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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읽어주는 남자

160년 전 에도로 가다

안도 히로시게의 ‘사루와카 거리의 밤 풍경’

  • 황규성 미술사가·에이치 큐브 대표 andyfather@naver.com

160년 전 에도로 가다

160년 전 에도로 가다

‘사루와카 거리의 밤 풍경’, 안도 히로시게, 1857년, 종이에 목판 인쇄, 33.3×48cm, 일본 고베시립박물관 소장. [사진 제공 · 일본 고베시립박물관]

160년 전 일본 에도시대 밤거리로 가볼까요. 당대 유명 화가였던 안도 히로시게(1797~1858)의 ‘사루와카 거리의 밤 풍경’이라는 목판화입니다. 이런 목판화는 여러 색깔을 사용해 다색목판화(多色木版畵) 또는 ‘우키요에(浮世繪)’라고 합니다. ‘부세((浮世)’라는 말은 원래 불교 용어로, 전란과 빈곤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내세 극락을 바라는 마음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세상을 떠다닌다는 뜻에서 ‘향락’과 ‘유행’의 의미로 사용됐습니다. 그런데 그림을 좀 더 자세히 보면 원근법을 활용해 마치 그림이 튀어나온 것처럼 부각된 모습이라고 해서 ‘부세회’라고도 부릅니다.

‘사루와카 거리의 밤 풍경’은 달빛이 비치는 밤거리를 즐기러 나온 일본인들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안도가 제작한 사계절 목판화인 ‘명소 에도 백경(名所江戶百景)’ 가운데 90번째로 소개된 절경입니다. 사루와카 지역은 당시 연극이나 가부키 극장 등이 밀집한 유흥가로 현재 아사쿠사 6초메 일대입니다.

이 작품은 세로로 긴 화폭에 과거 일본 상점거리를 묘사했습니다. 상점들은 양쪽으로 늘어서 있고 골목 가까운 곳부터 먼 곳까지 뻗어 있습니다. 그림 하단부터 중간까지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상점골목이며 상단은 희고 둥근 보름달이 뜬 밤하늘입니다. 원근법을 살린 이 그림은 하단에서 중간으로 갈수록 상점골목이 점점 좁아져 그 끝은 거의 점처럼 작아집니다. 이러한 소실점에 대한 깊이 있는 원근 처리 방법은 대각선으로 엇갈린 두 직선이 멀리 한 점에서 만나는 것처럼 보입니다. 길게 늘어선 상점건물 위에는 사방을 관망하기 위한 망루 3개가 있으나 사람은 보이지 않습니다. 당시 안도는 소방 담당 하급 무사로 망루에서 화재를 감시하는 일을 하며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늦은 밤이지만 사루와카 거리는 유흥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모두 일본 전통의상을 입고 있는데 몇몇은 붉은 등불을 들고 있고, 주인을 따라 나온 듯한 개들도 보입니다. 사람들 발아래 그림자가 아주 또렷하게 그려져 있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거리는 회색빛으로 어둡지만 상점은 노란색 등과 붉은색 간판으로 강렬한 색의 대비를 이룹니다. 둥근달이 떠 있는 밤하늘은 짙은 푸른색으로 묘사돼 있고 그림 최상단으로 갈수록 검은색에 가깝게 점점 더 진해집니다. 그림 상단 오른쪽에는 붉은색 띠 위에 글자가 쓰여 있습니다. 하나는 화가의 서명이고 또 다른 하나는 ‘명소 에도 백경’이라는 작품명입니다.





160년 전 에도로 가다

‘아를르의 포룸 광장의 카페 테라스’, 빈센트 반 고흐, 1888년, 캔버스에 유채, 81×65cm, 네덜란드 크뢸러뮐러미술관 소장.[사진 제공 · 네덜란드 크뢸러뮐러미술관

이처럼 극적인 원근감의 표현과 달빛, 상점의 불빛으로 인한 그림자, 푸른 밤하늘과 붉은 등, 불빛의 선명한 대비가 마치 서양화를 보는 듯합니다. 실제로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안도의 그림에 매료돼 종종 그의 그림을 베낀 모사화를 그렸습니다. 특히 프랑스 아를르 포룸 광장을 그린 ‘아를르의 포룸 광장의 카페 테라스’는 이 그림의 영향을 받은 듯 구도가 매우 유사해 자주 비교되기도 합니다.






주간동아 2016.07.20 1047호 (p60~60)

황규성 미술사가·에이치 큐브 대표 andyfath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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