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7

2016.07.20

스포츠

유쾌 반란 꿈꾸는 ‘골짜기세대’

올림픽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과 아이들’…‘역대 최약체’ 우려, 8월 8일 독일전이 분수령

  •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입력2016-07-19 09:5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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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태용(46)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축구대표팀이 7월 18일 브라질행 비행기에 올랐다. 세계 최초로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는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은 8월 5일 오전 8시 사우바도르에서 피지와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C조 조별리그 1차전을 가진 뒤 8일 오전 4시 같은 장소에서 독일과 2차전을 치른다. 멕시코와 3차전은 11일 오전 4시 브라질리아에서 펼쳐진다.

    4년 전 런던올림픽에서 홍명보(현 항저우 그린타운 FC) 감독이 지휘한 올림픽축구대표팀은 일본과 3·4위 결정전에서 2-0 승리를 거두고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 획득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하지만 브라질은 한국 축구사에 ‘아픔의 장소’로 남아 있다. 2년 전 브라질월드컵에서 똑같이 홍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국가대표팀은 조별리그에서 1무2패라는, 무기력한 경기를 선보인 끝에 일찌감치 짐을 싸고 말았다. ‘신태용과 아이들’은 브라질에서 맛봤던 형님들의 아픔을 씻어내고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의 영광을 안겨준 4년 전 런던올림픽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을까.



    4년 전과 멤버를 비교하면

    올림픽축구대표팀의 와일드카드(24세 이상)는 모두 3명이다. 신태용 감독은 일찌감치 예고했던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FC), 수비수 장현수(광저우 푸리)와 최전방 공격수 석현준(FC 포르투)을 최종 선발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석현준과 황의조(성남FC)를 놓고 고심했지만, 6월 초 국가대표팀의 유럽 원정에서 상대적으로 돋보였던 석현준을 낙점했다.

    그러나 사실 석현준도 신 감독이 처음 생각했던 카드는 아니다. 이번 올림픽축구대표팀은 공격진에 비해 수비진에 약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 감독은 당초 수비수 홍정호(FC 아우크스부르크)를 염두에 뒀지만, 소속팀의 강한 차출 반대 탓에 무산됐다. 결국 5월 이미 제출한 ‘35인 예비엔트리’ 안에서 선수를 뽑다 보니 공격수로 다시 눈을 돌려야 했고, 석현준을 최종 선발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손흥민이나, 포르투갈리그에서 기량이 검증된 석현준, 그리고 안정감 있는 수비 능력을 갖춘 장현수 등 3명의 이름값이나 실력을 고려하면 ‘와일드카드 3총사’의 능력은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이번 대표팀은 ‘역대 최약체’라는 냉정한 평가를 받고 있다.

    런던올림픽 멤버들은 어릴 때부터 ‘황금세대’로 불렸다. 이들 중 대부분이 2014 브라질월드컵을 거쳐 한국 축구 주축으로 활약 중이다. 런던올림픽 때는 와일드카드를 포함해 18명 중 10명이 해외파였다. 당시 소속팀 기준으로 이 가운데 4명(박주영, 지동원, 기성용, 구자철)이 유럽파였다. 일본파가 4명(정우영, 백성동, 김보경, 황석호), 중국파(김영권)와 중동파(남태희)가 각 1명이었다. 리우올림픽 최종 엔트리 18명 가운데 해외파는 7명인데 유럽리거는 4명(황희찬, 석현준, 손흥민, 류승우)으로 4년 전과 같지만, 일본(송주훈, 구성윤)과 중국(장현수) 등 아시아권에서 차이가 난다. 국내파(11명)의 비중이 4년 전보다 늘었다.

    런던올림픽 축구대표팀 평균 연령(23.1세)도 이번 대표팀(22.6세)보다 높았다. 선수 면면이나 경험으로 봤을 때도 4년 전보다 현 멤버들이 약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신태용 감독의 자신감

    4년 전 황금세대에 비해 이번 대표팀은 ‘골짜기세대’라는 평가를 들을 만큼 상대적으로 약해 보이지만, 신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수비가 약하다고 하지만, 대량실점을 한 적이 없고 무실점 경기도 많았다. 공격수가 조직적으로 플레이를 만들어간다면 수비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 미드필더진의 공간 침투와 연계 플레이가 성공한다면 런던올림픽의 영광을 충분히 재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신 감독이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여러 포지션을 두루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를 대거 포진케 한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손흥민은 물론이고 황희찬(FC 레드불 잘츠부르크)도 측면과 최전방 공격이 모두 가능하고 공격 2선의 축인 권창훈(수원 삼성 블루윙즈), 문창진(포항 스틸러스)도 다양한 포지션에서 뛸 수 있다.

    리우올림픽은 16개국이 4개 조로 나눠 조별리그를 펼치고 여기에서 각 조 2위까지 8강에 진출한다. 올림픽 본선에 처음 나선 피지는 C조 최약체로 평가받지만, 독일은 정예 멤버 몇 명이 빠졌다 해도 유럽 최고 기량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4년 전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멕시코는 이번 리우올림픽 북중미 예선도 1위로 통과하며 변함없이 탄탄한 전력을 과시했다. 라울 구티에레스 감독이 이 팀을 17세 이하(U-17) 시절부터 꾸려와 무엇보다 안정감 있는 조직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약체 피지를 제외하면 독일과 멕시코는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상대다. 신 감독은 첫 상대 피지를 꺾어 우위를 점한 뒤 독일전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데 독일전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소속팀의 친선경기를 치르고 7월 31일 브라질 살바도르에서 올림픽축구대표팀에 합류하는 손흥민은 8월 5일 피지전에 나서지 않을 개연성이 크다. 장거리 비행에 따른 피로를 푼 뒤 2차전인 8일 독일전에 출격할 것으로 보인다. 신 감독은 “피지전에서 숨길 것은 숨기고, 독일전에 ‘올인’하겠다. 피지를 잡고 독일을 상대로 이기거나 비겨 멕시코전을 준비한다면 예선을 통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4년 전 ‘홍명보와 아이들’은 큰 기대를 안고 런던행 비행기에 올랐지만, 2016년 ‘신태용과 아이들’은 불안과 기대가 교차하는 가운데 장도에 올랐다. 냉정하게 보면 런던올림픽의 영광을 재현하기에는 무리가 좀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더욱이 이번 대표팀은 브라질로 이동하기 전 여러 사정 탓에 단체훈련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공은 둥글다. ‘신태용과 아이들’이 리우에서 ‘유쾌한 반란’을 일으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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