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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가들 굿바이 코리아?

집중 매도에 ‘엑소더스설’ 모락모락…“반도체주 정리 위한 일시적 현상” 시각도

외국인 투자가들 굿바이 코리아?

외국인 투자가들 굿바이 코리아?
서울 증시 주변에 시스템 붕괴 우려감이 높다. 올 들어 침체를 거듭하던 증시는 10월13일 장중 한때 종합주가지수 5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97년 외환위기 당시처럼 외국인들의 매도→증시 하락→원화가치 하락→외국인 매도의 악순환으로 증시가 붕락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마저 감돌고 있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당연히 외국인들의 동향에 쏠리고 있다. 올 들어 8월 중순까지 국내 주식시장을 받쳐온 외국인 투자가들은 좀처럼 매수에 나서지 않고 있다. 8월31일 단 하루에 삼성전자 주식을 2000억원 넘게 순매도하더니 그 이후로 한국시장을 관망하며 우량 중소형주만 소폭 매수-매도하는 모습이다.

금감원 발표 자료에도 외국인은 올 들어 처음으로 9월에 순매도 1조57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따라서 8월 거래소 시가총액 가운데 외국인 비중이 30%를 넘어섰지만 9월에는 다시 20%대로 내려왔다. 특히 외국인들은 한국의 대표주인 삼성전자 등 반도체주를 집중 매도했으며 최근 들어서는 우량 은행주와 공기업주에 대해서도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코스닥에서는 9월 중 514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으나 코스닥에서 외국인 비중은 7.5%에 지나지 않는다. 시가총액은 오히려 전월보다 9.7% 감소했다. 10월 들어서도 외국인의 이같은 매매 행태는 바뀌지 않은 채 반도체주에 대한 매도를 강화, 외국인이 본격적인 ‘Sell Korea’에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를 더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매도는 세계 증시의 침체를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 증시 하락의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향후 세계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다. △중동위기로 인한 유가상승 △기술주 고평가해소 △반도체경기 하락 △유로화 약세에 이은 동남아 통화불안 등도 세계 증시 하락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요인으로 미국내 펀드의 환매 급증과 함께 펀드내 신규자금 유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해외시장쪽에도 돈이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특히 이머징마켓(emerging market)의 신규자금 유입 속도는 크게 떨어지거나 유출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해외요인이 불안한 데다 국내적으로는 구조조정 등이 지지부진해 외국인 투자가를 지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외국인들은 한국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인가.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일단 아니다’가 지배적이다.

현재 국내시장의 주가가 IMF 사태 때와 비교되기도 하지만, 국내 경제상황은 그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호전돼 있다는 게 그 이유다. 기업들의 실적이 견고하고, IMF 사태 이후 구조조정의 가속화로 부채비율이 낮아진 점을 들고 있다. 또 당장 900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도 97년 말과 같은 위기상태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외국인들은 반도체 경기 둔화를 우려하며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매도하고 있으며, 이 또한 그동안 대거 사들인 반도체 주식을 일부 정리하는 차원에 지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를 과도하게 보유하고 있던 펀드들이 이 기회에 삼성전자를 일부 정리하는 것이며, 국내에서 주식을 사줄 주체가 없기 때문에 이들이 하루 20만주 정도만 팔아도 주가는 7~10%씩 하락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시장의 체력이 약해서 외국인들의 매도에 대한 타격이 크다는 설명이다.

대우증권 전병서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매도는 포트폴리오의 재구성으로 이해해야 한다”면서 “삼성전자는 국내시장에서 시가총액 비중이 14%인 데 비해 외국인 포트폴리오 내에서는 25%나 되므로 앞으로 매도물량은 더 나올 수 있으며 이들 외국인 매도 물량을 받아줄 국내 주체가 없어 주가는 곤두박질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주식시장 참여자들이 느끼는 외국인의 삼성전자 매도세는 엄청났지만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9월 초 대비 3% 하락, 여전히 52%나 기록하고 있다. 또 IMF 사태 당시 삼성전자를 5만원 미만에서 사들인 장기투자자들인 경우 여전히 200%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고 나서 매도하는 셈이다.

반도체 경기 악화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반도체의 경기둔화는 예상되지만 IT혁명으로 최근 경기사이클이 2년 호황, 2년 불황에서 1년~1년 반으로 줄어들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의 하락세가 예상보다 덜할 수 있다는 낙관적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즉 외국인들의 최근 매도는 ‘Sell korea’가 아니라 ‘Sell 반도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한국시장에서 ‘반도체’를 파는 것은 ‘한국’을 파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해석을 하기도 한다. 한국시장이 매력적이면 삼성전자부터 사들이고, 그 반대의 경우는 삼성전자부터 팔아치우기 때문에 ‘Sell Korea’의 전조로 봐야 한다는 것. 최근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이 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경제회복의 상징이었던 한국이 국내 기업의 부채증가 우려, 유가급등, 국제 반도체 시장의 불안 등 국내외 환경 악화로 제 2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전한 것도 불안 요인 가운데 하나다.

‘Sell Korea’ 우려론자들은 대우차, 한보철강 매각실패, 부실기업 및 은행구조조정 지연 등으로 한국 경제가 IMF 상황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유가인상, 반도체경기 하락까지 겹칠 경우 한국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인다. 특히 시장의 암적 존재가 되고 있는 부실 대기업의 퇴출 결정이 늦어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퇴출’보다는 ‘잔존’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분위기가 우려감을 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외국인 엑소더스설’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증권 박만순 이사는 색다른 주장을 내놓는다. IMF 위기 때 한국시장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가들이 성공했듯이 지금 들어오는 외국인 투자가들도 성공을 거둘 것이라는 주장이다. 박이사는 ‘나는 한국의 미래를 믿는다’는 보고서를 통해 “IMF 위기가 진행된 97~98년 평균 주가지수는 530.3 포인트였고, 원화 가치는 남미와 아시아 중 가장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한국의 구조조정을 믿고 투자하라고 외국인 투자가에게 권했다.

그러나 박이사의 주장에도 ‘구조조정의 성공’이라는 전제가 달려 있다. 우리가 손쓸 수 없는 변수인 해외 악재는 차치하고서라도 국내 주체들이 해결할 수 있는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이 가시화되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구조조정만 잘 되면 꿈의 시장”이라는 한 외국계 증권사의 지적과 일맥상통하는 얘기다.

한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외국인들의 매도로 주가가 떨어지고 있는 것은 틀림없지만 그것이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올 8월까지 외국인들이 순매수했지만 주가는 여전히 떨어진 것에서도 알 수 있듯 누가 판다고 해서 항상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 다만 “주가는 현실 경제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정책 당국자들이 이를 경고로 받아들이고 그에 맞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는 처방이란 연-기금을 동원해 주가를 단기간에 ‘끌어올리겠다’는 케케묵은 구상뿐이다. 증시에서는 경제관료들의 현실 인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정부가 증시에 관여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증시를 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주간동아 2000.10.26 256호 (p3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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