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13

1999.12.16

”빰빠야~아” 못웃기면 죽는다!

심현섭 김영철 백재현 등 요절복통 웃기기… 튀는 대본 튀는 연기로 웃음천국 일궈

  • 입력2007-05-02 11: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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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빰빠야~아” 못웃기면 죽는다!
    “경고! 이 영화를 보다가 동물이름을 얘기하면 죽는다.”

    지혜: 무서워 죽겠어. 어떡해.

    준호: 그냥 입 꼭 다물고 있으면 되지. 돼지?

    현섭: 너 가죽재킷 멋있다. 무슨 가죽이야?

    재현: 속을 줄 알고? 이거 음메 가죽이야.



    현섭: 그래? 비싸겠다.

    재현: 아니야, 동네 벼룩시장에서… 벼룩….

    현섭: 미련하긴. 한번 더 곰곰이 생각하면 될 것을…. 윽, 곰!

    요즘 KBS를 ‘코미디 왕국’으로 부활시킨 ‘개그 콘서트’의 한 대목이다. ‘개그 콘서트’는 토요일 밤 9시 뉴스와 맞붙어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보이면서 장안의 화제가 됐다.

    이미 타 방송사에서 비슷한 포맷을 기획중이고 박중민PD 등 스태프들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타 방송사에서 출연자들에게 뻗쳐오는 ‘마수’를 차단하는 것이 됐다.

    ‘개그 콘서트’는 원래 동숭동 연극무대에서 인기를 모았던 ‘4U’ ‘게임’ 등 공연형식의 코미디를 TV용으로 만든 것. 김미화의 제의로 박중민PD가 ‘게임’ 공연에 직접 참여했던 백재현 전유성 등과 함께 기획했다.

    한 회에 보통 20개 정도의 아이템을 숨가쁘게 방송하는 까닭에 ‘개그 콘서트’는 애드 리브와 순발력에 의존한 프로그램처럼 보인다. 그러나 ‘개그 콘서트’는 마지막의 ‘앙코르 개그’를 제외하고 일체의 애드 리브를 허용하지 않는다.

    “애드 리브는 없다” … 시청률 20%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완벽한 대본과 연습이다. 대본작업과 연습에 8명의 작가와 9명의 개그맨이 일주일 내내 매달린 결과가 ‘개그 콘서트’인 것이다. 원칙이 고정코너를 두지 않는다는 것일 정도로 작가와 개그맨들은 광고와 영화, 드라마 등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맨다.

    “소재 찾기가 어려워요. 예전엔 코미디가 메시지를 전달해야 했는데 요즘은 기승전결 없이 웃겨야 하니까 더 힘들죠.”(박중민PD)

    ‘개그 콘서트’의 9명은 이제 모두 스타가 됐다. 방송경력 8년에도 뚜렷한 히트작이 없던 백재현이나 개그맨 시험에 세 차례나 떨어졌다는 김영철, 타 방송사에서 5년 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심현섭 김준호 등은 ‘개그 콘서트’를 통해 입신양명했다.

    특히 데뷔 18년에도 불구하고 MC라는 편한 길을 마다하고 후배들을 가르치며 코미디를 하는 김미화는 ‘개그 콘서트’의 든든한 ‘가드 마더’이기도 하다.

    ‘개그 콘서트’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자발적으로 ‘웃어주는’ 방청객들이다. 개그맨들의 기를 살려주는 것도, 이들을 떨게 만드는 것도 방청객들이다.

    투혼 개그 “몸 사리지 않아요”

    백재현 교통사고 불구 출연 … 녹화 뒤 병원행


    따르르릉! 월요일 아침 9시. 전날 밤새워 원고를 쓴 탓인지 쉽게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여보세요? 큰일났어. 백재현씨가 교통사고를 당했대.” 사고라니 당장 오늘이 녹화인데 난감하기 그지없다. ‘개그 콘서트’의 맏형, 백재현의 공백을 누가 메울 수 있을까? 누군가를 임시로 세운다고 해도 끊임없는 연습과 팀워크로 쌓아올린 그간의 노력이 일시에 무너지면 어떡하나…. 여러가지 고민에 두통이 몰려왔다.

    하지만 분장실로 들어선 순간, 나의 두통은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백재현, 그가 있었다. 이유는 녹화를 포기할 수 없다는 것! 옆에는 걱정하며 만류하는 스태프들이 서 있었지만 그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때부터였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장난기로 제작진을 괴롭히는(?) 심모씨를 비롯한 후배들의 눈빛이 무대 밖에서도 처음으로 진지해졌다. 자신들의 선배가 무리하지 않도록 보이지 않는 배려가 시작됐다. 그 이후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단지 뜨거운 함성소리와 웃음, 쏟아지는 앙코르, 그리고 마지막 커튼 콜에서의 출연자들의 뜨거운 눈물….

    녹화가 끝나고 백재현씨가 병원으로 옮겨진 뒤 제작진과 출연진들은 서로를 자랑스러워하며 바라보았다. 말은 없었지만 그때 서로의 마음 속에 뭔가가 오고간 것 같다. 10대들이 열광하는 스타도 없고 톱가수도 나오지 않는 ‘개그 콘서트’에 왜 이다지도 사람들이 흥분하는가? 답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게 바로 ‘개그 콘서트’의 힘이다.

    황선영/ ‘개그 콘서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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