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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거리의 잡지’

신세대 공짜잡지 “인기 캡”

‘인 서울…’ ‘짬’ 등 스트리트페이퍼 봇물… 정보 많고 광고 볼 만해 불티

  • 서영아 기자 sya@donga.com

신세대 공짜잡지 “인기 캡”

동숭동의 종합문화카페 민들레영토. 이곳에는 매월 초 3~4종의 잡지가 배달된다. ‘인서울매거진’ ‘짬’ ‘ttl’ ‘붐’ 등이 그것으로 요즘 한창 인기를 끄는 스트리트페이펴들이다.

스트리트페이퍼. 젊은이들이 몰리는 시내 대형서점이나 대학가, 카페 등지에 깔아놓으면 독자들이 ‘ 공짜’로 가져다 읽을 수 있는, 말 그대로 ‘거리의 잡지’들이다.

IMF 한파로 된서리를 맞았던 스트리트페이퍼 시장에 최근 회생의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명멸을 거듭하는 게 스트리트페이퍼들의 특징이지만, IMF 이전 20여개에 달했다가 10여개로 줄어들었던 스트리트페이퍼들이 최근 부쩍 늘어나고 있다. 개중에는 ‘페이퍼’처럼 유가지로 전환한 경우도 있다.

연예 영화 등 전문화 추세

스트리트페이퍼들은 신세대들 사이에선 인기‘캡’이다. 좌대에 갖다 놓으면 하루도 안돼 동날 정도라고 한다. 스트리트페이퍼가 나오는 월초에 일부러 카페에 들른다는 쭛쭛대학생 쭛쭛쭛씨(22)는 “무엇보다 공짜니까 좋고, 신문이나 잡지에서 볼 수 없는 생활문화정보가 들어 있어 즐겨 찾는다”고 말한다. 또다른 독자 쭛쭛쭛씨(25)도 “광고만 봐도 유행의 첨단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스트리트페이퍼의 강점으로 꼽았다.



스트리트페이퍼의 효시는 지난 8월20일 창간 5주년을 맞은 ‘인서울매거진’. 이 잡지는 부수면에서도 선두주자로 매달 무가지 7만부, 유가지 4만부를 배포한다. 지난 10월 통권 40호를 발간한 ‘붐매거진’도 IMF 한파의 격랑을 뚫고 살아남은 매체다.

매체가 늘면서 전문화 바람도 불고 있다. ‘네가’가 극장 중심으로 배포되는 영화전문 무가지라면 지난 9월 창간된 ‘꼬께’는 연예매거진을 표방한다. 문화평론지 ‘짬’도 있다. 지난 8월 SK텔레콤이 펴낸 10대용 무가지 ‘ttl’은 사외보이지만, 겉모양은 요즘 유행하는 스트리트페이퍼 형태를 띠고 있다. 이밖에 전문지를 표방하며 창간준비중인 스트리트페이퍼가 몇개 있다.

스트리트페이퍼들은 대체로 5만~7만부 정도를 발행한다. 발행 물량이 거의 매진되므로 발행부수가 곧 판매부수인 셈이다.

‘문화게릴라’ ‘대안문화의 대변자’ ‘거리문화의 리더’를 자처하는 스트리트 페이퍼들은 다양한 주장과 과감한 화보, 파격적인 레이아웃과 톡톡 튀는 글쓰기의 실험장을 열어놓기도 했다. 현대사상 김성기주간은 “90년대 현상인 스트리트페이퍼는 1차적으로는 중산층 이상 신세대의 소비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고, 2차적으론 작은 독립 언론으로 기능한다”고 정의한다.

스트리트페이퍼와 광고는 불가분의 관계다. 판매수익이 없어 수익의 전액을 광고에 의존하는 만큼 지면의 3분의 1 이상이 광고로 채워진다. 편집도 광고 위주다. 그런 점에서 스트리트페이퍼는 산업자본주의의 산물인 셈이다. 지명도가 높은 스트리트페이퍼에는 광고주들이 몰리기도 한다. 소비욕구가 왕성한 신세대를 잡기 위해서다. 인서울매거진 김백년발행인은 “창간 초기에는 광고 수주에 어려움이 많았으나 이제는 웬만한 여성지보다 광고 단가가 더 높다”고 말한다. 그러나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스트리트페이퍼들이 지나치게 외국문화 지향적이고 소비문화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일각에선 이런 흐름에 맞서 차별화를 꾀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지난 6월 ‘상업주의 배제’를 선언하며 창간된 ‘짬’이 대표적 사례. 기존의 ‘잘나가는’ 스트리트페이퍼들이 광고와 화보 위주의 ‘보는 잡지’를 지향하는 반면 ‘짬’은 철저히 ‘읽는 맛’이 있는 잡지를 만들겠다는 게 편집진의 각오다. “기존 매체에서 접할 수 있는 패션 카탈로그나 쿠폰 보따리 대신, “해볼 만한 ‘잡담’들을 독자와 편집자가 공유하는 데서 출발한다”는 게 ‘짬’ 이상윤편집장의 말.

그러나 상업주의를 배격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님을 ‘짬’ 편집진은 절감하고 있다. 적자가 누적돼 살림을 꾸려가기 빠듯하기 때문이다. ‘짬’은 애초의 방침과는 달리 약간의 광고를 게재키로 방침을 정했다.

스트리트페이퍼는 젊은층의 여론 형성에 상당한 역할을 한다. 또 요즘 젊은이들이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를 알아보려면 스트리트페이퍼를 들춰보면 된다. 한 스트리트페이퍼 10월호에서는 “동티모르 파병에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이 가장 나쁜 사람들”로 평가되고, 인기리에 방영되는 TV프로그램들이 매체비평란에 올라 갈가리 해부된다. 만화 ‘광수생각’과 조선일보의 결합에 따른 권력화가 지적되고, 검열문화에 대한 비판이 거침없이 이뤄진다. 모든 비판은 당연히 실명이다. 편집진과 취재대상이 밤새워 술잔을 기울이며 나눈 인터뷰 내용이 여과없이 실리기도 하는데, 그 내용은 특정 언론매체에 대한 강도 높은 불만이다.

‘민들레영토’를 운영하는 지승룡씨는 스트리트페이퍼에 대해 “자유롭고 기존 가치체계를 부정한다는 면에서 오히려 진보적이고 대안적이다. 대부분 상업주의를 자연스런 것으로 수용한다. ‘나’를 중요시하는 신세대적 가치관과 문화를 이처럼 곧이곧대로 반영하는 매체도 없다”고 말한다. 그는 “적어도 신세대 시장에서 유가지와 무가지의 대결은 이미 승부가 났다”며 유가지들은 ‘한물 간’ 매체라고 주장한다.

반면 현대사상 김성기주간은 “사회가 다양해지려면 작은 매체들이 많아져야 한다. 그러나 최근의 스트리트페이퍼들은 신세대의 특성을 담았다기보다는 의미없는 눈요기 수준에 머무르는 듯하다”고 비판한다. “미국의 하위 청년문화, 즉 히피문화를 대변한 스트리트페이퍼 ‘빌리지 보이스’가 비록 ‘좌파상업주의’라는 비판을 낳았을망정 나름의 철학과 색깔이 있었던 것처럼, 한국에서도 분명한 색깔을 갖고, 설사 물의를 일으킬지언정 전투적으로 밀어붙여 기존 잡지시장에도 충격을 주는 스트리트페이퍼를 보고 싶다”는 것이다.

스트리트페이퍼들은 대안언론으로 성장할 것인가, 아니면 광고주의 입맛에 따라 좌우되는 고급전단 수준에 머물 것인가. 어찌됐건 ‘당위’를 앞서가는 ‘현실’은 분명히 존재하는 듯하다. 우리에게 거리가 있고 시장이 살아 있는 한 스트리트페이퍼 시장은 성장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그것이다.



주간동아 209호 (p68~69)

서영아 기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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