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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근 사태

법 위에 정형근?

검찰 체포시도 잇단 불발… “국가기강 무너지고 지역감정 부추길 우려”

법 위에 정형근?

법 위에 정형근?
2월13일자 동아일보 ‘희평’란에 재미있는 내용이 실렸다. 검찰 수사관을 따돌린 정형근 의원이 창살이 쳐진 안방 창가에서 “껄걸” 웃고 있고, 뒤쪽의 정의원 안방에서는 이회창총재를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임시(방탄)국회’를 열고 있다. 웃는 정의원을 향해 이총재가 뒤에서 한마디 던진다. “표정관리 좀 해.” 같은 날짜의 조선일보는 정의원의 손짓 하나로 검찰 간부 세 사람의 목이 날아가는 내용의 희평을 그렸다.

언론문건 사건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정형근 의원이 다시 매스컴의 주목을 받고 있다. 15대 국회가 사실상 끝난 시점을 택해 검찰이 시도한 긴급체포가 정의원의 순간적인 ‘기지’(?)로 실패하자, 여야와 검찰 모두가 시끄러워진 것이다. 정의원이 한나라당 당사로 ‘도피’하자, 법원은 2월12일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정식 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영장을 갖고도 연행에 실패함으로써, 재차 정의원을 ‘키워’주었다. 정의원은 오히려 2월13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김대중대통령에게 독설(毒舌)을 퍼부었다. 그는 ‘대통령’이란 호칭을 뗀 채 원색적인 막말을 했다.

“이신범의원이 홍걸(김대통령의 막내아들)이 문제 등 비리 5, 6건을 폭로한다는 보고를 받고 김대중이가 나를 잡아넣으라고 했다고 한다. …이런 일을 하고 노벨상 후보에 올랐다니 세상이 웃을 일이다. … 하의도(김대통령 출생지)가 만경대(김일성 출생지)냐? 우상화 작업을 하고 있다고 김대중 친척들이 말하더라….” 사태의 본질과 정혀 상관없는, 정치인의 양식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인신공격성 발언이다.

이러한 독설은 정의원이 검찰이 아니라 철저히 김대통령만을 상대로 싸우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대통령이 여기에 말려든다면 득을 보는 쪽은 두 말할 것도 없이 정의원과 한나라당. 그래서 청와대는 “정신 나간 소리에 언급할 필요가 없다”며 대응을 삼가고 있지만, 결코 마음이 편할 일은 아니다. 그래서 세간에는 ‘나라 꼴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며 “정형근이 대통령이고, 부통령은 DJ” 라는 풍자까지 돌고 있다.

정형근은 대통령, DJ는 부통령?



다 알다시피 정의원은 서경원전의원의 밀입북과 관련된 명예훼손사건 등 9건의 사건으로 검찰에 고소-고발돼 있는 상태다. 정의원 자신도 15건을 검찰에 고소-고발해 놓고 있다. 이러한 정의원을 향해 검찰은 23회나 소환장을 보냈으나 정의원은 전혀 응하지 않았다. 야당 탄압이란 명분을 내세워 법집행을 마냥 거부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런 정의원을 철저히 옹호하고 있다.

정의원은 안기부 대공수사국장-판단기획국장-1차장을 지냈지만 출발은 검찰이었다. 이번 사태로 문책을 당한 임휘윤 서울지검장, 그리고 신광옥 청와대민정수석과는 사법시험 동기(12회)로 함께 검사에 임관됐었다. 법집행에 정통한 그런 그가 검찰의 법집행을 무시해 버린 것이다.

정의원 사태에는 ‘당당히 검찰에 출두해야 한다’며 준법을 강조하는 측과,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왜 야당 탄압용으로 법을 써먹는가’란 정치적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일부는 정치적 주장쪽에 무게를 두어 사건을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이 우세할수록 국가 기강이 무너지고 지역감정이 확산될 뿐이다. 정의원이 독설을 퍼붓는 자유를 누리는 만큼 법집행에도 응해야 할 의무가 있지 않을까. 마침 한나라당과 정의원이 임시국회 회기중 자진출두 의사를 밝히고 있어 실천 여부가 주목된다.



주간동아 2000.02.24 222호 (p3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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