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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남북 정상회담

“경호·의전 신경쓰이네”

“아직은 적” 대통령 경호실·호위총국 사전 조율… 무장 여부 등 논의 대상

“경호·의전 신경쓰이네”

“경호·의전 신경쓰이네”
아직 한반도는 정전(停戰)체제이므로, 남북한은 ‘주적’(主敵) 관계에 있다. 주적 관계에 있는 양쪽 정상이 만나는 것은 흔치 않은 경우이므로, 경호와 의전 업무에 신경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의전은 초청국과 방문국이 취하는 관례가 있으므로 이를 따르면 되지만, 경호에는 국제 모델이 없다. 따라서 김대중대통령의 방북에 앞서 대통령경호실은 우리의 경호실에 해당하는 북한 호위총국(사령관 이을설원수·79)과 남북 정상 경호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해야 한다.

호위총국은 조선인민군과는 별개 조직이나, 똑같은 계급과 편제로 구성된 군사조직이다. 요원수는 무려 10만여명. 호위총국은 김정일은 물론이고 정치국원에 대한 신변 경호와 주석궁 노동당 중앙청사 등 주요 시설물에 대한 경비도 “경호·의전 신경쓰이네”

전담한다. 호위총국의 사령관 이을설의 계급은 원수이나, 인민군의 3대 핵심 지휘관인 김일철 인민무력상(우리 국방부 장관에 해당)과 김영춘총참모장(합참의장에 해당), 조명록총정치국장(국군 기무사령관과 흡사)의 계급은 차수다. 호위총국 사령관이 인민군 최고지휘관보다 계급이 높은 것은 호위총국이 북한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짐작케 하는 요소가 아닐 수 없다.

김대통령 방북과 관련한 경호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남쪽의 대통령경호실 대표와 북쪽의 호위총국 대표가 만나 양측의 경호원 수, 무장 여부와 무장 정도, 경호 범위 등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경호시 무선통신은 전부 암호로 전달하므로 우리측이 사용할 무선 주파수도 합의해야 한다. 양국 정상이 회담을 하거나 기자단 앞에서 공동 발표를 한다면 경호실과 호위총국은 합동 경호를 해야 하는데 이때 각자의 경호 범위에 대해서도 사전에 조율해야 한다.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경호업무를 위해서는 ‘가상 적국’이었던 미-소와 미-중간 정상회담 때의 경호를 참조할 만하다. 특히 닉슨-마오쩌둥(毛澤東)간의 첫번째 미-중 정상회담은 베이징에서 열렸으므로, 대통령경호실은 이때의 경호 사례를 집중 분석할 필요가 있다. 또 동서독 정상이 가졌던 네 차례 정상회담 경호도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경호는 경호실이 전담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 대통령이 외부 행사를 갖게 되면 경호실이 근접 경호를 담당하고, 경찰특공대(8688부대)와 국군기무사 예하 특공대(868부대)가 주변 건물과 산 등에 잠복해서 외곽 경호를 담당한다. 미국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해 외부 행사를 가질 때는 대개 미국 재무성 산하 대통령경호팀(SS)이 근접 경호를 담당하고, 한국의 청와대 경호실, 경찰과 기무사 특공대가 외곽 경호를 담당한다.

일본이나 호주 같은 우호국 정상이 방한할 때는, 아예 우리측 대통령경호실과 군경 특공대가 근접 경호와 외곽 경호를 전담하기도 한다. 이같은 방식은 양국 경호 당국이 사전에 초청국에서 경호를 책임지기로 합의했기 때문인데,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이러한 형태는 취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94년 7월25일 김영삼대통령과 김일성주석간에 남북 정상회담을 열기로 예정되자, 대통령경호실은 호위총국과 남북 정상 경호에 관한 실무협상을 가졌었다. 그해 7월8일 판문점 북측시설인 통일각에서 열린 첫 번째 실무회담에서 양쪽은 ‘남쪽의 경호원은 권총과 무전기, 그리고 금속탐지기 등 기본장비를 휴대한다’ ‘남측 경호원 수는 총수행원 수 중에서 절반 정도로 한다’ ‘남북 정상이 참석하는 회담장에는 남북 경호원 모두가 들어가지 않는다’ ‘남측 정상이 행사를 가질 때는 기본적으로 대통령경호실이 근접 경호를 주관하나 외곽 경호는 호위총국이 담당한다’는 것 등에 합의했었다.

이어 양측은 “대통령경호실은 7월13일부터 16일까지 실제로 정상회담이 열리는 평양에 선발대를 파견해 경호지역을 사전 점검케 한다”고 약속했었다. 이때 방송 관계자들도 동행해 생방송 환경을 검토하기로 했으나, 1차 실무회담이 열린 7월8일 김일성이 사망함으로써 경호실 선발대의 방북은 무산됐다. 하지만 이때의 합의사항 중 상당 부분은 김대중대통령의 방북에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은 비행기보다는 차량을 이용해 방북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 김대통령 전용차에 태극기를 다는 것과 한국 경찰의 사이드 카가 어디까지 배웅하는지가 문제될 수도 있다. 94년 정상회담 준비 때는 남북 모두 정상이 탄 전용차에 태극기와 인공기를 달지 않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었다. 이번 김대통령 방북에서도 같은 방안이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회담을 잘 했더라도 경호에 실패하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아직 남북은 서로에게 원한을 품은 사람이 많은 주적 관계에 있으므로, 회담 성사보다도 완전한 경호가 더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日서 받아낼 100~200억弗 ‘종잣돈’ 유력

한국이 빚보증 서 ADB 등 차관 받을 때는 술술 풀릴 수도


지난 3월9일 김대중대통령이 베를린에서 북한의 열악한 전력-도로 등 사회간접자본 확충을 지원하고 농업 구조 개선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을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김대통령이 4월1일자 동아일보 창간 80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다시 “총선 후 남북관계에 큰 진전이 있고, 특히 대규모 북한 특수(特需)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을 때도 많은 사람이 의문을 표시했다. ‘아무 것도 없으면서, 총선을 앞두고 여당에 유리한 북풍(北風)을 일으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면서.

이러한 의문은 4월10일 남북이 정상회담(북한측 표현은 북남 최고위급회담) 개최를 발표함으로써 어느 정도 풀리게 됐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이 북한의 사회간접자본을 건설하게 됨으로써 특수를 누릴 것이라는데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 특수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 무슨 수로 남북한(특히 북한)이 돈을 마련할 것인가.

이에 대한 해답은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한 박지원장관과 별도로 은밀히 북한 특수문제를 다뤄온 황원탁 대통령외교안보수석에게서 찾아야 한다. 황수석팀에서 생각하는 북한의 특수 ‘자금 줄’은 ‘북-일 수교’다. 박정희정부가 산업화 정책을 펼 수 있었던 데는 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과정에서 일본측으로부터 받아낸 대일청구권 자금 5억달러가 ‘종잣돈’이 되었다. 북-일 수교를 위한 회담은 중단된지 7년 반만인 지난 4월5일 평양에서 재개됐는데, 이 자리에서는 과거 일본이 북한 지역에서 행한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문제가 이슈가 됐다. 이 회담에서 북한은 “2차대전 때 북한과 일본은 전쟁 당사자였다”며 “패전국인 일본은 전쟁 배상금을 지불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일본은 “북한과 교전한 바 없다”며 “경제협력 형태로만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고 맞섰다.

일본의 이러한 주장은 북한에 청구권 자금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65년 한국이 받은 대일 청구권 자금을 근거로 북한 인구와 그간의 인플레를 따져 계산해보면, 일본이 북한에 줘야 할 자금은 대략 100억∼200억달러가 될 것이라 보고 있다. 일본이 이러한 거금을 북한에 지불하기까지는 지루한 협상이 계속되기 때문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남북한은 이를 마냥 기다릴 수 없으므로, 일본으로부터 받아낼 배상금을 담보로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으로부터 차관을 끌어낸다는 것. 하지만 북한의 신용으로는 차관을 받아낼 수 없으므로, 한국 정부가 보증을 서 두 은행으로 하여금 차관을 지급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빠른 시간 내에 두 은행이 거액의 차관을 제공하면, 북한은 보증에 대한 답례로 한국 기업들에 집중적으로 사회간접자본 건설과 농업 생산 기반시설 건설을 발주하게 된다는 것이다. 황수석팀의 복안은 매우 그럴 듯해 보이지만 넘어야 할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한국정부가 ADB나 IBRD 보증을 설 수 있는지의 문제.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보증은 두 은행에서 받아줘야 할 문제지, 우리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두 번째로는 현재 회담을 진행중인 미국과 북한의 태도. 지금까지 북한은 이 협상이 자기네 의도대로 가지 않으면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는 등 군사적 긴장도를 높여 왔다. 미-북간의 의견 차이로 북한이 군사적 긴장도를 높이게 되면, 미국은 두 은행의 대북 차관 지원을 적극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

세 번째로는 국내 보수파들의 움직임. 이미 상당수의 보수파들은 “박지원장관이 무엇을 주었기에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에 응했느냐”며 회의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95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영삼대통령은 북한에 쌀을 제공했었다. 그런데 북한이 북한 항구에 입항한 시아펙스호에 인공기를 게양함으로써, “왜 북한에 쌀을 지원하느냐”는 보수파들의 목소리가 높아진 적이 있다.

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 우리가 상당한 양보를 한 것이 드러나거나, 북한이 자기측 사정으로 우리 체면을 구긴 것이 드러나면 보수파들은 어김없이 북한 특수에 제동을 걸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제동은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제동이 아니라 자칫하면 김대중정부에 대한 제동이 될 수도 있다. 북한 특수는 과연 실현될 것인가. 김대중정부가 ‘모 아니면 도’ 게임을 시작한 것만은 분명하다.




주간동아 230호 (p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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