “2003년까지 미사일 시험발사를 유예한다”고 선언했다. 이는 북한이 미국과의 미사일협상 지속 의사를 밝힘과 동시에 부시 행정부로 하여금 MD 체제 구축을 명분으로 북-미 미사일협상을 계속 연기할 수 없게 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북-미 미사일협상이 클린턴 행정부와 진행한 협상의 연장선(‘표’ 참조)에서 재개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는 미국의 MD 추진 공식선언을 계기로 북-중-러 신북방 삼각동맹을 형성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MD 추진과 북-미 미사일협상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장성민 의원)는 결론이 자연스레 도출된다. 세종연구소 이종석 연구위원은 “현재 중국의 대북정책에서 핵심적인 고려사항은 미국의 MD 추진에 대한 대응”이라 전제하고 “우리에게 필요한 전략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미국의 MD 명분 항목에서 북한 위협론을 빼내는 것이다”고 밝혔다. 북한말고도 이란` 이라크 등 미국이 선정한 ‘불량국가’는 아직 많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2001.05.24 285호 (p22~23)

< 김 당 기자 dangk@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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