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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인터넷 강박증

기업도 e-노이로제

인터넷사업 안하면 도태될까 전전긍긍… “무조건 전자상거래 구축하라” 닥달도

기업도 e-노이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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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대면 알 만한 전자부품업체 D사의 Y사장(54). 전문경영인인 그는 주식 이야기만 나오면 애꿎은 담배만 줄창 피워댄다. D사는 순이익이 매출액의 10% 이상 되는 우량기업이지만 주가는 저평가되어 있기 때문. 여기에 경쟁상대도 되지 않는 기업이 코스닥시장에 상장돼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높은 주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 그를 화나게 만든다.

Y사장은 “요즘 코스닥에 올라 있는 벤처기업 가운데 대다수는 별 기술도 없고 회사가치도 형편없다. 단지 코스닥에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증시에는 인터넷 열풍이 불었다. ‘인터넷’과 관계만 있다 싶으면 갑자기 주가가 폭등하는 것. Y사장도 자사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인터넷사업에 진출해 보려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나 쉽지가 않다. 웬만한 사업엔 이미 너도나도 진출해 있어 진입장벽이 상당히 높아진 데다 ‘한우물을 파야 성공한다’는 창업주의 말을 무시할 수도 없기 때문.

너도나도 “인터넷에 투자하고 싶다”

Y사장뿐 아니라 상당수 중소 제조업체 사장들이 인터넷사업에 진출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는 강박증에 시달리고 있다. 모 부품업체의 L사장(42)도 그 중 한 사람. 그는 “아날로그세대여서 디지털세대들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둘째치고라도 혹시나 남들처럼 인터넷사업에 뛰어들지 못해 낙오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라고 고백한다. 그는 “IMF 때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면서 겪었던 모멸감보다도 요즘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을 더 참기 어렵다”고 덧붙인다.



전통적인 중소제조업체들의 인터넷 사업 진출 및 벤처투자가 최근 들어 하루 몇건씩 경쟁적으로 발표되는 현실도 기업들의 인터넷사업에 대한 강박증을 반영한다. 서비스업종에 종사하는 중소업체 Y사의 P사장도 그런 경우. 그는 최근 “인터넷사업쪽으로 투자하고 싶은데 접근방법을 모른다”며 전자신문이 조성중인 벤처펀드에 출자, 인터넷사업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싶다고 제안해왔다.

기업주들의 인터넷 강박증은 비단 인터넷사업에 대한 투자에 머물지 않는다. 유통구조가 바뀌고 기업관리 시스템이 바뀌는 정보화시대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도 큰 고민거리인 것. 물론 상당수 기업들은 변화의 흐름에 기민하게 대처하고 있다. 이미 중소규모 이상의 기업체 대부분에서 전자상거래 시스템이나 내부 전산망을 구축하고 있는 것.

이런 흐름에 처진 기업주들은 강박증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기계업체인 B사의 P과장(33)은 “회사 일이 너무 힘들다”고 토로한다. 정보화마인드가 전혀 없던 사장 K씨(58)가 얼마 전부터 갑자기 내부전산망 구축이나 기업 홈페이지 구축 등을 주문하며 달달 볶기 때문. “막상 사업안을 만들어 올리면 ‘웬 돈이 그렇게 많이 드느냐’며 ‘좀더 생각해보자’고 물러선다. 그러다가 다른 기업 얘기를 들으면 다시 ‘왜 빨리 일을 진행하지 않느냐, 좀더 좋은 아이디어가 없느냐’며 닥달하는 통에 죽을 맛” 이라는 것.

빛보다 빠른 디지털 혁명을 따라가기 위한 기업들의 능력에도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나타나는 양상이다.



주간동아 2000.02.24 222호 (p4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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