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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초에 어린이 한 명씩 굶어죽는다

지구촌 8억2600만 명 만성적 기아 상태 … 식량도 국가안위와 직결

7초에 어린이 한 명씩 굶어죽는다

7초에 어린이 한 명씩 굶어죽는다
전세계 부유층이 유럽 알프스로 스키 휴가를 즐기러 떠나는 시각, 지구촌 한쪽에선 굶주림과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해마다 1400만 명의 어린이들이 굶주림 탓으로 죽어간다. 7초에 한 명 꼴이다.

올해 들어 로마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연합(UN) 산하 기관인 세계식량계획(WFP)이 밝힌 기아 인구는 8억2600만 명. 내전, 자연재해, 만성적인 가난 탓에 굶주리고 있는 사람들이다. 만성적인 내전에 시달려온 아프리카 여러 국가 가운데 하나인 수단의 식량위기를 알리는 자리에서 WFP는 세계의 기근(world hunger)이란 이름의 지도 한 장을 내놓았다. 인구 세 명 중 한 명 꼴로 굶주리는 곳을 붉은 색으로, 다섯 명 가운데 한 명 이상이 굶주리는 곳을 노란 색으로, 모두 5단계로 나눠 표기한 지도다. 이 한 장의 지도는 21세기 지구촌 식량위기가 전세계적인 현상임을 보여준다. 안타깝게도 북한도 붉은 색이다. 굶주림에 시달리는 이곳 국가들 가운데 상당수는 가뭄이라는 천재에다, 내전이라는 인재가 겹쳐 상황이 더 나빠진 것으로 파악된다.

WFP와는 자매기관 격인 식량농업기구(FAO)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8억3000만 영양실조 인구 가운데 7억9000만 명은 개발도상국에 살고 있다. 이 가운데 2억 명이 다섯 살 이하의 어린이다. 지난해 20개국의 1억 인구가 가뭄의 영향을 받았다.

사하라 남쪽 천재에 인재 겹쳐

7초에 어린이 한 명씩 굶어죽는다
사하라사막 남부 아프리카가 특히 심각하다. 이 지역은 만성적인 가뭄에다 우리 인간이 만들어낸 재앙, 즉 내전에 시달려 농민들이 농사를 포기한 곳들이 대부분이다. WFP 쪽 발표로는, 이 지역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억8000만명이 영양실조 상태다. 시에라 리온, 앙골라, 기니, 수단, 부룬디, 에티오피아, 에리트레아 등의 국가들은 모두 내전의 상처를 저마다 겪었거나 지금도 내전중인 나라들이다. 이를테면 9년 내전에 시달리고 있는 시에라 리온의 경우,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들이 그대로 버려진 채로 있다. 내전이란 죽음의 공포 탓이다. 현지인들은 그런 곳을 “버려진 죽음의 땅”이라 부른다.



그 가운데 아프리카 수단인들이 겪어온 고난은 한마디로 참담한 것이다. 17년을 끌어온 내전과 기근으로 200만명이 죽고 440만의 난민을 낳은 아프리카 최대의 난리터가 바로 수단이다. 내전의 기본 가닥은 카르툼 중앙정부가 수단 남부의 풍부한 석유자원을 수탈하려는 데서 비롯된다. 현재는 1989년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오마르 하산 알바시르 장군의 군사독재정권과 여기에 맞서는 수단인민해방군(SPLA) 사이의 싸움이다.

아프리카의 여러 내전이 다 그렇듯, 석유 이권을 노린 여러 나라의 이해관계가 얽혀들어 수단 내전이 끝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이를테면, 수단 석유자원에 투자한 캐나다 최대의 석유회사 탈리스만 에너지는 자사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내전을 오히려 악화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래저래 내전 과정에서 고통을 겪는 것은 수단 사람들뿐이다. 특히 남부 수단 주민들의 고통은 말이 아니다. WFP 쪽 발표에 따르면, 300만에 이르는 남부 수단인들이 내전으로 농사를 짓지 못한 탓에 식량위기에 부닥쳐 있고 그 가운데 60만명은 심각한 수준이다. 유엔측은 이런 상황이 새해 들어서도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한다.

아랍권의 일부 국가들도 식량위기에서 허덕이고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 집단인 탈리반이 국토의 95% 가량을 지배하고 있는 가운데 내전이 거의 막바지인 아프가니스탄은 현재 심각한 식량위기에 시달리는 중이다. 오랜 내전에다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 게다가 최악의 가뭄이라는 3중고 탓이다. 그리고 이라크도 굶주림의 고통 속에 지내온 논쟁적인 국가다. 1990년 쿠웨이트의 혁명세력을 지원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그곳을 침공한 까닭에 그동안 줄곧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아왔다.

이라크는 전체인구의 15%가 기아선상에서 허덕이고 있다. 특히 어린이들이 약품 부족과 영양결핍 등 경제제재의 애꿎은 피해자로 꼽혀왔다. 굶주림에 허덕이는 국가들은 유아 사망률이 높다. 산모가 건강하지 못하니, 사산율도 높게 마련이다. WFP는 “매 7초마다 한 명의 어린이가 굶주림 또는 굶주림에서 비롯된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다”고 밝힌다.

중남미 국가들도 만성적인 식량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WFP 자료에 따르면, 영양실조는 5300만 명. 전체인구의 11%다. 아이티가 중남미 국가들 가운데 제일 상황이 나쁘고 볼리비아, 니카라과, 온두라스, 도미니카공화국이 식량부족 국가로 꼽힌다. 공업화가 막 진행되는 중남미는 특히 도시빈민의 문제가 심각한 곳이다. 도시 주변에는 돈 안 되는 농업을 포기하고 일자리를 찾아 몰려든 한계상황 속의 빈민들로 초만원이다.

일부 아시아 나라들도 굶주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아시아 전체 인구의 17%인 5억2500만 명이 영양실조다. 북한을 비롯해 몽골, 캄보디아, 그리고 방글라데시가 그러하다. 전통적인 곡물생산국이었던 중국도 이제는 식량 수입국이다.

언제부터인가 북한식량 위기에 대한 소식들이 자주 들려와, 일부 독자들은 “또 그 소리냐”며 고개를 돌릴지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 북한은 여전히 식량위기라는 긴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지난 97, 98년 사이에 북한에서는 최소 60만 명, 최대 200만 명이 굶어 죽은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의 관심에도 불구, 북한의 식량사정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상황이다. 아니 더 나빠지고 있다는 표현이 정확할 듯하다.

최근 북한을 다녀온 UN의 한 관계자의 발표로는 2001년의 식량사정이 지난해보다 더 나쁘다는 소식이다. 가뭄과 지난 8, 9월의 태풍 탓에 곡물 수확량이 지난해보다 100만톤 줄어든 것으로 알려진다. 적정 수요량에서 220만톤 모자란다는 계산이다. 그런 탓에 올 겨울에도 북한 전체인구의 상당수가 굶주림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40만 명의 어린이들이 벌써 영양실조 상태라는 소식도 들린다. “3억8600만 달러어치의 긴급 원조가 북한에 주어지지 않을 경우 심각한 사태가 일어날지 모른다”고 유엔 관계자들은 걱정한다. 이 액수는 2000년 한해 동안 북한에 건네진 원조액의 4배에 해당한다.

영양실조의 국제적인 표준은 하루에 1800kcal 이하를 섭취하는 것이다. 성인이 하루를 버틸 수 있는 최소한의 에너지는 2100kcal다. 8억 명에 이르는 기아인구들은 하루에 평균적으로 300kcal가 모자라게 음식을 먹는 셈이라고 유엔 산하의 FAO는 밝힌다. 물론 몇몇 나라의 경우 이보다 훨씬 더 밑으로 내려간다. 사하라사막 남부의 아프리카 빈곤국들이 그러하다. FAO는 최근 식량위기에 관한 진단과 중장기적 전망과 관련, 2000년도 세계 식량불안정(food insecurity) 현황 보고서를 내놓았다. 줄여서 SOFI 2000이라고 부르는 이 보고서에 따르면, 46개국의 남부 사하라 국가들 가운데 19개국의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나, 나이지리아, 보츠와나, 그리고 나미비아 정도만 상황이 나아졌을 뿐 대부분 만성적인 가난과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아프리카 빈국들은 대체로 기준치에서 400kcal를 밑도는 상황이다. 소말리아는 490kcal 마이너스다.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받아온 아프가니스탄도 심각한 영양결핍 통계를 보인다. 기준치에 비해 480kcal 아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 예전보다 상황이 나아진 국가들도 있다. 지난 95년 내전을 끝낸 보스니아, 그리고 유엔 보호령의 처지인 코소보 지역이 그러하다. 알바니아, 마케도니아, 몬테네그로를 포함한 발칸지역은 동구권의 가난한 나라들이다. 이들 국가는 지난 코소보전쟁 중 많은 난민들을 받아들였고, 이에 따라 내전 기간, 그리고 그후 복구과정에서 국제사회로부터 엄청난 물량 세례를 받아 일단 식량 문제는 풀렸다. 그러나 보스니아의 경우, 현지 관리들의 부패로 50억 달러에 이르는 서방의 지원 가운데 상당 몫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새나갔다는 비판이 따른다.

식량부족으로 인한 기아와 영양실조는 분배가 제대로 되지 못해 생기는 측면이 강하다. 이는 또 다른 측면에서 인재라 볼 수 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보면 지구상의 인구를 충분히 먹여살릴 만큼의 식량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 결국 분배가 문제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지구촌의 굶주림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면서도, 기아선상에서 허덕이는 사람들의 숫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FAO가 펴낸 SOFI 2000 보고서도 이 대목에 이르러선 비관적이다.

지난해 가을 미국 뉴욕에서 화려한 개막식을 올렸던 뉴 밀레니엄 정상회의에서도 식량위기 문제가 논의됐다. 이 마지막날 나온 선언문은 2015년까지 하루 1달러를 못버는 절대빈곤층과 굶주리는 사람들, 그리고 안전한 식수를 마시지 못하는 사람들의 숫자를 절반으로 줄이자고 결의했다(FAO측에 따르면, 식량난을 겪고 있는 국가들은 식량뿐 아니라 관개시설과 안정된 식수 확보도 시급하다.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한다면 사람답게 살아간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만성적인 채무에 허덕이는 빈약한 국가재정으로는 그런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쓸 여유가 없다).

굶주림, 2030년까지도 여전할 듯

현실적으로 식량위기를 겪는 이들이 밀레니엄회의의 희망처럼 절반으로 줄어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밀레니엄회의의 주문사항은 5년 전인 1996년에 열렸던 세계식량정상회담(Food Summit)에서의 2015년까지 기아인구를 4억으로 줄이자는 주문사항을 되풀이한 것이다. 2015년이면 지구상의 인구는 72억에 이를 전망이다. 해마다 인구가 7500만명씩 늘어나는 셈이다. 이 가운데 90%가 가난한 개발도상국 몫이다.

도시인구의 증가도 식량위기를 말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꼽힌다. 현재 해마다 6000만명씩 도시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도시의 확장은 곧 농경지 축소다. FAO 사무총장 자크 디오프에 따르면, 말 그대로 특단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2030년까지도 그 목표를 이루기 어렵다는 결론이다. 해마다 2000만명씩 기아인구를 줄여가야 2015년에 4억명으로 줄어들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90년대 후반에 평균잡아 800만명씩 줄었으니 2015년은커녕, 2030년이 되도 목표를 이루기는 어렵다는 얘기가 된다.

식량 무기화란 말이 있듯, 식량은 한 국가의 안위와 직결된다. 지난 연말 미 중앙정보국 관련기관인 국가정보회의(NIC)는 14년 뒤인 2015년 이 세계가 어떤 모습으로 바뀌었을지를 전망하는 한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2015년 세계경향(GT 2015)이란 이름의 이 보고서에 따르면, 농업기술의 발달 덕분에 2015년 전세계 식량생산은 세계인구를 충분히 먹여살릴 것으로 내다봤다.

200년 전 로버트 멜더스가 그의 인구론이란 책자에서 지구상의 인구팽창을 걱정할 당시 지구상의 인구는 8억 정도였다고 한다. 곡물 생산성의 증가, 대체식량 개발 등으로 말미암아 예전의 멜더스가 했던 걱정을 할 필요는 없는 세상을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럼에도 지구촌은 늘 식량위기로 바람 잘 날 없다. 문제는 앞에서 살펴본 대로 만성적인 내전 종식, 그리고 합리적인 배분에 달렸다. 위의 GT 2015 보고서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국가들의 식량위기는 20%쯤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점친다. 다름아닌 내전 때문이다. 자연재해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내전으로, 식량위기로 고통을 겪는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주간동아 2001.02.08 270호 (p5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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