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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남북 정상회담

김일성 사망에 “우째 이런 일이”

YS, 94년 남북정상회담 보름여 남기고 ‘불발’…멀어진 ‘통일의 꿈’ 아쉬움

김일성 사망에 “우째 이런 일이”

김일성 사망에 “우째 이런 일이”
1994년 6월18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지미 카터 전미국대통령과 오찬을 함께하던 김영삼 당시 대통령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북한 김일성주석이 언제 어디서든 조건없이 당신과 만나고 싶어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메시지를 카터 전대통령이 전했기 때문. 김전대통령은 “좋다. 빨리 만나고 싶다”며 흔쾌히 수락했다. 주돈식 청와대 대변인은 같은 날 오후 이같은 사실을 발표했다.

김전대통령은 93년 2월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민족은 어느 동맹보다 더 중요하다. 백두산이든 한라산이든 어디든 좋다. 남북 정상회담을 하자”고 북측에 제안한 상태였다. 94년 2월 취임 1주년 기자회견 때도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특사교환’을 북측에 제의했었다.

19일 카터 전대통령의 수행원들을 통해 북측의 진의를 다시 한 번 확인한 정부는 20일, 북측에 “예비접촉을 갖자”고 전격 제의했다. 남북간 첫 예비접촉이 이루어진 것은 6월28일. 김전대통령은 접촉에 앞서 정종욱 외교안보수석에게 “장소 등 모든 사안에 유연하게 대처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우리측 수석대표는 이홍구 부총리겸 통일원 장관이었고 북측 대표는 김용순 최고인민회의 통일정책위원회 위원장이었다.

남북 관계자들은 이날 처음 만나 8시간의 마라톤회의 끝에 ‘남북정상회담 합의서’라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남북 정상회담은 7월25일부터 7월27일까지 평양에서 개최하되 체류 일정은 필요에 따라 더 연장할 수 있다”는 내용. 물꼬가 트이자 협상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남북 양측이 접촉장소로 삼았던 곳은 판문점. 7월1, 2일 있었던 남북간 판문점 접촉에서는 정상회담의 실무절차와 관련된 합의서가 교환됐다. 선발대 파견문제 등이 매듭지어진 것. “7월13일부터 3박4일 동안 17명이, 20일부터 25명의 선발대가 두 차례 평양을 사전 방문한다”는 것. 김전대통령이 묵게 될 숙소와 만찬장 등의 사전답사를 통한 신변보호, 북한이 기습적으로 연출할지 모르는 체제선전 행사 등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단독정상회담은 두 차례 이상, 대표단 숫자는 100명으로 하고, 취재진은 80명으로 한다는 원칙도 정해졌다.



7월6일에는 의전문제가 매듭지어졌다. 남북이 서로를 국가로 인정하지 않음에 따라 김전대통령이 평양까지 타고 갈 자동차나 김전대통령이 묵을 숙소에 태극기를 달 수 없게 됐다. 김일성주석과의 회담장에도 양측 국기는 내놓지 않기로 했다. 외국 국가 원수에 대한 예우를 위해 초청국이 친선의 표시로 행하는 의장대 사열도 생략했다.

7일 통신문제와 관련한 실무접촉에서는 “정상회담 기간 중 위성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는 합의가 이루어졌다. 당시 가설돼 있던 남북직통 전화는 22회선. 혹시라도 이 회선이 단절될 비상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우리측의 요구를 북측이 수용한 결과였다. 남북회담 사상 위성전화 사용이 합의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8일 경호문제 접촉에서도 훈풍은 이어졌다. 양측은 이날 오전 쉽게 합의를 끝내고 “13일 평양실무회담에서 보자”며 기분좋게 헤어졌다. 우리측 경호요원 50명의 북한파견도 매듭지어졌고 북측은 10일 우리측의 북한 체류일정을 전달해 주기로 했다.

모든 것은 순조로웠다. 국민도 얼마 뒤면 있을 남북 정상간 만남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역사는 김전대통령으로부터 뒷걸음질쳤다. 전혀 의외의 변수가 돌출했다. 중국 관영 신화사 통신은 9일 오전 11시29분 김일성주석의 사망소식을 전세계에 타전했다. 김영삼-김일성 회담이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김전대통령은 김주석의 사망소식을 접하고 이날 오후 긴급소집한 임시국무회의에서 “남북 정상이 만나 흉금을 터놓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려던 것이 이루어지지 못해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전대통령은 여러 모로 불운한 대통령이었다.



주간동아 230호 (p2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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