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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칼럼

길이 살아야 도시가 산다

길이 살아야 도시가 산다

길이 살아야 도시가 산다
도시의 길. 길이 아름다우면 도시가 아름답다. 길이 깨끗하면 도시가 깨끗하다. 길이 활기차면 도시가 활기차다. 길 걷기가 즐거우면 도시가 즐겁다. 길에 나무가 많으면 도시가 푸르게 느껴진다. 길을 가다 앉을 수 있으면 도시가 편하게 느껴진다. 길에 볼거리가 많으면 도시가 흥겹다. 길 위의 사람들이 멋있으면 그 도시가 멋있다. 길은 정말 중요하다. 도시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이 길이다. 길이 살아야 도시가 산다.

길을 망치는 첫째, 물론 ‘차’다. 차는 편리한 것이지만 사람이 걷는 길에서 차는 가장 큰 적이다. 그러나 차 없이 살 수는 없으니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차도와 보도 위의 무단주차, 무단정차는 없어야 한다. 배달 서비스중인 차량, 건설 관련 차량이 쓰는 시간은 늦은 밤에서 이른 오전까지로 제한하면 좋다. 버스는 지정된 장소에서만 서야 한다.

길을 망치는 둘째, 아무 때 아무 곳에서 무엇이나 파는 노점상이다. 물론 노점상은 길을 활기차게 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영업 종류, 시간, 장소에 대한 약속을 만들고 지켜야 한다.아름다운 도시 파리에는 센 강변을 따라서 노점상이 줄지어 있다. 이들은 모두 공공의 허락을 받고 장사한다. 간단한 장치물로 디자인이 통일되어 아름답고 실용적이다. 약소하지만 사용세를 낸다. 책, 고서적, 그림, 공예품을 팔면서 대중적인 문화산업을 일으킨다. 가난한 학생들, 특히 예술 관련 사람들에게 영업권을 주곤 한다. 길도 살고, 예술산업도 살고, 도시도 사는 방식이다.

우리의 노점상은 지나치다. 세금 한푼 내지 않고 길을 차지한다. 노점상이 많아지면 세금과 임대료를 꼬박꼬박 내는 상점들은 영업이 안 된다. 궁극적으로 생산적 경제활동을 훼손하는 것이 노점상이다. 서민의 생존권을 보호하는 것은 노점상 방치가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음식 팔고 술 파는 포장마차는 특히 문제다. 어떻게 수많은 사람들 다니는 길 위에서 버젓이 좌판을 벌이고 술을 팔 수 있으며 또 마실 수 있을까. 가스통을 안고 다니는 포장마차는 도시의 안전에 관한 문제다. 시민들이 겁내고 외국인들은 더 겁을 낸다. ‘포장마차촌’을 따로 지정해야 한다. 모여있으면 도시 명소가 될 수 있다. 무분별한 포장마차는 도시를 망치는 일이다.



길을 망치는 셋째, 취객이다. 주정하고 토하고 싸우는 사람들. 취중의 행동은 용서될 수 있다? 길에서는 절대로 그렇지 않다. 자기 집 또는 술집에서의 음주행동은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다. 그러나 만인이 이용하는 길에서의 음주와 주정은 음주운전처럼 법으로 금지시키고 엄히 단속해야 할 일이다.

인사동길 단장 마치고 개장… 제발 길 망치는 일 하지 말아야

길을 망치는 넷째, 쓰레기다. 길 위에 나도는 담배꽁초, 깡통, 비닐봉지들, 마구 뱉는 침, 그리고 껌, 아무 때 아무 곳에나 던져 있는 쓰레기 봉지… 우리 도시의 치부다. 쓰레기통 놓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우리 거리의 사람 밀도와 마구 버리는 행태로서는 쓰레기통이 제아무리 많아도 버틸 재간이 없다. 모든 길에서 쓰레기통을 없애는 것이 낫다. 산에서처럼 자기가 만든 쓰레기는 자기 주머니, 가방에 넣는 습성이 붙어야 하고, 쓰레기봉지는 정확히 제자리 제시간에 놓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서울의 역사문화 명소 인사동길의 새 단장이 마무리돼 드디어 개장한다. 설계를 맡은 사람으로서 갖은 민원과 난공사와 수많은 의견, 비판을 들으며 보낸 지난 20개월. 드디어 개장한다는 것이 기적과도 같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부터다. 무단주차, 무단정차, 노점상과 술 파는 포장마차, 난장판 취객, 뒤덮는 쓰레기가 여전하다면 아무리 새 단장을 한들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가꾸어놓으면 사람들이 좀 더 깨끗이 쓰리라, 더 예의 바르게 쓰리라, 약속을 지키리라 기대해보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들의 선의만 기대할 수는 없을 터이다. 길 위에서의 시민 예절에 대해 우리 사회는 좀더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 길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길이 살아야 도시가 살 수 있다.



주간동아 2000.10.19 255호 (p9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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