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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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선물로 ‘짱’이에요”

3명 중 1명 소유… “요금 비싼 일반전화 위협, 안방 차지도 머지않았다”

  • < 민유기/ 파리 통신원 youkimin@hanmail.net>

    입력2006-07-12 13: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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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대폰, 선물로 ‘짱’이에요”
    이동전화 시장의 폭발.’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선물로 이동전화기가 크게 인기를 끌면서 이동전화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프랑스 신문들에는 최근 들어 이런 제목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고 있다.

    프랑스의 이동전화 사용자수는 1997년 말까지만 해도 600만명 정도였지만 1999년 11월말에는 1800여만명으로 늘어났다. 불과 2년만에 3배로 증가한 것이다. 99년 12월말 현재 이동전화 인구는 2000만명, 즉 전체 인구의 3분의 1로 늘어났다. 지난해 11월 한달 동안만 하루 3만명씩, 그리고 12월에는 하루에 3만5000명씩의 신규 이용자가 생겨난 셈이다. 이같은 이동전화 열풍 현상은 샴페인이나 포도주, 책, 음반 등을 선물하던 프랑스인들의 세밑 선물관행에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이동통신 회사들도 이 점을 노리고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을 폈다. 프랑스 이동통신 시장의 50%를 차지하는 프랑스텔레콤과 30%를 차지하는 세제텔, 나머지 20%의 부익텔레콤 등 3개 회사는 지난해 10월까지 신규 가입자들에게 90프랑(한화 1만6000원)씩 받았으나 11월부터는 최신 모델을 제외하고 삼성, 모토롤러, 소니, 지멘스 등 전세계 유명상표 이동전화기를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와 새해 선물로 가장 각광받으면서 결과적으로 최근 2개월간 프랑스 텔레콤 이동전화 신규가입자의 3분의 2를 차지한 것은 공중전화카드처럼 한번 사서 한도액만큼만 사용하고 한도가 되면 다시 카드를 충전해 쓸 수 있는 충전식 이동전화였다. 이는 일반 가입자가 매달 내야 하는 기본요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지만, 분당 사용요금은 오히려 비싸다. 그러나 이 전화는 고정된 주거지가 없거나 신분증명서가 없어도 가입할 수 있어, 그야말로 ‘개인용 이동공중전화’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처럼 요금이나 가입방식의 다양성 덕분에 일부 프랑스인들이나 외국인 유학생들은 아예 집안에 일반전화를 설치하지 않고 이동전화만을 사용하기도 한다. 일반전화 요금이 꽤 비싸기 때문이다. 현재 프랑스 텔레콤 이동전화 가입자의 15%는 집안에 일반전화를 놓지 않고 있다. 물론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은 가격뿐만 아니라 이동전화를 통해 각종 정보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프랑스 이동통신 회사들은 문자서비스나 팩스, 이메일 전송과 수신, 통화 중 메모 및 저장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서너 자리의 숫자만 누르면 주식정보, 일기예보, 교통정보를 제공받고 라디오를 듣거나 호텔, 비행기, 식당, 공연장 등을 예약할 수도 있다. 게다가 약간의 추가요금만 내면 유럽 전역과 전세계 80여개 나라에서 각자의 이동전화를 사용할 수 있고 인터넷 접속도 가능하다. 현재 이동전화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이용자는 1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동통신 회사들은 봄부터 도입될 새로운 시스템으로 이동전화를 이용해 일반전화보다 빠르고 손쉽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고 예고하고 있다. 올해 안에 프랑스 인구의 45%가 이동전화 사용자가 되리라는 것이다.

    프랑스인들은 대체적으로 영미권이나 북유럽인들에 비해 정보통신 분야에 뒤늦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뿌리깊은 인문학적 바탕 아래서 과학기술 발전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가져왔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이동전화 열풍은 이러한 전통적 사고가 급격하게 변화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르몽드가 표현한 것처럼 이동전화기는 짧은 순간에 ‘21세기 프랑스인들의 삶의 방식에까지 영향력을 미칠 움직이는 사무실’이며 ‘현대인의 필수품’인 동시에 ‘다목적 스위스 칼’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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