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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첨단 다이어트의 허실

다이어트에 ‘첨단’은 없다

지방흡입술·세라믹테라피 등 일시적 살빼기 불과…운동과 식이요법이 최고

다이어트에 ‘첨단’은 없다

다이어트에 ‘첨단’은 없다
”내 몸에 절대 군살은 허용할 수 없다! 자신을 ‘군살 불가침구역’으로 선포한 여성들. 때로 요정이 되어 하루 세끼 이슬만 먹고, 때론 원숭이가 되어 바나나만 먹고, 백설공주를 흉내내 사과만 먹고, 급기야 음식과의 결별선언까지. 날씬함을 거머쥐려는 그들의 몸부림은 처절하다.”(소비자 권리찾기 사이트 ‘예잔티’의 ‘다이어트’ 게시판 머릿글)

다이어트 열풍이 ‘부활’했다. IMF 사태로 잠시 주춤했던 다이어트시장이 지난해부터 크게 활기를 띠면서 과거 ‘노출의 계절’을 집중 겨냥해 ‘살과의 전쟁’을 벌여왔던 다이어트 인구가 최근 계절구분 없이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

㈜풀무원이 지난 7월 다이어트전문 포털사이트인 ‘굿다이어트’ 개설과 동시에 실시한 다이어트 현황 분석 결과는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조사대상자 5062명(여성 90%, 남성 10%) 중 1회 이상 다이어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무려 전체의 82%. 5kg 이상의 ‘원대한’ 감량목표를 가진 여성들만 56%를 차지했다. 다이어트가 단순한 패션 차원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단단히 뿌리내렸음을 입증하는 단적인 예다.

그러나 ‘열풍’의 양태는 과거와는 조금 다르다. ‘살빼기’란 지향점이야 그대로지만 그 방법론은 ‘진화’를 거듭하며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중이다.

“살코기만 먹는 황제다이어트나 식사 대신 감자, 포도, 식초콩 등 한 가지 음식물을 집중공략하는 원푸드(one-food) 다이어트의 시대는 갔다.” B&I 비만클리닉(서울 반포동) 한의사 김소형씨(31)는 “효과가 제대로 검증된 바는 없지만 최근 젊은층 사이에 신종 다이어트요법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귀띔한다.



이중 하나가 돼지껍질 다이어트. 포테이토칩처럼 기름에 바싹 튀긴 돼지껍질만 먹는 방법이다. 기름기 많고 고칼로리인 돼지껍질로 살을 뺀다는 것은 전통 다이어트 이론과 배치되지만 돼지껍질의 탄수화물 함량이 0%에 가까워 필요한 에너지원을 얻기 위해서는 체내에 축적된 지방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 살빼기라면 목숨까지 내거는 미국인들이 고안해낸 방법이다.

체내 신진대사 체계가 혈액형에 따라 서로 다르므로 혈액형에 맞춰 각기 다른 식품을 섭취하면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혈액형 다이어트, 식사 전이나 공복시 하루 10회 정도 풍선을 불면 체온이 상승하고 식욕이 저하돼 지방을 연소시키므로 한달 평균 1~2kg를 뺄 수 있다는 풍선다이어트, 약국에서 파는 일회용 밴드를 배꼽 밑에 붙이면 적게 먹어도 살이 잘 찌는 사람에게 안성맞춤이라는 밴드다이어트 등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이쯤 되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이어트법이 3000종이 넘는다는 풍문조차 설득력을 지닐 법하다. 사실 국내에 회자되는 다이어트법만도 수백가지에 이르고 그 효과도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구전되는 방법만 있는 건 아니다. 최근엔 ‘하이테크’로 포장된 이른바 ‘첨단 다이어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이자 특징은 가격대 또한 ‘첨단’이란 점이다.

서울 강남의 ‘준코스메틱’(대표 채경혜)이 도입한 ‘세라믹테라피’는 몸에 아로마 오일을 발라 마사지를 한 뒤 60여 가지의 세라믹 소재를 섞어 만든 도자기로 인체 경락을 자극해 지방 연소를 촉진하는 방법. 이은주 홍보실장은 “세라믹에서 발산되는 원적외선이 몸매를 균형잡힌 형태로 가꿔준다”며 “통상 3개월 정도 시행하지만 원하는 부위를 선택해 한번만 해봐도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는 1회 15만∼20만원. 팔뚝, 종아리, 복부 등 특정부위는 1회당 6만원이다.

‘욕조 다이어트’도 차세대 다이어트법으로 곧 등장할 전망이다. PCB(인쇄회로기판)장비 제조업체인 백산오엠비(대표 백상덕)가 개발한 ‘유수진동저주파욕조기’는 일반 욕조의 1.5배 크기. 자체 내장된 전기장치로 섭씨 40도의 물에 55Hz의 진동파를 발생시켜 신체에 자극을 주는 특수 욕조로 세계 28개국에 특허출원된 상태다.

이 욕조로 30∼60대 여성 통증환자 28명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실시한 고려대 안산병원 재활의학센터 강윤규 교수는 “특수욕조에서 온욕을 한 환자들은 일반 온욕 환자보다 통증 완화는 물론 복부비만은 2배, 내장지방(장기 주위 복강에 낀 지방)량은 10배 더 감소했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 수출계약이 진행중인 이 욕조는 빠르면 11월 중 ‘OMB’란 상품명으로 국내 시판도 시작될 예정이다. 공장도가격만 대당 1000만원 선. 슬림한 몸매가 경쟁력이 돼버린 세태에서 경제력 정도에 따라 이른바 ‘노는 물’도 달라질 참이다.

기존 생수와의 ‘세대교체’를 꿈꾸는 새로운 ‘물 다이어트’도 시장진입을 노리고 있다. ㈜아쿠아플랜트가 개발한 ‘태고수’(太古水)는 일반 증류수와 달리 발생된 수증기를 물의 임계온도(물의 특성이 변화되는 한계온도)인 섭씨 374도 이상의 고온으로 열처리해 분자활동을 극대화시킨 생리활성 증류수. “지난 6, 7월 일단 300명에게 무상으로 시범공급해 본 결과 변비 및 비만 개선 효과가 있었다.” 현행법상 순수한 증류수 판매는 금지돼 있기 때문에 감미료를 섞은 음료 형태로 금년내 시판을 계획중이라는 게 이 회사 대표 김영선씨의 얘기다.

비만치료와 미용성형의 경계를 ‘불분명’하게 넘나드는 초음파지방흡입술과 신경절단술도 인기다. 지방흡입술의 경우 국내에선 아직 눈-코수술에 밀리지만 미국에선 이미 전체 성형수술 중 빈도 3위 내에 들 정도로 보편화됐다.

지방흡입술은 우리 몸의 조직 중 지방조직이 초음파에 가장 약한 원리를 응용한 수술. 간단히 말해 초음파 충격으로 불필요한 체내지방을 부분파괴한 뒤 이를 흡입기로 빼내는 것을 말한다. 절개자국이 크지 않고 출혈과 통증도 적은 편이어서 적잖은 비용(300만∼500만원 선)에도 부유층 여성들이 몰리고 있다. 복부지방을 6000cc나 빼낸 50대 여성환자도 있을 정도다.

드림성형외과(서울 압구정동) 송홍식 원장(38)은 “한달 평균 10명 가량의 환자가 수술을 받는다”며 “각종 다이어트에 실패한 경험자들이 이 수술을 받은 뒤 자신의 몸에 대해 새롭게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보다 한술 더 떠 신경절단수술을 받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매끈한 종아리를 갖기 위해 내측 비복근(종아리를 구성하는 근육 중 하나)과 연결된 운동신경을 아예 절단해버리는 것. 비용 역시 고가로 250만∼300만원 선이다.

‘첨단 다이어트’의 종류는 갈수록 늘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런 방법들이 ‘성공 다이어트’의 근본 해결책이 아니라 단지 보조수단이나 편법일 뿐인데도 상당수 ‘다이어트 신봉자’들이 이를 맹신한다는 데 있다. 엄격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이상 방법이 첨단이라고 ‘성능’까지 첨단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지금까지 등장한 그 어떤 방법도 완벽 다이어트를 보장하진 못한다. 과다 축적된 지방은 태워 없앨 수밖에 없다. 적절하고 장기적인 식이요법과 운동, 잘못된 생활습관 개선이란 모범답안을 훌쩍 뛰어넘는 ‘첨단 다이어트’는 없다.” 서울중앙병원 비만클리닉 의사 박혜순씨는 “쉽게 뺀 살은 쉽게 찐다”고 단언한다. 감량 후에 꾸준히 체중 관리를 하지 않으면 우리 몸의 항상성 때문에 ‘요요현상’(감량후 일정기간이 지나 다시 체중이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는 현상)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첨단 다이어트’의 또다른 문제는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점. 비교적 부작용이 적다고 알려진 지방흡입술만 살펴보더라도 지난 2월 미국지방흡입술학회 이사회가 채택한 ‘가이드라인’은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지방 제거량은 4000cc 이내”라고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그 이상의 대량 지방제거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을 뿐이지 지방흡입술 과정에서 숨지는 환자만 한해에 10명 이상이다.” 한 성형외과 전문의의 토로다. 그는 또 “지방흡입술은 단순히 피하지방만 제거해 ‘볼륨’만 줄여줄 뿐 실제 감량까지 해주진 못한다”고 밝혔다. 미용효과만 있을 뿐, 각종 성인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내장지방 제거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식사대용식품 등 현재 가장 많이 애용되는 다이어트 관련제품인 다이어트식품에 대한 불만도 여전하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고발만도 올들어 모두 665건(10월10일 현재). 이는 지난 한해 동안 접수된 490건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건강식품 피해사례를 중재하고 있는 농업섬유팀 김학희 팀장은 “대다수 고발사례가 다단계판매나 방문판매시 효능을 과장광고하는 이른바 ‘최면 상술’에 넘어가 충동구매한 소비자들의 계약 철회로 집약된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연맹에도 지난 9월말까지 80여건의 피해사례가 접수됐다. 과거처럼 마약성분이 섞인 태국이나 중국산 ‘살빼는 약’으로 인해 몸을 망가뜨리는 극단적인 피해사례는 훨씬 줄었지만 여전히 각종 다이어트식품 때문에 병원신세를 졌다는 고발이 주를 이룬다. 위장질환과 복통, 설사를 호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듯 만만찮은 부작용과 분분한 논란에도 극심한 다이어트 풍조가 다이어트되지 않는 까닭은 무엇 때문일까.

지난 8월말 펴낸 ‘다이어트의 성정치’(책세상)로 다이어트 문제를 공론화한 한서설아씨(30·이화여대 대학원 여성학 박사과정)는 “다이어트 열풍 이면에 사회권력이 숨어 있기 때문”이라는 견해를 편다. 그 역시 수차례의 다이어트 경험과 단식원 생활을 직접 거친 케이스. 그의 분석은 날씬한 외모가 ‘능력’이자 ‘힘’으로 부각되는 사회에서 다이어트 실패를 자기 몸 하나 통제하지 못한 좌절감으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자신감 상실이야말로 다이어트의 가장 큰 폐해라는데 주목하고 있다.

어쨌든 날씬한 외모를 우대하고 ‘신앙’처럼 강조하는 그릇된 ‘다이어트의 사회학’이 지배적 흐름으로 남아 있는 한 ‘육체로부터의 자유’를 쉽게 쟁취하기는 힘들 것 같다. ‘쭉쭉빵빵’ 문화의 득세 속에서 의학적으로 비만이나 과체중에 속하지 않는 정상인들조차 시류에 편승한 다이어트 강박증에 빠져 힘겹고 위험한 살빼기를 지속하는 이상 다이어트 열풍이 저절로 수그러들 것 같진 않기 때문이다. 몸속의 지방을 몰아내기에 앞서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허영심부터 다이어트해야 할 시점이 된 건 아닐까.







주간동아 2000.10.26 256호 (p6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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