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72

2023.01.06

2032년 한국 첫 달착륙선 발사 디딤돌 다누리

145일 항행 끝 달 상공 100㎞ 궤도 안착… 한국, 세계 7번째 달 탐사국 합류

  • 이종림 과학전문기자

    입력2023-01-06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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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누리가 지난해 12월 24일 달 344㎞ 상공에서 촬영한 지구 모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다누리가 지난해 12월 24일 달 344㎞ 상공에서 촬영한 지구 모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한국 최초 달 탐사 궤도선 다누리가 달 상공에서 촬영한 지구 모습이 공개됐다. 공개된 영상은 다누리에 탑재된 고해상도 카메라(Lunar Terrain Imager·LUTI)가 촬영한 장면이다.

    탄도형 달 전이 방식으로 안착

    컴퓨터그래픽으로 그린 다누리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컴퓨터그래픽으로 그린 다누리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다누리는 달로 가는 여러 여정 가운데 ‘탄도형 달 전이 방식(BLT)’을 택했고 총 730만여㎞ 항행 끝에 달 궤도에 안착했다. 다누리는 1년간 달착륙선 후보지를 찾기 위한 탐사에 나선다.

    다누리는 한국 최초 달 궤도선이다. 달 궤도선은 달에 착륙하지 않고, 달 상공을 돌면서 표면을 관측하는 것을 주 임무로 한다. 다누리는 지난해 8월 5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된 뒤, 145일간 항행 끝에 지난해 12월 27일 달 상공 100㎞ 궤도에 진입했다. 이렇게 오랜 기간이 걸린 이유는 BLT를 통해 달에 갔기 때문이다. 지구와 달의 직선거리는 38만㎞로 곧장 가면 사흘가량 걸린다. 하지만 다누리가 택한 BLT 궤적에서는 지구와 150만㎞ 떨어진 라그랑주 L1 지점을 지난 뒤 나비 모양 궤적을 그리면서 멀리 돌아 달 궤도에 진입한다. 라그랑주 L1은 태양과 지구 중력이 평형을 이루는 지점이다.

    다누리가 BLT 궤적을 택한 이유는 달 궤도선 무게가 중량 목표인 550㎏을 맞추지 못하고 128㎏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다누리의 최종 무게는 약 678㎏으로 크기는 가로 3.18m, 세로 6.3m, 높이 2.67m다. 무게가 늘면 연료가 부족해지거나 임무 기간을 단축해야 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BLT 궤적을 택하는 것이다. 달로 직접 가지 않고 태양 중력에 끌려갔다가 마치 부메랑처럼 지구와 달 중력에 끌려오는 방식으로, 연료를 25% 아낄 수 있다. 하지만 우주선이 이 궤적으로 달에 도달한 사례가 역사상 극히 드물 정도로 까다로운 설계와 매우 정밀한 항법 기술이 필요하다. 1도만 틀어져도 큰 오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주인터넷 시연

    다누리는 당초 5번 궤도진입기동을 계획했으나 세 차례 만에 임무 궤도에 들어섰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다누리는 당초 5번 궤도진입기동을 계획했으나 세 차례 만에 임무 궤도에 들어섰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최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초소형 탐사선 캡스톤도 BLT 궤적을 택해 달 탐사에 나섰다. 어드밴스드 스페이스의 캡스톤 임무 설계 책임자인 이선 카이저는 트위터를 통해 “BLT는 적절한 기하학으로 설계할 경우 효율적인 연료로 달 궤도에 다다를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수만 개의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궤적수정기동 지점을 최적에 배치함으로써 궤도 이탈 오류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궤적수정기동은 연료 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태양과 지구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을 향해 이동하다 로켓 경로를 정밀하게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중력의 영향권에 진입할 때 방향을 틀어 궤적을 바꾸는 매우 중요한 절차다. 다누리는 달에 도착하기까지 총 4회 궤적수정기동을 수행했다. 당초 9회를 계획했는데, 4회로 줄인 것이다. 다누리는 지난해 8월 7일 1차 궤적수정기동에 이어 9월 2일 추력기를 작동해 방향을 조정하는



    2차 궤적수정기동을 수행했다. 그리고 11월에 3차, 4차 궤적수정기동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달 궤도에 진입했다. 다누리가 임무 궤도인 달 상공 가까이 다가가는 과정도 당초 계획보다 더 안정적이었다. 시속 8000㎞로 날아가던 다누리가 추력기를 사용해 속도를 늦추고 고도를 낮추며 임무 궤도에 다가가는 궤도진입기동은 애초에 5번으로 계획됐는데, 세 차례 만에 임무 궤도에 들어섰다.

    현재 다누리는 성공적으로 목표한 임무 궤도인 달 상공 100㎞ 궤도에 안착했다. 초속 1.62㎞ 속도로 약 2시간마다 공전 중이다. 근월점(달-다누리 최단거리) 104.1㎞, 원월점(달-다누리 최장거리) 119.9㎞ 궤도에 위치해 있다. 1월 말까지 탑재체 성능 확인과 오차 및 왜곡을 조정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누리는 1년간 임무 수행을 위한 잔여 연료량도 총 연료량 260㎏ 중 93㎏으로 충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누리에는 NASA가 제작한 초감도 광학 카메라 셰도캠을 포함해 국내 기술로 제작한 고해상도 카메라, 광시야 편광 카메라, 자기장 측정기, 감마선 분광기, 우주인터넷 탑재체 등 6개 과학 장비가 탑재돼 있다. 다누리는 1년간 이것들을 활용해 달 표면 탐사를 펼칠 예정이다.

    다누리는 우주인터넷 탑재체에 저장된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를 지구로 전송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다누리는 우주인터넷 탑재체에 저장된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를 지구로 전송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달에 가는 동안에도 다누리는 여러 임무를 수행했다. 먼저 지구에서 120만㎞ 넘는 거리에서 BTS (방탄소년단) 뮤직비디오를 포함한 영상과 사진 파일을 보내 우주인터넷을 시연했다. 지난해 8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우주인터넷 시연기로 행성 간 인터넷 연결을 검증한 것이다. 또 9월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 146만~154만8000㎞ 거리에서 고해상도 카메라로 달 공전을 촬영한 사진을 지구로 보내기도 했다.

    달 착륙지 탐색 임무 수행

    앞으로 다누리는 달 궤도를 돌며 착륙선 후보지를 찾고, 물과 헬륨-3 등 자원 채굴을 위한 달 표면 자원 지도를 만들 계획이다. 심우주 탐사용 우주인터넷 기술도 점검한다. NASA와 협력한 셰도캠은 달에 존재하는 얼음 퇴적물의 증거를 찾고 영구적으로 그늘진 달 극지의 이미지를 수집하도록 설정돼 있다. 이번에 다누리가 보내온 지구 모습은 고해상도 카메라가 촬영한 사진이다. 고해상도 카메라가 촬영한 달 표면 영상은 향후 달 탐사선의 착륙 및 원격 탐사를 위한 40여 개 착륙 후보 지역을 선정하는 데 활용될 계획이다. 국내외 과학 연구에도 영상 자료로 쓰일 전망이다. 고해상도 카메라는 무게와 크기 제약으로 내구성과 해상도를 높이는 대신 흑백 촬영 장비를 싣는 것으로 결정됐다.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은 “대한민국은 일곱 번째 달 탐사 국가로서 우주 탐사 역사에 첫발을 내딛었다”며 “앞으로 10년 뒤 2032년 달착륙선을 우리 발사체로 쏘아 올릴 수 있도록 대한민국 우주개발 역량을 꾸준히 키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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