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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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에 혼쭐난 ‘트라제XG’

피해사례 접수 고발, 두 차례 공개리콜 이끌어내…“소비자 우롱 더 이상 못참는다”

  • 입력2006-02-03 12: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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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티즌에 혼쭐난 ‘트라제XG’
    5, 6년 앞을 내다보고 어렵사리 장만한 자동차가 구입한 지 얼마 안돼 고장이 나버린다면, 자동차를 수리하러 서비스센터를 찾았으나 “부품이 없으니 나중에 다시 오라”는 무책임한 말을 들었다면, 몇 번을 수리해도 제대로 고쳐지지 않아 귀중한 시간을 낭비해가며 서비스센터를 자주 찾아가야 한다면, 자동차 소비자로선 정말 난감한 일이다.

    직원 8명의 인터넷 회사 ㈜쎌뱅크를 운영하는 윤희성씨(35)도 그랬다. 그러나 그는 여느 소비자들과는 달랐다. 현대자동차 미니밴 트라제XG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인터넷 사이트(www.antihyundai.co.kr)를 만들어 똑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소비자들을 하나로 묶어 관계 당국과 제조사에 압력을 행사,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사이버 소비자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나 할까.

    현대차가 2월15일 발표한 트라제XG의 2열 시트 공개 리콜 결정도 그의 인터넷 사이트가 이룩한 성과 가운데 하나. 2월초 현대차가 은밀하게 트라제XG 2열 시트를 교환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림과 동시에 이를 건교부에 ‘고발’, 현대차가 공개적으로 리콜하도록 만든 것. 건교부 관계자도 “현대차가 건교부에 보고하도록 돼 있는 공개 리콜 절차를 무시하고 그동안 서비스센터에 수리하러 들어온 차에 한해 비밀리에 2열 시트 교환작업을 해주고 있다가 건교부의 지적을 받고 뒤늦게 공개 리콜을 하기로 했다”고 확인했다.

    윤씨는 그러나 이번 공개 리콜 발표 과정에서도 현대차는 소비자들을 우롱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차는 그동안 비밀리에 리콜을 실시하고 있었다는 점을 사과하기는커녕 내부 규정을 바꿔 자발적으로 공개 리콜을 실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자신들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은 채 오히려 이를 홍보에 이용하는 현대차의 상술에는 어안이 벙벙할 따름입니다.”



    이에 앞서 올 1월13일 현대차의 트라제XG 점화 코일 공개 리콜 결정도 사실상 윤씨의 ‘작품’. 그의 사이트에 접수된 피해사례를 건교부에 ‘고발’함으로써 현대측이 공개 리콜하도록 만들었던 것. 작년 말 트라제XG 시판 이후 실시된 세 번의 공개 리콜 가운데 두 차례의 공개 리콜을 이끌어낸 ‘파워’를 과시한 셈이다.

    “현대차가 소비자들의 이런 문제 제기를 귀찮게 여기는 한 결코 선진 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습니다. 외국의 선진 자동차 업체들은 소비자들의 불만을 절대 무시하지 않고 이를 일일이 수렴, 다음 자동차 개발에 반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반면 현대차는 팔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태도로 비치고 있습니다.”

    그가 홈페이지를 만들어 사이버 시위를 시작한 것도 현대의 이런 태도에 실망했기 때문. 그가 계약후 한달이나 기다린 끝에 트라제XG를 인도받은 것은 작년 12월6일. 그러나 연비부터 현대차의 공식 설명(11km)과는 달리 4km에 불과했다. 또 점화 코일 불량, 공기압 경고등과 백워닝시스템 오작동 등으로 4차례나 서비스를 받았으나 만족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는 처음엔 현대차 홈페이지를 방문해 이런 문제를 지적하고 회사측의 대책을 촉구했다. 그러나 회사측의 대답은 “나 몰라라”였고, 나중에는 그가 올리는 글을 아예 삭제해 버리기까지 했다. 그는 결국 현대차 경영진에게 소비자의 힘을 보여주는 길은 ‘사이버 시위’밖에 없다고 판단했고, 12월16일 사이트를 개설했다. 이 사이트는 개설 두달만인 2월16일 방문 건수가 4만건을 돌파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고객을 우롱하고 무시하는 현대차의 이런 실상을 현대차 최고 경영진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무척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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