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11

1999.12.02

살얼음 검찰, 망신살 청와대

특검팀 '성과'에 입지 약화… 여권 위기관리능력 ‘빵점’

  •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입력2007-03-12 12: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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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모 특별검사팀의 옷로비사건 수사가 급진전하면서 청와대와 검찰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특히 검찰은 검란(檢亂)사태와 조폐공사파업유도사건에 이어 또다시 지난 5월의 옷로비의혹사건 수사가 ‘짜맞추기’식이 아니었느냐는 비난여론에 직면해 있다.

    게다가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씨가 11월16일 구속영장 실질심사과정에서 옷로비의혹사건의 핵심쟁점인 호피무늬반코트의 배달날짜와 관련해 “검찰조사과정에서 검찰관계자의 요구에 따라 ‘12월26일’로 진술했다”고 주장하면서 사건의 조작시비에까지 휘말려들게 됐다. 그러면서 당시의 수사검사들이 특검팀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검찰수사당시 정씨 조사를 맡았던 이재원 대전지검특수부장은 11월21일 “정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결코 그런 일이 없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근거로 검찰수사를 조작으로 몰아붙인다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반박했다.

    김종필국무총리와 김정길법무장관이 국회 답변에서 “만약 검찰의 수사에 문제가 있다면 수사관계자를 문책하겠다”고 밝힌 것도 검찰로서는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이와 관련해 검찰수뇌부의 개편설까지 나돌고 있다.

    로비의혹사건서 의혹의 은폐조작으로 비화



    사실 특별검사팀의 성패 여부는 검찰의 위상과 직결돼 있다. 도입단계부터 그 효율성을 놓고 논란이 있어왔던 특별검사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검찰의 존재가치는 다시 인정받게 될 것이다. 거꾸로 특검팀이 기존 검찰수사를 뒤집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다면 검찰의 입지는 매우 좁아질 수밖에 없다. 당장 한나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특별검사제를 상설화하는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집권여당인 국민회의 내에서도 검찰에 대한 불만은 폭발 직전의 상황에 이른 느낌이다. 그동안 옷로비 의혹과 관련한 야당의 공세에 검찰수사결과를 바탕으로 맞대응해 왔는데 모든 것이 뒤집히고 만다면 무슨 꼴이 되느냐는 것이다.

    사직동팀의 내사를 지휘한 박주선 청와대법무비서관 역시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박비서관은 특히 김태정 전법무장관과 고교 선후배 사이여서 사건을 적당히 처리한 것 아니냐는 일부 시각에 대해 “연정희씨를 소환조사할 당시 김태정검찰총장에게 이를 알려주지 않을 만큼 사건을 내사하는 동안 김전장관과 연락 한번 하지 않았으며 이 때문에 오히려 김전장관이 나에게 서운한 감정을 갖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은 사건을 맡았던 몇몇 인사나 검찰의 위기 차원을 넘어서서 여권 전체의 위기관리능력 문제로까지 비화하고 있다는 데 있다. 특별검사팀이 가동되기 이전까지 여권이 이 사건을 명쾌하게 풀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 1월 사직동팀의 내사, 5월의 검찰수사, 8월의 국회청문회에 이르기까지 세 번의 기회가 주어졌으나 의혹은 해소되기는커녕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그리고 특별검사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사건의 성격은 단순한 로비의혹사건에서 의혹의 은폐조작사건으로 커져버렸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의 위기관리능력은 ‘상실’ 정도가 아니라 어설픈 대응으로 오히려 상황을 꼬이게 하고 있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국민여론이 어느 쪽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방향감각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것이다. 지금도 여권 인사들은 “검찰의 옷로비사건 수사 당시 김태정 검찰총장을 법무장관으로 발탁함으로써 검찰의 모양새를 우습게 만든 것부터가 사태를 안이하게 인식했던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옷로비사건이나 언론문건사건, 서경원전의원 밀입북사건 재수사 등 최근 일련의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 변변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이면에 누군가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다. 김대중대통령이 11월22일 청와대비서실 개편의사를 밝힌 것은 바로 이같은 인식 때문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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