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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교도소 ‘실험’

전자족쇄 차고 집에서 감옥생활

올여름부터 본격 시행…“죄인들 사회 적응 기여” “인간존엄성 침해” 논란 가열

전자족쇄 차고 집에서 감옥생활

전자족쇄 차고 집에서 감옥생활
앞으로 프랑스에서는 각종 범죄로 인해 유죄판결을 받고도 감옥에 갇히지 않고 계속 직장에 출근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프랑스 정부는 범죄자들이 가정이나 직장에서도 자유롭게 수형생활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1997년 12월19일자 법률을 올 여름부터 시행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물론 성냥갑 크기의 전자 감시 센서를 부착한 검은 플라스틱 손목 팔찌나 발목 족쇄를 찬 상태에서다.

이러한 법률은 현 사회당 정부가 추진하는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범죄인들의 빠른 사회적응과 가정 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동시에 과밀상태에 있는 기존 교정시설의 공간부족을 해소해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 위해서 마련되었다. 이 법률은 법원 최종심에서 1년 이하의 형을 받거나 잔여형기가 1년 이하인 죄인들을 적용대상으로 하며 판결시 판사가 제안하고, 의무적으로 죄인의 자발적인 동의를 구한 뒤 선고하거나 실시하도록 되어 있고, 임시 가석방된 죄인들도 전자 감시 센서를 부착하도록 되어 있다.

이 전자 감시 센서를 부착한 범죄인은 법원 판결시 판사에 의해 지정된 장소, 즉 죄인의 가정이나 직장, 환자의 경우 병원의 전화망을 통해 15초 간격으로 전파를 통해 현 위치가 확인되며 전파가 약하거나 사라지면 자동적으로 중앙 감시센터에 경고 신호가 켜지고 지정된 장소에 계속 머무르고 있는지 전화로 음성확인을 하거나 교정요원들이 위치 확인을 위해 즉각 출동하게 된다.

전파가 장기간 잡히지 않을 경우 당연히 탈옥으로 간주되며 이 경우 다시 붙잡히면 다시는 가정이나 직장 내 수형생활을 할 수 없게 된다. 가정에서 직장으로의 이동시간 등은 판결 당시 법원에서 정해지며 정해진 시간 외에는 지정된 장소를 벗어날 수 없고 이를 어길 경우 곧바로 감옥으로 이송된다. 물론 주기적으로 죄인의 행동양상을 체크해 법원에서 지정 장소나 이동시간 등을 바꿀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같은 법률 적용이 예고되면서 여론은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열띤 논란을 벌이고 있다. 찬성하는 쪽은 교도소의 과밀을 해소하고 죄인들의 사회 적응에 크게 기여한다고 반기고 있지만 반대하는 쪽은 전자 센서 장비가 과거 노예선의 노예들이 차던 족쇄를 연상시킨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들은 이 장치를 달고 사회생활을 하는 죄인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따가운 시선이 오히려 죄인들의 죄과와는 별개인 인간의 존엄성 자체를 침해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계속해서 반대론자들은 이동의 자유가 제한된 사회활동이 죄인 스스로와 그 가족에게 감옥생활보다 더 큰 스트레스를 준다고 주장하고 있다. 직장이 있는 죄인을 대상으로 하기에, 사회적 극빈자들은 스스로 원하더라도 이 시스템을 적용받지 못한다며 죄인들 사이의 사회적 불평등을 반대 이유로 내걸기도 한다.



교도관들의 반응도 나뉘고 있다. 교도관 다수가 가입한 ‘전국교도관 노조’와 전국적 노동조합체 중 하나인 ‘노동자의 힘’ 산하 교도관들은 전자 장비가 죄인들을 교도소의 담장 밖에서 감시하도록 허용하므로 자신들의 노동여건이 좋아질 것이라며 반기고 있는 반면, ‘전국노동총연맹’ 산하 교도관들은 이 장비가 단지 인간을 고도로 감시통제하는 수단에 불과하며 보호관찰제나 조건부 가석방 같은 기존의 유연한 교정수단들을 사라지게 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일간지 르몽드는 이 제도가 입법 의도대로 죄수들의 적극적인 사회통합을 도와 재범죄 가능성이 낮아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으며, 족쇄와 같은 전자 감시 장비가 이를 부착한 이들의 심리상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된 바 없다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르몽드는 이미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다수 국가들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열거하면서 이 국가들 모두가 상이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자 감시 장비를 이용한 형무소 밖 수형생활의 도입은 1983년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미국은 연방국가 차원에서 이 제도를 광범위하게 이용하고 있으며, 지정된 장소를 벗어난 죄인은 위성을 통해 감시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현재 알코올이나 마약 관련 초범들 6000명 정도가 전자 장비를 부착한 채 감옥 밖에서 수형생활을 하고 있고 여론도 긍정적이다. 캐나다는 전자 장비가 나오기 이전인 1946년부터 가정내 수형생활을 실시했고 1987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전자 장비를 이용했으며 현재 4개 주에서 이를 실시하고 있지만 연방정부 내에서는 전자 장비에 대한 반대 의견이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 그 이유는 전자 족쇄를 부착하고 수형생활을 한 죄인들의 재범률이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국가들 중에서는 영국이 1989년 이 제도를 실시했다가 교정당국의 반대로 실패했었고 1995년부터 새로운 시스템을 연구중인데, 감옥 밖 수형생활이 사회적응 목적이라기보다는 단지 사적 자유에 대한 형벌의 하나로 이해되고 있다. 1995년부터 같은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네덜란드는 6개월 이상 이 제도를 실시하지 못하게 되어 있고, 감옥 수형생활 막바지에 사회적응을 위한 단계로만 이 형벌을 사용한다. 네덜란드 교정당국은 전자 감시 장비를 착용한 상태에서의 자유시간을 늘리는 방법을 모범적인 수형생활의 대가로 활용하며 교정당국은 그 효율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전자 장비 감시 형벌이 가장 엄격한 나라는 스웨덴이다. 현재 음주운전자 56%가 전자 감시 장비를 부착한 채 사회생활을 하고 있고 장비 부착 기간 중 음주나 마약복용이 절대적으로 금지되며 규칙적으로 교도관들의 가정방문을 받아야 한다. 스웨덴 교정당국의 원칙은 처벌이 아니라 보호관리인데 앞으로 감옥에 있는 죄수들의 85%까지 이 시스템을 적용할 예정이다.

이처럼 전자 감시 장비를 이용한 감옥 밖 수형생활은 이미 이를 시행하고 있는 북미나 유럽 국가들마다 시스템 적용 상황과 평가가 상이하게 나오고 있다. 올 여름 전자 감시 장비를 이용한 감옥 밖 수형생활 시행에 들어갈 프랑스에서는 이 제도가 범죄자들의 사회적응에 긍적적으로 작용할지 부정적으로 작용할지, 전자 감시가 제한적이나마 범죄자들의 자유와 인권을 좀 더 개선시킬지 아니면 고도의 기술로 이를 더욱 침해하고 악화시킬지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 1975년 ‘감옥의 탄생’이란 부제가 붙은 ‘감시와 처벌’이란 저서를 통해 권력이 인간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교정시설을 이용해 왔고 이 속에서 자본주의 사회가 필요로 하는 근대적 주체가 등장했다고 분석한 미셸 푸코가 살아 있다면 이 새로운 교정수단을 어떻게 분석해 낼까. 프랑스의 인문사회과학자들 중에서도 특히 범죄사회학이나 범죄심리학 전공자들은 올 여름 이후 꽤나 바빠질 것 같다.



주간동아 2000.06.08 237호 (p5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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