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23

2000.03.02

‘지각 은퇴식’ 갖는 박치기왕 김일

  • 입력2006-02-06 10: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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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각 은퇴식’ 갖는 박치기왕 김일
    볼거리가 없던 시절 온 국민을 흑백 텔레비전 앞으로 끌어모았던 박치기왕 김 일선수(72)가 오는 3월25일 장충체육관 특설 링에 오른다.

    50대 초반이던 지난 81년 마지막 경기를 치른 지 20년만에 은퇴식을 치르는 것이다.

    김씨는 현재 고혈압과 혈관계통 질환으로 10년째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거동조차 힘든 몸을 이끌고 그는 이날 60년대부터 자신이 뛰고 달리고 박치기를 날리던 바로 그 무대에 서는 것이다.

    김 일선수는 95년 4월, 일본 팬 6만여명이 모인 도쿄돔에서 일본 스포츠 잡지가 주최한 은퇴식을 치렀을 뿐 한국에서 공식 은퇴행사를 가진 적은 여태까지 한번도 없었다.

    그동안 몇몇 후배들이 여러 차례 은퇴 행사를 준비하기는 했지만 김씨는 그때마다 번번이 손을 내저어왔다. 자신을 기억하고 아껴주는 팬들에게 중병으로 쇠약해진 모습을 보이기 싫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현재 목 부위의 외상으로 베개를 베기 어려울 정도로 통증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혈관계통 질환으로 한쪽 다리가 퉁퉁 부어 10여m밖에 걷지 못하고 있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그가 장충체육관에 오르려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팬들이 그를 원하기 때문이다.

    김 일선수는 “은퇴식을 치르지 못했던 것이 늘 마음에 걸려 왔다”며 “장충체육관은 나와 함께 나이를 먹어온 장소”라고 감격에 젖어들었다.

    내색하지는 않지만 일흔살이 넘은 프로레슬러의 귓가에는 대한민국을 들썩거리게 하던 관중의 함성이 들려오고 있는 것이다.

    이날 은퇴식에는 70년대 한국 프로권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유제두선수, 베를린 올림픽의 영웅 손기정옹, 탁구 여왕 이에리사씨 등 그동안 한국의 중장년 세대를 웃기고 울렸던 스타들이 모두 참여한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 홈페이지(www. ntizen.net)를 통해 온라인상에서 ‘100만명 팬레터 보내기 운동’ 도 함께 펼친다.

    김 일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던 세대와 김 일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세대가 사이버 공간에서 병상에 있는 노년의 프로레슬러에게 응원의 합창을 보내는 것이다.

    이렇게 모아진 격려 및 축하 메시지는 은퇴식 행사 당일 대형 사인판을 제작해 전시하게 된다. 중년팬들과 신세대팬들의 환호를 함께 받게 될 박치기왕 김 일이 어떤 모습으로 바로 그 팬들 앞에 나타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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