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22

..

여의도에 초강력 ‘女風’

비례대표 남녀교차 배정 등 촉구… 14석 안팎 여성몫 될 듯

  • 입력2006-07-18 14:01: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여의도에 초강력 ‘女風’
    총선 정가에 ‘초강력 여풍(女風)’이 불고 있다. 오는 ‘4·13 총선’을 통한 여성정치인과 정치지망생들의 국회 진출이 역대 어느 총선 때보다 많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

    이런 바람의 진원지는 정당법 개정이다. 국회는 2월8일 밤 본회의에서 비례대표후보의 30% 이상을 여성에 배정토록 하는 내용의 정당법 수정안을 재석의원 275명 중 찬성 266명, 반대 1명, 기권 8명으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좀더 넓어진 문’에 기대를 건 여성인사들의 비례대표 공천로비도 점점 가열되고 있다. 여성계에서는 여성할당제에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공천순번과 공천기준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본격화한 공천로비

    한나라당 이회창총재의 측근들은 요즘 여성비례대표 얘기만 나오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가뜩이나 이총재가 지역구공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비례대표를 노린 여성인사들이 이곳 저곳을 쑤시고 다녀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



    일부 여성인사들은 특히 이총재의 부인 한인옥여사에게 접근을 시도하거나 공천심사위원들에 대한 활발한 1대 1 접촉에 나섰다는 전언이다. 모 여성인사가 그동안 당과 총재의 행사에서 밥값 등을 기여한 것을 반공개적으로 흘리고 다닌다는 보고도 올라왔다고 한다.

    이총재의 한 측근은 “요즘 보니 금배지 앞에서는 여성들도 남자들이나 마찬가지다. 금배지에 모든 것을 걸고 있고 피도 눈물도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경우는 양상이 조금 다른 편. 공천권을 쥔 당의 총재가 청와대에 있어 접근이 용이하지 않기 때문.

    이에 따라 두 가지 로비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 즉 당내 실세들을 대상으로 전방위 로비에 나서는 경우와 여성계의 대표적 인사들을 동원해 로비를 벌이는 부류가 있다는 것.

    여성계는 여성할당제을 반기면서도 유명무실한 제도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들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여성을 얼마나 당선권에 배치하느냐는 것. 98년 ‘6·4지방선거’ 서울시의 원 선거에서 모 정당이 비례직 순위 1번에 여성을 올렸지만 그 다음 9번까지는 남성으로 채웠던 일과 유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을까 경계심을 풀지 않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여성할당제가 실효성을 얻기 위해서는 당헌에 (당선가능권) 여성할당 순번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인순사무총장은 “남녀 교차식으로 비례대표 후보명단을 작성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색내기에 그치지 않으려면 남녀 홀짝식으로 순위를 정해야 한다는 것.

    최정아 한국여성유권자연맹사무국장도 “규정 위반시 정당지원금 삭감, 여성의 ‘홀수번’ 배정 등 실제 당선과 연결될 수 있는 실행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공천기준에 대한 우려.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인 장하진충남대교수는 “공천 절차의 투명성과 합리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며 “기존에 전국구 배정에서 제기됐던 공천 헌금이나 부당한 선정의 의혹이 제기되지 않도록 공개적이고 합리적으로 선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3당 입장

    민주당 서영훈대표는 “비례대표 당선안정권 내에 여성을 30% 공천한다는 것이 우리 당의 생각” 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비례대표 20번까지를 당선안정권으로 잡고 6, 7명의 여성을 넣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신낙균지도위원은 비례대표 순번 배정시 아예 3번 단위로 여성후보를 배정하자고 제안했다. 예컨대 1~3번 중 한 명, 그리고 4~6번에서 한 명을 배정하는 방식이다.

    한나라당 이회창총재도 당선권에 여성후보를 30% 가량 공천한다는 방침.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당선안 정권으로 판단하는 전국구 15번내 4명(27%) 등 8∼10명을 공천할 계획이다.

    자민련도 15대 때와는 달리 여성후보를 적극 배려하겠다는 입장이다. 3당의 이런 방침이 실현될 경우 비례대표 46석 중 14석 안팎이 여성에게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에서는 한명숙 최영희 박금자당무위원의 공천이 유력하다는 평이며 신낙균지도위원도 유력후보 중 한 명. 안희옥 여성위원장, 김화중 대한간호협회장 등도 거론된다.

    지역구에 공천신청한 정해숙 전 전교조위원장, 김희선 조배숙 유시춘씨 등도 공천을 못 받으면 비례대표 공천 가능성이 있다. 이밖에 손숙 전환경부장관, 박선숙 청와대공보비서관 김현미부대변인 등도 거명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경우 당여성위원장인 김정숙의원과 권영자의원 김영순부대변인 등 당내 인사들 중 1, 2명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인사로는 손봉숙 여성정치연구소장과 당공천심사위원인 이연숙 전 정무2장관 등이 거론된다. 자민련에서는 황산성 전 환경부장관, 김모임 전 보건복지부장관 등이 유력한 후보들이다.

    박근혜 추미애 재선 예약?

    한영애 김영선 오양순 이미경 등은 전국구서 지역구로


    16대 총선에서의 ‘여성 돌풍’은 30%가 보장된 비례대표에서 그칠까. 아니면 지역구에서도 성의 장벽을 넘을 것인가.

    여의도 진입을 노리는 여성 정치인과 정치지망생들은 “여성 지역구의원이 3명(현 15대 국회)뿐인 상황은 반드시 타파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공천과정에서부터 돌풍이 불고 있다.

    무엇보다 ‘4·13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여성들도 어느 때보다 많다. 여당인 민주당만 해도 23명에 이른다. 여기에다 한나라당과 자민련 공천신청자를 합하면 40명 정도.

    더군다나 여야 3당 지도부도 지역구 공천과정에 여성을 최대한 배려한다는 방침이어서 전국 곳곳에서 성(性)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현재까지 공천이 유력한 후보는 민주당이 10명 안팎, 한나라당 6∼7명, 자민련이 2∼3명 가량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가의 관심사는 크게 두 가지. 지역구 재선의원의 탄생 여부와 단 한 번도 성공사례가 없었던 여성 전국구의원의 지역구 입성 여부.

    먼저 박순천(4, 5, 6, 7대) 김옥선(7, 9, 12대) 김윤덕씨(8, 9, 10대)를 끝으로 명맥이 끊어진 지역구 재선의원의 탄생 가능성은 매우 높은 편이다.

    재선에 도전하는 민주당 추미애(서울 광진을), 한나라당 박근혜(대구 달성) 임진출의원(경북 경주) 등이 유리한 위치에서 선거전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 성실한 의정활동으로 좋은 이미지를 쌓아온 추의원과 일약 대중정치인으로 발돋움한 박의원은 승리를 자신하는 상태. 다만 임의원은 지역구인 경주의 선거구 통합으로 공천과정에서부터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전국구에서 지역구로 변신하려는 의원들도 많다. 여당의 방패로 활약한 민주당 한영애의원은 전남 보성-화순에서 지역구 진출을 꿈꾸고 있다. 대여투쟁의 선봉에 섰던 한나라당 김영선의원은 서울 양천갑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같은 당 오양순의원은 경기 일산에 공천신청을 냈다. 이중 김의원은 비례대표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여성단체가 뽑은 의정활동 베스트 의원인 무소속 이미경의원은 민주당 후보로 경기 부천오정 출마설이 나돌고 있으나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런 현상은 14대 국회 때 8명의 여성 전국구의원이 있었지만 단 한명도 15대 총선에서 지역구로 출마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변화로 평가된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