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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재계

자유기업센터 분리에 정부 압력설

전경련서 ‘분가’ 전격선언 배경 아리송… 정부선 ‘눈엣가시’ 뺀 셈

  •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자유기업센터 분리에 정부 압력설



대통령 8·15 경축사는 계급 갈등을 유발하는 것이다. 재벌개혁 하면 중산층이 육성된다는 이야기냐… 세계적 기업만 남고 모두 물러나라고 한다면 박세리 빼고는 골프 선수들 도 골프채 놓으란 말이냐… 대통령도 장관도 모두 세계 일류여야 한다는 말인데, 그러면 우리나라 공무원의 95%는 퇴출된다.”

지난 10월초 전국경제인연합회 유한수전무는 재벌개혁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서 정부의 재벌정책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 놓았다. 재경부 이근경차관보까지 참석한 자리에서 공무원들의 자질론까지 들먹인 것은 문민정부 시절 이건희삼성회장의 ‘정치 사류’ 발언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고 나서 꼭 한달. 전경련은 입장을 180도 선회해 대국민 사과 성명을 내기에 이르렀다. 김각중 전경련회장대행은 이기호 청와대경제수석을 초청한 회장단 회의에서 “국민의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한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이날 회장단 결정 사항의 핵심은 자유기업센터를 전경련으로부터 떼어내겠다는 것이었다. 자유기업센터는 전경련의 싱크탱크인 한국경제연구원과는 별도로 지난 97년 창립돼 자유주의와 시장경제 원리를 전파하는 역할을 맡았었다. 그러나 김대중정부 출범 이후 정부의 재벌정책이 시장 원리를 무시하고 사유 재산권을 침해하는 요소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반(反)정부 단체로 비쳐온 것이 사실이다.

재벌정책 반발 이론가들 목소리 낮춰



이러한 이유 때문에 자유기업센터는 운영 측면에서는 다른 연구소들이 벤치마킹의 모델로 삼을 정도로 관심의 대상이었지만 정부와의 긴장 관계를 꺼릴 수밖에 없는 전경련에는 오히려 부담스러운 존재일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자유기업센터 공병호소장이 강봉균재경부장관, 이헌재금융감독위원장, 전윤철공정거래위원장 등 재벌개혁의 선봉에 서 있는 경제 관료들을 시장 경제를 파괴하는 인물들로 신랄하게 비판한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정부측에서는 자유기업센터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경련에 근무하고 있는 대우 출신 인사들은 대우그룹에 대한 워크아웃 과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까 우려해 공병호소장에게 ‘대정부 비판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공소장은 한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외유설에 시달리기까지 했다. 그 역시 “경제학자가 학자로서의 견해를 표명하는 것을 두고 적으로 몰아버리면 어찌하자는 것이냐”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지만 이미 몇달 전부터는 “자유기업센터가 전경련에 부담이 되고 있다”며 마음을 정리한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물론 자유기업센터는 97년 창립 당시, 2년 뒤에는 전경련으로부터 독립한다는 조건을 이미 달아 놓은 바 있다. 공소장 자신도 그동안 모 경제신문 주필 자리를 제의받는 등 두세 차례 자리를 옮길 기회가 있었지만 대부분 고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결정은 전경련 내에서 당일 아침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에서 보듯 그 배경에 뭔가가 있지 않겠느냐는 의심을 불러일으킬 만하다는 것이 재계 주변의 관측이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공소장은 아직 입을 다물고 있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일각에서 유한수 전무와 공병호소장을 비롯한 재계 이론가들에게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들어갔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측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의 재벌 정책에 강하게 반발해 오던 이론가들이 ‘총론 찬성, 각론 반대’ 정도로 목소리를 낮춘 데는 이런 배경이 작용했을 것” 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전경련의 사과와 자유기업센터 분리를 정부와 재벌의 한판 승부에서 정부측이 ‘완승’한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제 ‘시장 파괴’니 ‘진검승부’니 하며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재벌개혁은 마무리 수순만 남겨 놓고 있는 것 같다.



주간동아 210호 (p32~32)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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