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13

1999.12.16

”한국車 '국제결혼'만이 살 길”

기술력 품질 판매량 등 걸음마 수준… 세계 빅 6와 짝짓기해야

  • < 전용욱/ 중앙대 교수·경제학 >

    입력2007-05-02 10: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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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경제의 글로벌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기업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경쟁력을 창출하고자 하는 거대기업간의 연합전략이 세계 자동차산업에서 지속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와 같은 세계 자동차산업에서의 발빠른 구조조정 추세 하에서 한국 자동차 기업들은 어떠한 글로벌 생존전략을 가지고 있는가.

    현재 세계 자동차 산업은 2000만대 이상의 심각한 공급과잉 상태를 맞고 있어 기업들간의 가격경쟁이 심화되고 있으며, 환경과 안전에 대한 인식의 증대로 인해 막대한 연구개발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고객 취향의 다양성으로 인해 자동차 기업들은 신차 개발주기를 단축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 처해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 기업들의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같이 어려운 상황에서, 세계 선진 자동차 기업들은 독자적 생존보다는 서로 다른 능력을 갖춘 경쟁기업과의 제휴 및 합병의 길을 택하게 되었다. 1998년에 발표된 미국 크라이슬러와 독일 벤츠의 합병, 폴크스바겐의 롤스로이스 인수 등이 이러한 추세를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선진기업간의 연계강화현상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1999년에는 미국 포드의 스웨덴 볼보사 승용차 사업 인수, 프랑스 르노와 닛산의 합병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 세계 자동차산업에서 규모의 경쟁은 일시적 현상이 아닌 새로운 경쟁의 기조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거대기업간 제휴-합병이 대세



    이에 따라 미래의 세계 자동차산업에서는 기존과는 상당히 다른 새로운 게임의 법칙이 지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곧, 규모의 경제, 범위의 경제, 네트워크의 경제 등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덩치가 커지고, 제품별 시장의 폭이 넓어지며, 기업간 연결이 더 다양해지는 기업이 경쟁적으로 유리해지는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래의 세계 자동차산업은 현재 독자생존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미국의 GM과 포드, 일본의 도요타와 닛산-르노, 유럽의 다임러-크라이슬러와 폴크스바겐 등의 빅6 업체를 주축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네트워크 편입시 생존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일본의 혼다, 미쓰비시와 유럽의 푸조, BMW, 피아트, 한국의 현대 등의 후발업체들이 선진 글로벌 네트워크에 편입되는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즉 빅6 업체들이 네트워크 내의 연구개발 부품개발 신차개발 등에 앞장서고, 그 밑에 후발업체들이 차종보완, 지역보완, 기술보완의 역할을 맡는 체제가 구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세계 자동차산업의 추세를 감안할 때, 한국 자동차산업의 현실은 어떠한가. 현재 한국 자동차 기업들도 심각한 공급과잉이란 문제점을 지니고 있으며, 또한 1999년 중반부터 실행된 수입선 다변화 제도의 폐지로 인해 한국시장 내 일본차들의 진입이 자유로워져, 자국시장 의존도가 높은 한국기업들의 입지는 날로 약화될 것이다.

    한국 자동차 기업 내부의 경쟁력을 보면 생산량, 생산성, 품질, 시장점유율, 글로벌 마케팅 능력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낮은 수준이다.

    일례로, 위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생산량 부문의 경우 GM과 포드가 각각 800만대, 700만대 이상이고 폴크스바겐, 도요타, 다임러-크라이슬러 등의 기타 선진기업들도 400만대 이상의 생산량을 나타내는데 비해, 한국의 현대 및 대우는 겨우 135만여대, 72만여대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규모의 경제효과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현재의 세계 자동차산업에서 한국 자동차 기업들의 낮은 경쟁력을 잘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JD Power에서 발표한 99년형 모델의 품질비교를 위한 결함건수 조사에 의하면 한국 기업들은 현대 28위, 대우 32위, 기아 37위 등으로 나타났다. 생산성 부문에서도 일본 미쓰비시의 미즈시마 공장이 1인당 147대의 차량을 생산하는 반면, 한국에서 가장 생산성이 높은 대우의 군산공장이 103대 정도의 생산성을 가지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인지도 부문에서도 한국 자동차 기업들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현대가 생산하는 대부분의 차는 한국시장에서 소화되고 있고, 그로 인해 타시장에서의 인지도는 상당히 낮은 상태다(시장점유율 북미 1.1%, 서유럽 1.3%, 동유럽 0.1%, 아시아 20.8%―이중 대부분은 한국시장에서의 판매임―, 중남미 1.3%). 대우의 경우도 동유럽 7.7%, 아시아 7.8%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어, 이 두 지역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뿐만 아니라 한국 자동차 기업들은 글로벌 마케팅 능력이 부족하며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고객 충성도가 약한 편이다. 이같은 측면을 고려해 볼 때, 한국 자동차 기업들이 앞으로 세계적인 공급과잉현상 하에서 벌어지는 주요 선진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 남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볼 때 한국 자동차 기업들이 생존 발전할 수 있는 유일한 전략은 선진 글로벌 네트워크에 편입되는 것이다. 즉, 선진기업들과의 연합을 통해 우리가 갖지 못한 선진기업들의 기술력, 글로벌 판매망, 풍부한 자금력 등의 경영자원을 이용해야 한다. 특히 앞에서도 보았듯이 현재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는 환경 및 안전에 대한 인식 증대, 소비자 기호의 다양성으로 인한 신차 개발주기의 단축 등 으로 인해 막대한 연구개발비용이 필요한 실정이다. 일례로, 1998년을 기준으로 GM 79억달러, 포드 63억달러, 다임러-크라이슬러 58억달러의 연구개발비가 들어갔다. 하지만 한국 자동차 기업들은 이렇듯 막대한 연구개발비용을 부담할 만한 능력이 없다. 이 때문에 한국 자동차 기업들이 선진기업과 연합을 해야 하는 당위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하지만 선진기업과의 제휴를 위해서는 한국기업이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현재 세계 자동차산업에서는 ‘Give and Take’라는 냉혹한 진리가 존재한다. 이에 따라 서로 보완되는 기업들간의 연합이 주종을 이루는 상황이어서, 다른 기업에 매력적인 보완자산을 보유하지 못한 기업들은 ‘미래에 대비한 동반자’로서의 위치를 차지하지 못하고 소외당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이유로,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는 기업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문을 정확히 인식하여 이 부문에 자신의 핵심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

    사실 한국 자동차 기업은 현재 여러 차종을 보유하고 있어, 어느 한 부문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고, 하루 빨리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하여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문에 핵심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마무리된다면, 선진기업들에 미래의 동반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자동차 기업들은 다가오는 21세기를 대비해 하루 빨리 자신들의 위치를 인식해 자기 수준에 맞는 비전을 가져야 하며 이에 초점을 맞춘 기업 내 구조조정을 마무리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선진 기업과 의 연합에 필수조건임을 깨닫고, 뼈아픈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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