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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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품·능력 인정받은 ‘법조계 신사’

  • 입력2005-06-14 11: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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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품·능력 인정받은 ‘법조계 신사’
    8월23일 김용준 헌법재판소장 후임으로 내정된 윤영철(63·고시11회) 전 대법관은 후배 법조인들의 신망이 두터워 99년에는 대법원장 후보로도 유력하게 거론됐던 인물이다. 윤 내정자와 함께 ‘김·장·리 법률사무소’의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는 김의재 변호사는 동료의 내정 소식을 전해 듣고 “당시 대법원장으로 가는 줄만 알았는데 그렇지 못해 사무실 변호사들이 함께 실망한 기억이 난다”며 기뻐했다.

    다른 법조계 인사들도 대부분 “될 사람이 됐다”며 호평했다. 윤 내정자가 대법관으로 일할 때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했던 한상호 변호사는 “조용히 내실을 기하고 워낙 합리적인 분이어서 후배 법관들의 신망이 두터웠다”고 회고했다. 재판연구관으로 윤 내정자를 보좌했던 광주고법 김용균 부장판사는 “법률지식과 법이론에 해박하고 법관으로서의 인품 등 무엇 하나 흠잡을 데 없는 분”이라고 평가했다. 검찰 출신 인사 중 심재륜 전 고검장도 “74년 초임시절 공판검사로 윤 내정자의 재판을 받은 적이 있는데 ‘참 바른 판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윤 내정자의 이런 성품을 잘 나타내주는 일화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는 ‘조용하고 인화를 강조하고 합리적’이라는 그의 성품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바로 이 때문에 한편에서는 그를 ‘무색무취’하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윤 내정자의 성품이 헌법재판소장이라는 자리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함께 재판을 진행해본 적이 있다는 한 변호사는 “너무 ‘신사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때로는 권력이나 정치권으로부터 헌재를 보호해야 할 소장으로서의 직무를 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재판 진행에서나 헌재 행정에서나 나머지 재판관 8명의 의견을 통합하고 적극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괄괄한’ 성격의 현 김용준 소장과는 특히 대비되는 성품이어서 더욱 그렇다”는 것.

    윤 내정자는 대법관 시절 소수의견을 많이 내지는 않았지만 뛰어난 법해석 능력과 해박한 법지식으로 유명했다. 대법관으로서 마지막 해였던 94년에는 경찰관에게 부당한 감금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한 50대 시민이 경찰관을 상대로 낸 재정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보호실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었더라도 경찰서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유형 무형의 억압을 가했다면 불법감금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이 결정은 피의자의 인권과 아울러 헌법상 영장주의를 강조한 것으로 적지 않은 파문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윤 내정자는 같은 해 전교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해임된 전직 중학교 교사 2명이 교육청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 취소소송에서 “교육청이 징계를 위한 소명기회조차 주지 않고 서류심사만으로 해임을 결정한 것은 부당하다”며 교사들의 주장을 받아들이기도 했다. 79년 법원행정처 법정국장으로 일하면서는 민원인들의 원성이 자자했던 등기업무를 개선해 불필요한 서식과 절차를 없애고 등기소의 문턱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街人) 김병로 선생의 손녀사위로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는 처남 매부 사이. 변호사인 이택돈(李宅敦) 전 의원과는 동서지간이 되는 등 호남 명문 법조인 집안 출신이다. 37년 전북 순창에서 태어나 서울대 법대를 거쳐 63년 임관했으며 94년 대법관을 끝으로 개업했다.

    새로운 소장을 맞은 3기 헌법재판소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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