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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예·왕건·견훤 다룬 역사 이야기

후삼국 인물 ‘바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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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궁예로 출연한 김영철씨의 인기가 상한가다. 깨끗하게 밀어버린 머리카락, 근육미를 보여주는 단단한 체격, 굵은 목소리가 영웅의 풍모를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란다. 그래서인지 베조각으로 감싼 안대조차 그럴듯한 장식처럼 보인다. 상대적으로 왕건의 인기는 기대만 못한 모양이다.

이에 대해 김영철씨는 연기생활 26년만에 찾아온 기회라고 말했다. 그렇게 보면 역사인물 궁예는 드라마 ‘태조 왕건’의 인기에 힘입어 1000여 년만에 재평가받을 기회를 잡은 셈이다. 최근 역사학자와 소설가들이 ‘궁예’의 명예회복을 위해 기꺼이 펜을 들었다.

동아일보 신춘문예 출신인 소설가 강병석씨의 ‘궁예’는 나온 지 한 달이 못돼 2쇄에 돌입했다. 전 3권의 대작이지만 소설답게 쭉쭉 읽히는 재미가 쏠쏠하다. 저자는 흔히 알고 있는 패륜아요, 포악한 군주 궁예 대신 “백성을 괴롭히는 것은 모두가 우리의 적이다”며 미륵용화사상을 펼치려 했던 백성들의 영웅 궁예를 그리고자 했다.

저자가 궁예에 집착하게 된 것은 열 살 무렵 황무지 개간을 위해 휴전선 부근 철원 땅으로 이주하면서부터라고 한다. 이 지역은 궁예가 죽음을 맞을 때까지 거의 전 생애를 보낸 역사의 현장으로, 저자는 토박이 노인들로부터 자주 궁예의 전설을 들었다. 궁예가 말하기를 “비겁한 놈의 친구가 되는 것보다는 정직한 놈의 원수가 되는 게 더 낫다. 독사와 전갈은 조심하면 피할 수 있지만 비겁한 인간은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이도학교수(국립한국전통문화학교 문화재관리학)의 ‘궁예 진훤 왕건과 열정의 시대’ 역시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까지 지배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역사서에 적혀 있다고 해서 역사적 사실은 아니다”며 “이제 우리는 역사의 행간을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즉 이긴 자(왕건) 중심으로 서술된 기존의 역사교과서를 바꿔 쓰겠다는 의지다.



특히 패륜아로 낙인찍힌 궁예의 내면세계, 이상과 꿈을 현장답사와 각종 문헌자료를 통해 복원하며 역사의 라이벌이었던 진훤과 왕건의 경제-호족-외교시책뿐만 아니라 참모까지도 비교분석한 부분이 흥미롭다. 또 진훤에 대해서는 지역감정의 원흉이라고 매도당하는 부분을 해명하는 데 주력했다.

김갑동교수(대전대 인문학부)는 보다 정사(正史)에 충실한 대중역사서 ‘태조 왕건’을 내놓았다. 김교수가 주목한 것은 신라가 쇠망하고 고려가 건국되는 역사적 과정이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다. 그 혼돈의 과정에서 역사는 어떤 형식으로 발전하고 민중과 호족은 어떻게 그 과정에 참여했는지 의문을 품고 이 연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한편 최근 재야 역사학자나 소설가, 드라마 작가들이 역사를 흥미롭게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역사를 왜곡시키고 있다는, 사학자로서 ‘불편한’ 심기도 이 책을 내게 된 동기가 됐다.

김교수는 ‘태조 왕건’에서 왕건이 펼친 세가지 통일전략을 강조한다. 무력통일을 지양하고 끝까지 유화정책을 폈다는 점, 당나라 말기 오대 십국의 혼란 속에 있는 중국(외세)을 적절히 이용하면서 자주적인 통일이 되도록 이끌었다는 점, 그리고 고려 건국 후 억울하게 노비가 된 자를 풀어주고 조세를 감면하는 등 국가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노력했다는 점 등이다.

이도학교수의 말대로 한국사에서 가장 박진감 넘치고 생기 가득했던 후삼국 시대를 세 저자가 각각 어떻게 해석했는지 비교하는 것도 흥미로운 책읽기가 될 것이다.

궁예/ 강병석 지음/ 태동출판사 펴냄/ 각 360쪽(전3권)/ 7500원

궁예 진훤 왕건과 열정의 시대/ 이도학 지음/ 김영사 펴냄/ 357쪽/ 9000원

태조 왕건/ 김갑동 지음/ 일빛 펴냄/ 432쪽/ 1만3000원



주간동아 2000.06.08 237호 (p9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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