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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원대 운영권 송사

“엎치락뒤치락” 두 여걸 법정 싸움

이길여 김용진씨 인수절차 적법성 공방 1년…학교측 “교육부 책임 크다”

“엎치락뒤치락” 두 여걸 법정 싸움

“엎치락뒤치락” 두 여걸 법정 싸움
입시부정과 재단비리 등으로 학내 분규가 끊이지 않던 경기도 성남시 경원대학교. 98년 12월 이길여 길의료재단 이사장의 재단 인수로 정상화의 길을 밟아가는 듯했으나 작년 4월 또다시 재단 운영권을 둘러싼 법적 분쟁에 휘말렸다. 최근 이 분쟁이 종반을 향해 치닫고 있어 당사자뿐 아니라 교육부도 재판부 판결을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다. 한쪽은 교육부의 적법한 승인을 받아 정식으로 학원 운영권을 인수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다른 한쪽은 남편이 설립, 남편의 손때가 곳곳에 묻은 학원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두 당사자는 이길여씨(인천 길의료재단 이사장)와 김용진씨(경기 성남 성일학원 이사장). 이씨는 58년 인천 동인천역 부근에 개인병원을 열어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뒤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78년 종합병원을 설립해 이를 국내 10대 종합병원으로 키운 주인공.

김씨는 90년 남편 김동석박사를 불의의 교통사고로 잃을 때까지 남편과 함께 경원학원을 설립하고 경원대 발전의 초석을 다진 주인공. 남편 타계후 1년여 동안 직접 경원학원을 운영하다가 손을 뗐지만 지금도 5개의 중-고교를 거느린 성남 성일학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

현재 양쪽은 모두 자신들의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담당 재판부인 수원지법 성남지원 민사1부는 2월28일 경원대 재단 직원 추모씨에 대한 증인 신문을 벌이는 등 심리를 계속하고 있다. 최근까지 이 사건을 담당했던 최동식부장판사(현 서울지법 동부지원 민사1부장)도 “앞으로도 충분한 심리가 필요한 사건” 이라고 말하고 있다.

예선전은 김용진씨의 승리였다. 재판부는 김씨측이 낸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지난해 9월6일 이길여이사장 등 임원 8명에 대해 본안 소송 확정 판결 때까지 직무집행 정지 결정을 내린 것. 재판부는 이들을 대신해 허정훈변호사와 김용진씨 등을 이사 직무대행으로 지명했다.



이길여씨가 경원학원을 인수한 것은 98년 12월. 전임 이사장 최원영씨의 등록금 횡령으로 생긴 학교 재정 결손금 218억원을 일시에 보전하고 최원영씨로부터 학교 운영에 관한 일체의 권리를 인수했다. 교육부도 실사를 거쳐 이길여이사장의 취임을 승인했다.

그러나 김용진씨측이 여기에 브레이크를 걸고 나왔다. 김씨측이 문제삼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첫째, 이길여씨측 인사들을 재단 이사로 선임한 98년 9월14, 25일의 이사회가 절차상 문제가 있기 때문에 무효라는 주장이다. 또 91년 최원영씨에게 경원학원을 위탁해 놓았을 뿐인데, 최원영씨가 자신의 허락없이 이길여씨에게 학원을 넘긴 것은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길여씨측은 당연히 김용진씨측의 이같은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면서 재판부의 이사직무 집행 가처분 결정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도 재판부의 결정에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 교육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재판에 계류중이기 때문에 사법부 판단을 기다릴 수밖에 없지만 사법부도 (이길여씨측의 경원학원 인수를 승인한) 교육부 판단에 동의해 주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교수들은 재단이 법적인 분쟁에 휘말리게 된 것은 교육부 책임이 크다는 입장. 교수협의회 의장 서한석교수는 “최원영씨의 등록금 횡령 사실이 밝혀졌을 때 공개적이고 투명한 과정을 거쳐 재단을 제3자에 넘겨야 한다고 교육부 등에 전했지만 이같은 뜻이 무시됐다”고 주장했다. 서교수는 “어쨌든 길의료재단의 경원학원 인수를 교육부가 승인했기 때문에 교수들도 이를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라면서 “현재로선 사법부 판단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측은 재판부의 가처분 결정도 결정이지만 93년 경원대 입시부정 사건에 연루돼 도피행각을 벌였던 김용진씨를 이사 직무대행으로 지명한 것은 더욱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씨의 한 측근은 “경원학원을 10대 명문사학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갖고 재정손실금 218억원을 보전해 학교를 정상화시킨 재단은 직무를 정지당하고 그 자리를 입시부정의 ‘주모자’가 대행하고 있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82년 8개 학과 400명으로 ‘조용히’ 출발한 경원대는 그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 현재 9개 단과대학에 12개 학부를 거느린 종합대학으로 성장했다. 현재 교수진은 262명, 학생수는 8000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대순총장도 인정하듯 경원대의 과거 역사에는 시련과 고통이 있었다.

93년에 드러난 입시부정 사건도 그런 시련 가운데 하나. 당시 수사 결과 김용진씨는 부정입학생 모집을 지시한 혐의가 밝혀졌으나 유방암 치료를 이유로 미국에 체류중이어서 기소중지됐다. 이와 관련, 김씨의 한 측근은 “김용진씨는 입시부정에 관련되지 않았으며 직원들이 모든 혐의를 김씨에게 떠넘겼다”고 주장했다.

최원영씨에 의한 공금 횡령도 경원대가 겪은 시련 가운데 하나. 검찰은 당시 최씨의 횡령 사실을 밝혀내고도 일본으로 도피한 핵심 관련자의 신병을 확보할 수 없다는 이유로 최씨에 대한 수사를 사실상 종결, 그 배경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검찰의 이런 결정엔 최씨의 로비가 주효했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일기도 했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 다만 최씨가 98년 2월 당시 김대중대통령당선자의 한 측근을 만나 사정을 총괄하는 청와대 법무비서관 자리에 자신과 절친한 현직 검사를 천거하는 등 최씨의 로비 흔적이 일부 확인되기도 했다. 물론 최씨의 이런 요청은 이 측근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재 재판부는 길의료재단이 지난해 9월22일 낸 가처분 이의신청과 같은 해 11월6일 김용진씨측이 낸 이사회 결의 무효확인 청구 소송을 병합 심리하고 있다. 병합심리는 공수가 뒤바뀌어 진행되고 있는 느낌. 이길여씨측의 ‘창’ 공격에 김용진씨측이 ‘방패’로 막고 있다고나 할까.

이씨측은 우선 최원영씨의 작년 10월20일자 ‘확인서’와 김용진씨가 93년 10월3일 작성해 공증까지 한 유언서를 근거로 김씨측 주장이 근거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최씨는 이 ‘확인서’에서 자신이 학교 운영에 대한 일체의 권리를 인수받았고, 98년 9월25일 자신이 주재한 이사회도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고 확인하고 있다. 또 김씨의 유언서는 “학교법인 운영권을 ‘조건없이’ 최원영씨에게 넘기고 앞으로 운영권을 회복하거나 관여하지 않기로 확약한 바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김씨의 한 측근은 “유언서는 김씨가 암선고를 받고나서 작성한 것”이라며 “유언서란 기본적으로 당사자가 죽어야 효력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측근은 또 “문제의 부분이 어떻게 해서 유언서에 들어갔는지 모르겠지만 김씨가 그만큼 최원영씨를 믿었다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해명했다.

이 측근은 “기본적으로 이길여씨가 자산가치 2000억원 이상 되는 학교를 218억원이라는 헐값에 인수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큰 오산이었다”고 주장했다. 최원영씨가 학교 공금 218억원을 횡령해 구속될 위기에 놓인 점을 이용, 이를 대신 갚아주는 대가로 인수한 것은 사회 질서에 반하는 계약이어서 무효라는 것.

이씨측은 이에 대해 이씨가 경원학원을 헐값에 매입했다는 김씨측 주장 자체가 학원을 특정인의 소유물로 여기는 발상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씨가 현금으로 보전한 218억원은 재정난에 빠진 학교를 정상화하기 위한 것이지, 최씨의 빚을 대신 갚아준 것이라거나 학교 매각 대금으로 보는 것은 악의적인 주장이라는 것.

이처럼 양측의 공방은 끝도 없이 계속된다. 현재로선 법원의 판결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재판부는 앞으로 한두 차례 더 증인 신문을 한 뒤 심리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1심 재판이 종점에 다가오면서 이씨나 김씨뿐 아니라 경원대 관계자 모두 재판부에 더 관심을 쏟고 있다.



주간동아 225호 (p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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