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59

2022.10.07

4조 원 반려동물 시장 선점하라! 통신 3사 ‘펫테크’ 삼국지

[Pet ♥ Signal] KT·LG유플러스는 IoT 가전제품, SKT는 동물병원 AI 진단 보조 서비스로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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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2-10-10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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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통신사들이 ‘탈(脫)통신사업’을 부르짖는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사실상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통신망을 활용한 서비스 플랫폼 확대 시도가 이어졌는데, 최근 통신 3사의 펫테크 시장 참여도 그 일환으로 보인다.”(통신사업 분야 전문가)

    ‘펫팸족’ 증가로 첨단 펫케어 제품 시장 확대

    반려동물을 겨냥한 상품·서비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펫테크’(반려동물 양육 관련 기술)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던 이동통신 업계가 급성장하는 반려동물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기존 반려동물 관련 시장은 사료 제품 중심이었으나, ‘펫팸족’(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이 늘면서 첨단기술을 적용한 펫테크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1월 펴낸 보고서 ‘성장하는 펫케어 산업 최신 트렌드와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에 따르면 국내 펫케어 시장 규모는 2017년 14억8000만 달러(약 2조836억 원)에서 2020년 17억9000만 달러(약 2조5000억 원)로 커졌고 2026년엔 27억9000만 달러(약 3조9000억 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최근 펫테크는 양적·질적 팽창을 거듭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2016년 3243건이던 반려동물용 가전제품 관련 상표출원은 지난해 5941건으로 매년 증가세다. 특히 각 상표출원 사례를 살펴보면 사물인터넷(IoT) 기술과 관련된 펫테크 상품의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

    통신 3사의 펫테크 진출 양상을 살펴보면 ‘동물의료’에 주목했다는 점에선 공통된 셀링 포인트가 있으나, 각론은 서로 다르다. 우선 KT와 LG유플러스는 기존 IoT 플랫폼을 기반으로 반려동물용 소형 가전제품 시장에 진출했다. 반려동물의 운동량을 체크해 사료를 급여하는 자동급식기, 먹이 제공과 놀이를 결합한 펫토이 등 ‘섭생(攝生)’에 방점을 찍었다. 반면 SK텔레콤은 인공지능(AI) 기반의 반려동물 진단 보조 서비스를 동물병원에 보급하고 나섰다.

    반려동물 흥미 끌고 건강 챙기고…

    LG유플러스가 출시한 반려동물 대상 스마트홈 서비스 ‘펫토이’. [사진 제공 · LG유플러스]

    LG유플러스가 출시한 반려동물 대상 스마트홈 서비스 ‘펫토이’. [사진 제공 · LG유플러스]

    우선 LG유플러스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을 겨냥한 ‘펫토이’ 서비스를 10월 5일 출시했다. 펫토이는 말 그대로 반려동물을 위한 장난감으로, 스마트홈 애플리케이션(앱)과 연동해 사용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펫토이에 노즈워크 전용 공을 장착하고 작동시키면 공이 기계에서 굴러 나와 반려동물의 흥미를 유발한다. 반려동물이 이중 구조의 공을 분리해 간식을 찾는 기본형, 공을 굴리면 간식이 나오는 굴림형, 액상형 간식을 표면에 묻힐 수 있는 츄르형 등 펫토이에 장착할 수 있는 장난감 종류도 다양하다. 반려견이 후각으로 장난감이나 먹이를 찾게끔 유도하는 훈련·놀이 방법인 노즈워크를 활용한 것이다. 펫토이엔 반려동물 훈련 기능도 있는데, ‘알림음’ 기능을 세팅하면 공이 나올 때 초인종 소리 같은 생활소음이 흘러나온다. 사람보다 예민한 청각을 가진 개, 고양이가 놀이와 함께 생활소음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반려견 전문가인 이찬종 이삭애견훈련소 소장과 협업으로 반려동물 토털 케어 서비스를 마련했다는 게 LG유플러스 측 설명이다.

    LG유플러스는 이미 IoT 기반 서비스인 ‘U+ 스마트홈’으로 반려동물 케어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가정용 폐쇄회로(CC)TV인 ‘맘카’와 자동급식기, 간식 로봇 등 기기를 연동해 반려동물의 나이나 몸무게에 맞는 먹이 급여를 가능케 했다. 이번에 새로 출시된 펫토이와 전용 앱을 맘카에 연결하면 반려동물의 놀이 모습을 실시간 혹은 녹화된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IoT) 웨어러블, 자동급식기로 구성된 KT의 ‘반려견 디바이스팩’. [사진 제공 · KT]

    사물인터넷(IoT) 웨어러블, 자동급식기로 구성된 KT의 ‘반려견 디바이스팩’. [사진 제공 · KT]

    KT는 5월 ‘반려견 디바이스팩’을 출시했다. 반려견에 착용시키면 활동량을 체크해주는 장치 ‘페보프로 웨어러블’과 자동급식기 ‘펫위즈’가 결합된 상품이다. 페보프로 웨어러블엔 loT 통신 기능이 탑재돼 실시간 측정한 반려견의 운동량 데이터를 펫위즈로 송신한다. 페보프로에는 6축 자이로스코프와 가속도 센서,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기술이 적용돼 반려견의 활동량과 생활 양태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가로세로 길이가 각각 33㎜, 38㎜로 500원짜리 동전(26.5㎜)보다 약간 크고 무게도 15g 정도라 국내에서 많이 키우는 소형견도 편하게 착용할 수 있다. 펫위즈는 이를 바탕으로 적절한 양의 사료를 측정해 반려견에게 준다. 일종의 반려견 맞춤형 비만 관리 장치인 것이다. 펫위즈엔 풀 HD(고선명도) 광각 카메라와 마이크가 탑재돼 주인이 반려견의 움직임을 실시간 확인하면서 대화하거나 녹음된 음성을 들려줄 수 있다.

    KT는 반려견 디바이스팩 사용자를 대상으로 ‘페보 반려견 케어플랜’ 상품도 내놨다. 반려견 디바이스팩을 사용하면서 ‘실시간 반려견 건강 리포트 서비스’를 신청하면 받을 수 있는 일종의 반려견 의료비 지원 서비스다. 월 1만 원을 납부하면 한 해 최대 130만 원까지 입원비, 수술비 등 반려견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AI 기술로 수의사 엑스레이 판독 보조

    동물병원에 보급된 SK텔레콤의 인공지능(AI) 기반 수의(獸醫) 영상진단 보조 서비스 ‘엑스칼리버’. [사진 제공 · SK텔레콤]

    동물병원에 보급된 SK텔레콤의 인공지능(AI) 기반 수의(獸醫) 영상진단 보조 서비스 ‘엑스칼리버’. [사진 제공 · SK텔레콤]

    SK텔레콤은 9월 25일 AI를 활용한 수의(獸醫) 영상진단 보조 서비스 ‘엑스칼리버’를 론칭했다. 동물병원에서 촬영한 반려동물 엑스레이 사진을 전용 클라우드인 ‘엑스칼리버 VET AI’에 올리면 약 30초 만에 정상인지 여부를 분석해준다. 현재까지 판독 가능한 동물 종(種)은 개 하나로, 근골격계 질환 7가지와 흉부 질환 10가지를 파악할 수 있다. 수의사는 엑스칼리버에 연동된 개인용 컴퓨터(PC)나 모바일 기기 등을 통해 판독 결과를 확인한다. 현재 AI 수준은 수의사의 엑스레이 판독을 보조하는 정도지만 향후 기술 발전에 따라 동물 진료에서 기여도가 높아질 수 있다. 엑스칼리버 개발에 참여한 한 수의사는 “기존 엑스레이 판독은 주관식 문제를 푸는 느낌이라면, AI 판독 소견을 참고할 경우 객관식 문제를 풀듯이 진단 정확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엑스칼리버는 반려견의 건강 이상을 얼마나 정확히 찾을 수 있을까. AI 엑스레이 분석의 정확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질환탐지율’이 있다. 같은 엑스레이 사진에 대한 실제 수의사의 판독과 AI 분석이 일치하는 정도를 의미한다. 엑스칼리버의 경우 7가지 유형의 근골격계 이상(異常)에 대한 질환탐지율은 86%, 흉부 이상 패턴 10종은 84%에 달한다는 게 SK텔레콤 측 설명이다. SK텔레콤은 국내 5개 국립대의 수의대학과 협업해 데이터셋(자료 집합)을 개발하고 인간에 비해 적은 동물 의료 데이터를 보완하고자 데이터 증강 기술도 적용했다.

    통신 3사가 펫테크 시장에 본격 진출한 배경은 무엇일까. 일각에선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사업 다각화를 통한 새로운 먹을거리 확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한국의 이동통신 회선 수는 5561만 개(7월 기준)로 전체 인구 5163만9909명(행정안전부 지난해 말 통계 기준)보다 많다. 사실상 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 상태라는 얘기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향후 (통신 3사가) 내수시장뿐 아니라 해외 수출을 염두에 둔 펫테크 사업 확장에 나서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각 통신사의 펫케어 사업 전략에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SK텔레콤의 IoT 사업은 경쟁 업체에 비해 B2B(기업 간 거래)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펫케어 사업은 개별 소비자를 타깃으로 할 경우 별도의 디바이스 제조사와 협업해야 해 마진이 줄어들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SK텔레콤은 반려동물 의료계를 대상으로 한 일종의 B2B 펫테크 사업에 나섰다는 것이다. 기존 AI 사업, 더 나아가 탈통신 기조의 연장선으로도 분석된다. KT와 LG유플러스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형태의 기존 IoT 영업망을 바탕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소비자들을 가가호호(家家戶戶) 방식으로 공략하고 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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