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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강삼재 의원

“이회창 대세론은 허구”

한나라 당권도전, 대의원 혁명 시도…“黨 전면쇄신 노력 지켜보라”

“이회창 대세론은 허구”

“이회창 대세론은 허구”
4월27일 있은 한나라당 당무회의에서 5월31일 전당대회 개최를 확정했다. 이날 회의에서 김덕룡 박관용 박근혜부총재 등이 “정략적 발상이 앞선 것”이라는 이유로 5월 전대를 반대했지만, 결국 주류의 조기 개최 입장에 따라 표결로 처리됐다.

이제 관심이 쏠리는 것은 “총재 경선에 많이 나올수록 좋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감에 차 있는 이회창총재에 맞서 과연 누가 당권 도전을 할 것이냐는 점. 이번 총선으로 ‘40대 5선’의 흔치 않은 고지에 오른 강삼재의원(48)은 이미 일찌감치 도전장을 내밀었고, 김덕룡 강재섭의원과 손학규 전의원이 출마 여부를 고민중이다. 그러나 막상 도전을 ‘감행’할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고 보는 것이 한나라당의 내부 분위기. 현재로서는 유일하게 이총재와의 ‘대립각’을 세운 강삼재의원에게 당권 도전의 명분과 전망 등을 들어본다.

한나라당의 정체성에 대한 회의가 이번 당권 도전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당이 못쓰게 됐다. 야당도 여당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에, 아마추어가 끌고 가는 정당이 한나라당이다. 권위주의 독선 독단 독주 등 못된 것은 다 있고, 합리적인 사람들은 목소리를 낮추고 있다. 사무처 직원과 당 간부들도 활기를 잃고 죽어 가는 당이다.”

이번 총선에서 원내 제1당을 지키는데 성공하지 않았나.



“영남 의석만 석권했지 수도권은 패했고 강원도와 충청, 제주까지 내줬다. 지난 15대 총선에서는 신한국당이 수도권에서도 압승을 거뒀다. 영남은 이총재가 연고권을 주장하기에는 너무 가변적이다. 100% 장담하는데 영남 사람들은 마음 속에 아직 대통령 후보를 정하지 않았다. 그저 현 정권의 거듭된 실정, 특히 인사 문제에 따른 ‘반 DJ정서’에 따라 한나라당에 표를 몰아주었을 뿐이다. 여기에 선거 막판에 터진 남북정상회담 발표가 영남 사람들을 결정적으로 돌아서게 만들었다. 그게 없었더라면 김중권 전청와대비서실장이나 노무현 전의원은 당선됐을 것이다. ‘이번에는 당을 보지 않고 사람보고 찍겠다’던 사람들도 남북정상회담 소식이 들리니까 주먹을 쥐고 몰려왔다. 또 수도권에서도 이총재가 지원 나가서 좋아진 곳이 있느냐. 당 지지도보다 이총재 개인 지지도가 더 낮았는데….”

그렇다 해도 지금 당내 분위기는 ‘이회창 대세론’이 장악하고 있는데….

“그게 객관적으로 검증이 안된 막연하고 어정쩡한 대세론이라는 것이다. 총선에서 133석 얻었다고 마치 다음 대선의 대통령 당선증을 얻은 것처럼 착각해서 교만에 빠져 있는데, 이대로 가면 필패(必敗) 구도다. 앞으로 여당에서 대통령 후보로 나올 상대는 DJ가 아니라 잘 포장된 제 3의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도 ‘새 제품’을 만들고 잘 단장해 내놓지 않으면 막연한 ‘반 DJ정서’에 따른 반사이익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 그런데도 막연한 승리감에 도취해서 본질적인 문제점은 덮어둔 채 누구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다.”

지금의 ‘이회창 체제’가 비민주적이라고 규정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물론 야당에서 총재 권한은 막강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총재 체제는 완벽하게 당내 비주류를 인정하지 않는 체제다. 완전한 ‘독식체제’다. 과거 DJ나 YS도 어느 정도는 비주류를 인정했다. 51% 지분만 가지면, 즉 ‘당 경영권’만 가질 수 있다면 49%는 대충 양보했다. 그런데 이총재는 너무 권위주의적이다. 자기에게 듣기 싫은 말을 한 기억이 오래 간다. 벌써 인상이 틀어지고 앙금을 가진다. 이것 몇 번 경험한 사람이면 고언(苦言)하지 않는다. 역시 정치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총재는 가슴이 없다. 동지애도, 유대감도, 화합을 이루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아주 위험한 퍼스낼리티를 가지고 있다. 이런 품성으로 국가 운영을 한다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하면서 이런 지도자를 본 적이 없다. 지구당위원장들도 이총재에 대한 애정이 없다. 그저 막연하게 대세려니 하고 줄설 따름이다. 이래서는 당 조직이 사상누각(砂上樓閣)일 수밖에 없다. 무슨 문제가 생겼을 때 내가 죽더라도 총재를 위해 몸을 던져서 막을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이래서 무슨 차기 정권을 창출하나.”

당권 도전을 선언하기 전 누구와 상의한 적이 있는가.

“없다. 나는 비록 40대지만 5선의원이고, 사무총장을 두 번 지냈다. 선수(選數)로만 따지면 당내 세 번째 서열이다. 5선 의원이 다른 사람 눈치볼 일 있겠나. 정권교체 이후 YS가 상처를 입고, 그 상처에 나도 책임이 있다 싶어 그동안 침묵했지만, 이런 내가 이 순간마저 침묵할 수는 없다.”

YS가 최근 다음 대선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임을 밝혔는데….

“이 점은 분명히 해야겠다. 어떤 경우이든 YS와의 개인적 인연을 부인할 수 없고, 신의도 반드시 지킬 것이다. 그로써 불이익이 온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YS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 상도동에 돌아왔을 때 강삼재와의 정치적 고리는 없어진 것이다. 나는 YS에게서 어떤 기대도 하지 않는다. 이미 YS가 정치하던 시절의 틀과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전직 대통령의 한계도 잘 안다. 이번 당권 도전은 강삼재식의 정치를 선언한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민국당으로 갈 것이라는 애기가 그치지 않았었는데….

“5선 도전에 사무총장을 두 번씩이나 한 사람이 그런 당에 갈 수 있을 것 같은가. 다만 한때 동지였던 사람들이기에 의리상 마지막까지 ‘가지 않는다’ 소리를 하지 않았을 따름이다. YS에게도 국민 여론에 따라야지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고 진언했다. 지난번 민산(民山·민주산악회) 재건 파동 때는 정당을 세우기 위한 초보적 단체가 아니라 진짜 순수한 친목단체였기 때문에 참여한 것이다. YS가 일본 가는 길에 계란 봉변을 당하고 서러워서 홧김에 그런 것인데, 그걸 이총재는 오해하고 ‘오버’했다. 내가 분명 YS에게 ‘정당 만드는 것 아니다’라는 확약까지 받고 이총재에게 전했는데, 이총재는 나를 당무위원직에서 박탈했다. 화근을 없애려 한 것이다. 이게 상생(相生)의 정치인가.”

너무 무모하다는 말을 듣지 않는가.

“많이 듣는다. 다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한다. 나말고 다른 사람이 나와 이총재의 권위주의적 당 운영에 제동을 걸었으면 나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나마저 침묵할 수는 없었다. 내가 몸 던지지 않으면 그냥 재추대로 갈 판이다. 그렇다고 계란으로 바위치기로만 보지 말아달라. 나에 대한 격려도 지금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결코 ‘웃기네’하는 결과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그런 장담의 근거는?

“이번 경선에 나는 ‘세대 혁명, 젊은 정치’라는 구호를 내걸 것이다. 과거보다 여건이 좋을 것이라 본다. 우선 386 당선자들이 “줄서기 안 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물론 이총재는 과거처럼 지구당위원장들을 줄세우려 할 것이지만, 굉장한 거부감을 부를 것이다. 시대는 분명히 변화의 흐름 속에 있다. 나는 ‘대의원 혁명’을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정당 운영의 노하우에 관한 한 강삼재는 고수급이라고 해도 좋다. 43세에 처음 사무총장 맡았을 때 다들 1개월도 못돼 중도하차할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최장수 총장을 지냈다. 나이가 어린 관계로 4선하면서 거치지 않은 중간당직은 없다. 나라면 당 소속원들에게 내가 주인이라는 동기부여를 줄 수 있다. 지금은 당이 총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나는 ‘당권을 당원에게’라는 구호로 설득할 것이다. 이게 가장 결정적이라고 본다.”

4월26일 김덕룡부총재와 만나 무슨 얘기를 나누었나.

“당내 여러 문제점을 논의하다, 이총재로는 안되겠으니 내게 선배의 무게를 실어달라고 얘기했다. 대권 후보가 아니라 총재 경선이니까 이번에는 김부총재가 대승적 차원에서 후배의 후견인이 되는 것도 장기적 관점에서 유리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당권 도전을 대권 후보의 연계선상에서 계획한 것은 아닌가.

“‘포스트 이회창’을 노린 포석은 절대 아니다. 그런 강삼재가 아니다. 당을 전면 쇄신해서 신명나고 활기찬 당을 만들어 대권 후보들에게 공정한 경쟁을 할 마당을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다. 대권 경선이 아니기 때문에 나의 이런 취지에 많은 사람이 공감할 것이라 믿는다.”



주간동아 2000.05.11 233호 (p2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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