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80

2001.04.17

박자 맞춰 읽어야 쉽게 외운다

  • 정철/ 정철언어연구소 소장 www.jungchul.com

    입력2005-02-28 15:38: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지난 호에, 중학 2학년 때 우연한 계기로 ‘영어교과서 몽땅 암송하기’를 시작해서 영어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성공하게 된 필자의 친구 H의 얘기를 했다.

    ‘H’가 성공하게 된 요인은 첫째, 중 2때 선생님의 칭찬과 격려가 ‘H’의 자신감과 신념에 불을 당긴 것. 둘째, 외국어 학습법 중 가장 강력한 ‘입으로 몽땅 외우기’를 꾸준히 실천한 것. 셋째, 영어에서의 성공과 자신감이 ‘성공관성의 법칙’에 의해 다른 과목에까지 퍼져나가 모든 과목을 다 잘하게 되었다는 것 등이다.

    이중에서 ‘입으로 몽땅 외우기’는 내가 옛날에 공부할 때뿐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많은 학생들에게 추천해서 큰 효과를 보았던 방법이다. ‘영어를 잘한다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 같지만, 어휘 문법 발음 등을 입과 귀에 ‘자동화’하기만 하면 저절로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자동화 비결 중 하나가 바로 ‘입으로 몽땅 외우기’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지금 현재 영어가 잘 안 된다고 한탄하는 사람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한번 반성해 보시라. 과연 지금까지 학교 교과서를 한 권이라도, 아니 단 한 과라도 입에서 줄줄 나오도록 통째로 외워본 적이 있는가?(중1 교과서 1, 2, 3과 말고) 아니면 학원에서 배우는 교재를 한 과라도 통째로 암송해 본 적이 있는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여태껏 그 모양, 그 타령인 것이다. 그렇다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한탄할 것까지는 없다. 지금부터라도 하면 된다. 그런데 말이 쉬워서 ‘입으로 몽땅 외우기’지 막상 해보면 그리 만만치가 않다.

    책을 보지 않고, 또 ‘그 다음이 뭐더라?’하면서 더듬거리지 않고, 저절로 입에서 술술 나오게 하려면, 최소한 50번 이상은 소리내서 읽어야 한다. 그것도 제대로 박자 맞춰 정성 들여 연습하지 않으면 며칠 안 가서 도로 다 잊어버리고 만다. 물론 처음에는 발음도 불편하고 박자도 안 맞고 해서 좀 고생스럽기는 하지만, 횟수가 반복될수록 점점 편해지고 영어의 맛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렇게 연습을 계속해 매끄럽게 넘어갈 때쯤 되면 일일이 단어나 문장을 생각하지 않아도 내용만 생각하면 저절로 입에서 술술 나오기 시작한다. 드디어 그 문장내의 모든 영어 영양분들이 ‘영구기억파일’로 머릿속에 저장 완료된 것이다. 이쯤 되면 그 내용뿐만이 아니라 비슷한 수준의 영어를 들어도 편안히 들리고, 또 웬만한 말은 단어 몇 개만 갈아 끼우면 별 어려움 없이 말할 수 있게 된다.

    통째로 암송하는 문장들은 특별하게 정해진 것은 따로 없고, 될 수 있는 대로 재미있는 내용의 스토리 같은 것이 좋은데, 그중에서도 자신의 직업이나 취미에 관련된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시사문제에 관심이 많으면 영자신문 같은 게 좋고, 스포츠에 관심이 많으면 그에 관한 것들, 해외로 진출할 목사님들은 현대식 영어로 쓰여진 성경이나, 성경 해설서 등을 암송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자신에게 관련이 많은 것이나 자신이 좋아하는 내용일수록 기억이 잘 되기 때문이다. 특히 중-고등학생의 경우에는 무엇보다도 먼저 현재 배우고 있는 교과서를 몽땅 입으로 암기하는 것이 좋다. 어순감각과 박자에 맞춰 큰 소리로 읽기를 꾸준히 하면, 잘하던 아이들은 더 잘하게 되고, 못하던 아이들도 점점 영어에 자신감을 갖게 된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