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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 피플|대우증권 박종수 대표

‘대우’ 떼고 새롭게 뜁니다

열린 경영으로 직원 추스리고 고품격 서비스로 고객 맞고… 업계 1등 재탈환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대우’ 떼고 새롭게 뜁니다



대우증권의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십시오’. 11월 초 중앙 일간지에 일제히 실린 이 광고 문안을 본 대우증권 직원들은 착잡한 마음을 금하지 못하면서도 차라리 홀가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부동의 업계 1위였던 대우증권이란 이름을 버리게 됐지만 한편으론 ‘대우’라는 무거운 짐을 벗어던질 수 있었기 때문.

대우증권의 이 광고는 최근 대우 쇼크의 소용돌이 속에서 숨가쁜 변신의 길을 걸어온 대우증권을 상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한 가운데에 박종수대표이사전무(52)가 있다. 박전무는 9월2일 대우증권 지분의 32.58%를 보유한 제일은행 등 9개 채권은행단에 의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대우증권 역사상 가장 어려운 때에 대표이사를 맡은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직원과의 대화였다. 직원들이 사내 통신망에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도록 하는 한편 직접 직원들을 만나 이들의 생각을 귀담아 들었다. 박전무는 무엇보다 투명경영이 필요하다고 판단, 회사 소식을 즉시 직원들에게 알리도록 했다. 직원들의 참여의식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

“그 덕분인지 직원들의 동요는 거의 없었습니다. 다른 회사로 옮긴 직원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고, 현재의 직원들로 과거의 영업력을 유지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직원들과의 ‘부대끼기 전략’은 곧 효과가 나타났다. 대우사태가 터진 7월19일 이후 한때 10% 이하로 시장점유율이 떨어지면서 업계 1위 자리를 내주고 4위까지 추락하기도 했으나 10월 들어 다시 수시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상처받은 직원들의 ‘자존심’도 어느 정도 회복됐다.

‘CS 재도약운동’이란 이름으로 펼치고 있는 고객 만족운동도 1위 복귀에 큰 역할을 했다. 고객들이 일일 지점장을 맡는가 하면, 신규 고객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확인전화를 해주는 해피콜 제도를 실시했다. 고객 불만족 직원에 대해서는 재교육도 시켰다. 금융기관은 고객 서비스가 최우선이라는 믿음을 철저히 실천한 것.

“일부에서는 저에 대해 ‘시한부 대표이사’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채권은행단에서 내년 1월 중순까지 대우증권을 매각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루를 하더라도 항상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고 있고, 다행히 직원들도 호응해주고 있습니다.”

세계적 컨설팅 회사로 대우증권 실사`-`매각 자문기관인 아서 앤더슨이 최근 실사 작업을 벌인 결과 대우증권은 부채보다 자산이 2조원이나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우그룹에 콜자금으로 빌려준 7700억원도 5년 동안 1500억원씩 충당금을 쌓으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올 상반기 이익이 무려 4500억원이나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대우증권 인수에 관심을 표명하는 국내외 회사들이 많다고 한다.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고 해서 우리 금융시장에 불어닥친 환경변화를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은행 보험 증권 등 전통적인 금융기관의 벽이 허물어지는 추세에 맞춰 대우증권도 장기적으로는 금융기관으로서 종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변화해 나갈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직원들에 대한 교육훈련을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그는 이미 직원 채용 및 양성 방법을 전면적으로 바꾸기로 하고 아서 앤더슨에 자문을 의뢰해 놓았다. 박전무는 11월말에 나올 아서 앤더슨 컨설팅 보고서에 관계없이 애널리스트, 세일즈맨 등 증권업의 전문 분야별로 직원을 채용, 각 분야 전문가로 육성하는 시스템을 반드시 도입할 계획이다. 또 한국적 현실에 맞는 연봉제도 전면 도입할 예정이다.

전형적인 KS맨(경기고-서울대상대 출신)인 박전무가 18년 동안 근무해온 외환은행을 떠나 대우증권과 인연을 가진 것은 90년. 회사를 옮기자마자 헝가리의 대우은행으로 파견됐다. 당시 헝가리에는 세계적인 금융기관들이 앞다퉈 진출했기 때문에 이들과 경쟁하면서 선진 금융기법을 배울 수 있었다. 작년 5월 헝가리에서 돌아와 대우증권에 복귀했다. 그가 일으키고 있는 변화의 바람이 대우증권을 계속 정상의 자리에 머물도록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주간동아 209호 (p26~26)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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