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영상 돋보이게 하면서도 귀에 감기는 선율

이야기를 완성하는 영화음악

  •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영상 돋보이게 하면서도 귀에 감기는 선율

영상 돋보이게 하면서도 귀에 감기는 선율

소피 마르소 주연의 청춘영화 ‘라붐’의 한 장면.

영화는 이야기의 예술이다. 이야기에 걸맞은 연기와 배경 등이 동원돼 메시지를 전달하고 관객을 쥐락펴락한다. 그 메시지에 힘을 불어넣는 건 영화음악이다. 만약 음악이 없다면 영화는 아무리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해도 감정이입 정도가 약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한국에 배낭여행 붐을 일으켰던 영화 ‘비포 선라이즈’에서 이선 호크와 줄리 델피는 오스트리아의 한 레코드가게로 들어가 음악을 함께 듣는다. 그들의 헤드폰에서 흘러나오는 곡은 캐스 블룸의 ‘Come Here’. 둘은 어떤 대사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캐스 블룸의 애절한 목소리와 아름다운 멜로디가 겹쳐지며 그들의 표정은 이미 사랑에 빠진 커플의 것이 된다. 극장 스피커로 그 음악을 듣는 관객들 역시 마찬가지의 감정을 느낀다. 만약 거기서 음악이 없었다면 엄청난 양의 대사가 필요했을 것이다. 언어가 아니기에 언어가 설명할 수 없는 많은 감성과 상황을 표현할 수 있는 게 바로 음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음악의 힘을 영화 창시자들도 알고 있었다.

영화에 소리와 음악을 넣으려는 시도는 1927년 들어서야 현실화됐다. 최초의 유성영화 ‘재즈 싱어’가 개봉한 것이다. 하지만 영화음악의 발전은 좀 더 늦게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 기존 곡을 그대로 집어넣는 게 훨씬 싸게 먹혔기 때문이기도 하고, 상업화되던 미국 할리우드에서 영화음악을 독자적인 예술로 바라보는 이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풍토에 일침을 가하고 영화음악의 가능성을 탐색한 이는 월트 디즈니였다. 그는 영상과 음악이 효율적으로 맞물렸을 때 뮤지컬이나 오페라와는 다른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판타지아’ 같은 작품을 통해 제시했다.

리코딩 기술의 발달로 페이드인아웃, 오버랩 등의 효과가 가능해지면서 영화음악의 표현은 더욱 발달했고 1950~60년대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영화산업이 블록버스터화하면서 영화음악만 전문적으로 작곡하는 이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영화 규모에 걸맞게 대형 오케스트라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그래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벤허’처럼 그 시대를 대표하는 명작들의 음악은 영화 못지않게 웅장했고, 그제야 영화음악은 클래식이나 팝과 구분되는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하게 됐다.



또한 앤디 윌리엄스, 버트 배커랙 같은 당대 작곡가들이 영화음악을 만들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다. 그 결과 ‘티파니에서 아침을’에 삽입된 ‘Moon River’, ‘로미오와 줄리엣’에 쓰여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A Time For Us’ 같은 명곡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 즉 영화뿐 아니라 영화음악도 음악산업의 일부로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런 좋은 영화음악들은 영화의 생명과 별개로 그 자체로 히트하거나 알려지고, 자연스럽게 영화에 대한 관심으로 대중을 이끌었다. 지금은 전 세계 동시 개봉 시대라지만 본국보다 한 걸음 늦게 한국 개봉이 이뤄지던 1980년대까지만 해도 라디오를 통해 영화음악이 먼저 소개돼 좋은 반응을 얻은 후에야 영화가 개봉되는 일이 종종 있었다. 리처드 샌더슨의 ‘Reality’가 수록된 소피 마르소 주연의 ‘라붐’이 대표적 사례다.

좋은 주제가가 영화의 홍보 및 입소문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면 스코어, 즉 극 중에 삽입되는 연주곡은 주제가와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엄연히 영상. 따라서 음악은 영상을 뒤에서 받쳐줄 뿐 전면에 나서지 않아야 한다. 음악에 영상이 묻히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야자키 하야오와 콤비인 히사이시 조,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음악 대부분을 담당한 앤디 윌리엄스와 버트 배커랙 같은 당대 작곡가들은 가수를 위해서뿐 아니라 영화를 위해 노래를 작곡하며, 대표적인 영화음악가 엔니오 모리코네 같은 이에게는 거장의 호칭이 아깝지 않다. 영상을 돋보이게 하면서도 보는 사람, 듣는 사람에게 잊지 못할 음악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영화로 치자면 주연 못지않은 조연, 뛰어난 영화음악의 조건이다.







주간동아 2016.04.20 1034호 (p78~78)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217

제 1217호

2019.12.06

아이돌 카페 팝업스토어 탐방기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