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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디지털로 피보팅하라!”

온오프 융합 첫발, SSG닷컴·지마켓글로벌 통합 멤버십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디지털로 피보팅하라!”

직장인 김선화(32) 씨는 쇼핑할 때 호불호가 확실하다. 출근길에는 어김없이 S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에 들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점심시간에는 S쇼핑몰에 접속해 이번 주 프로모션이 뭔지, 새로 들어온 쿠폰은 없는지 살펴본 뒤 새벽배송으로 주말 먹거리를 주문한다. 퇴근길엔 낮에 미처 주문하지 못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사진용 혼술 재료를 사기 위해 S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에 들러 추가로 장을 본다. 주말에는 S기업이 구단주인 야구팀을 응원하러 구장을 찾고, 그곳에서 S기업 계열사의 햄버거를 사서 먹는다. 이처럼 김 씨의 일상은 S기업으로 시작해 S기업으로 끝난다.

김 씨의 소비 패턴은 최근 유통업계에 부는 ‘온오프라인 통합’ 바람을 이해할 수 있는 전형적인 사례다. 개인 일상이 하나의 브랜드로 점철되는 삶, 모든 기업이 바라는 바다. 신세계그룹 역시 이를 실현하고자 일찌감치 소비자 편의 향상에 나서 고객 충성도를 높이고 있다. 이름 하여 ‘신세계 유니버스’ 구축이다. 소비자가 온오프라인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신세계 안에서 모든 쇼핑을 해결하는 것. 먹고, 자고, 보고, 사고, 즐기는 데서 다른 선택지를 떠올리지 않고 신세계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신세계 세상’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신세계그룹은 디지털·온라인 역량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2022년은 디지털로 온전하게 피보팅(pivoting: 사업 방향 전환)하는 원년”이 될 것임을 선언했다. 디지털 전환을 위한 준비와 계획은 이미 마쳤고, 이제 ‘오프라인도 잘하는 온라인 회사’가 될 것이라고 천명한 셈이다.

디지털 피보팅은 “고객의 변화를 이기는 사업은 있을 수 없다”는 명제 아래 전 세계 기업들이 사업 분야와 종류를 막론하고 내세우는 캐치프레이즈다. 이번에 정 부회장이 강조한 디지털 피보팅은 신세계그룹이 지닌 오프라인 역량과 자산을 축으로 삼아 또 다른 축인 디지털 기반의 미래 사업을 준비하고 만들어가는 것을 뜻한다.

SSG머니, 스마일캐시 포인트 전환 가능

신세계그룹은 4월 27일 SSG닷컴과 지마켓글로벌 통합 멤버십 서비스 ‘스마일클럽’을 발표했다. [사진 제공 · 신세계그룹]

신세계그룹은 4월 27일 SSG닷컴과 지마켓글로벌 통합 멤버십 서비스 ‘스마일클럽’을 발표했다. [사진 제공 · 신세계그룹]

지난해 신세계그룹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것도 하나의 온오프라인 통합으로 평가받는다. 당시 신세계, 롯데, SK텔레콤 등은 네이버와 쿠팡이 e커머스 시장을 선점한 상황에서 ‘빅(Big) 3’ 중 남은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사활을 걸었다. 최종 승자는 신세계그룹으로, 이베이코리아(현 지마켓글로벌) 지분 80.01%를 3조5591억 원에 인수했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같은 해 4월 W컨셉을 2650억 원에 인수하는 등 지난 한 해에만 전자상거래 기업 인수합병(M&A)에 4조 원가량을 투자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후 신세계그룹은 ‘완성형 e커머스 모델’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대표 장보기몰 SSG닷컴과 패션에 특화된 W컨셉,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에 강점을 둔 G마켓, 옥션 등이 모여 시너지 효과가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실제로 신세계그룹은 지마켓글로벌을 통해 2100만 고객, 300만 유료 멤버십 회원, 14만 셀러, 1000여 명의 IT(정보기술) 전문가를 확보하는 등 압축 성장을 일궜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후 업계 관심은 양사의 통합 방식에 쏠렸다. 특히 소비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멤버십 서비스 변화였는데, 4월 27일 SSG닷컴과 지마켓글로벌은 양사의 통합 멤버십 서비스를 발표했다. 이는 그동안 신세계그룹이 강조해온 ‘온오프라인 에코시스템’ 구축의 첫 단추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통합 멤버십은 SSG닷컴과 지마켓글로벌이 운영하는 G마켓, 옥션에서 각각 무료배송과 상품 할인·포인트 적립을 받을 수 있으며, 플랫폼 특성에 맞는 추가 혜택을 제공한다. 통합 멤버십 이름은 이베이코리아가 2017년 한국 e커머스업계 최초로 출시한 유료 멤버십 서비스인 ‘스마일클럽’으로 유지했다. 300만이 넘는 충성도 높은 고객을 기반으로 신세계그룹의 유통 역량까지 합치면 상승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통합 멤버십은 크게 ‘공통혜택’과 플랫폼별 ‘전용혜택’으로 나뉜다. 공통혜택은 SSG닷컴과 지마켓글로벌 중 어느 플랫폼에 가입하든지 이용할 수 있다. SSG닷컴에서는 쓱배송과 새벽배송 등 장보기 상품을 구매할 때 가격의 5%가 포인트로 적립되고, 장보기 상품을 제외한 모든 상품을 구매할 때는 10% 할인쿠폰 1장, 5% 할인쿠폰 3장이 매달 지급된다. 지마켓글로벌은 G마켓·옥션 스마일배송 이용 횟수와 상관없이 무료배송을 자동 적용하고, G마켓·옥션에서 최대 12% 할인이 가능한 쿠폰 4장을 매달 지급한다. 여기에 △스타벅스 음료 구매 시 월 2회 사이즈 업 △멤버십 고객 대상 스타벅스 e-프리퀀시 굿즈 단독 판매 등 혜택이 모든 회원에게 제공된다.

전용혜택은 가입 플랫폼에 따라 차이가 있다. SSG닷컴은 ‘온라인 장보기’ 이용에, 지마켓글로벌은 즉각적인 가입 혜택에 무게를 뒀다. SSG닷컴으로 가입할 경우에는 위에 언급한 공통혜택 외에 한 달 멤버십 이용료 3900원을 내면 장보기 무료배송 쿠폰 1장과 10% 상품 할인쿠폰 1장을 발급해준다. 장보기 상품을 제외한 모든 카테고리에서 최대 1만 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어, 무료배송 혜택까지 포함하면 최소 1만 원 이상 혜택을 매달 받는 셈이다.
지마켓글로벌은 기존 스마일클럽 고객이 가장 선호하는 페이백 혜택을 유지한다. G마켓과 옥션을 통해 가입하는 고객에게 연간 3만 원 이용료를 내면 상품 결제 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스마일캐시’ 3만5000원을 즉시 지급해준다.

아시아 최고 수준 물류센터 ‘네오(NE.O)’

경기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SSG닷컴 물류센터 ‘네오001’. [사진 제공 · 신세계그룹]

경기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SSG닷컴 물류센터 ‘네오001’. [사진 제공 · 신세계그룹]

이번 통합 멤버십 출시를 기점으로 ‘SSG머니’와 ‘스마일캐시’ 간 포인트 전환도 가능해졌다. SSG닷컴과 지마켓글로벌은 SSG머니와 스마일캐시를 일대일로 교환하는 기능을 각 플랫폼에 추가해 G마켓과 옥션에서 쓰는 스마일캐시를 신세계그룹 온오프라인 채널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동시에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적립한 SSG머니를 스마일캐시로도 전환할 수 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통합 멤버십은 SSG닷컴과 지마켓글로벌 간 시너지 효과를 본격화하기 위한 첫 신호탄으로, 이를 통해 소비자는 입체적인 ‘멀티채널’ 쇼핑을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그룹의 미래 사업 중심축이 온라인과 디지털로 대전환된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오프라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신세계그룹은 다른 e커머스 기업들이 갖지 못한 막강한 오프라인 자산을 보유해 온오프라인 통합의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스타벅스 등 오프라인 핵심 채널의 다양한 콘텐츠와 자산을 유기적으로 연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이마트는 기존 점포 내 공간을 SSG닷컴의 배송기지 PP(Picking&Packing)센터로 활용해 매장 면적이 줄었음에도 지난해 이마트와 SSG닷컴 실적이 모두 크게 늘었다. 또한 신세계그룹은 통합 멤버십 서비스에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채널 혜택도 단계적으로 추가할 예정이다. 연말까지 온오프라인 채널 혜택을 폭넓게 추가해 기존에 없던 ‘확장형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e커머스 사업 성공 요소로 가장 중요하게 꼽히는 것이 바로 배송과 물류다. 고객이 주문한 물건을 누가 가장 빠르고 안전하게 배송하는가에 사업 성패가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SSG닷컴은 사업 초기부터 ‘온라인 장보기(식품배송)’ 서비스를 선보여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차세대 온라인스토어(NExt generation Online store)의 머리글자를 조합한 ‘네오(NE.O)’는 SSG닷컴의 심장과도 같은 곳이다.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최첨단 물류시설로 평가받는다.

2014년 경기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에 처음 선보인 ‘네오001’은 SSG닷컴이 추구하는 배송 혁신이 집약된 상징적인 곳이다. 네오에서는 주문 받아 배송을 처리하는 과정의 80%가 자동화 설비에 의해 이뤄진다. 상품이 작업자를 찾아오는 ‘GTP(Goods To Person) 시스템’, 구매 빈도가 높은 상품 선별에 최적화된 ‘DPS(Digital Picking System)’, 신선·냉장·냉동 상품을 낮은 온도로 일정하게 유지하는 ‘콜드체인 시스템(Cold-Chain System)’ 등이 대표 설비다. 중앙관제시스템(Emartmall Center Management System·ECMS)을 통해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적시에 배송할 수 있도록 물류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SSG닷컴은 패션, 뷰티, 잡화, 생활용품 등 비식품 부문 경쟁력을 확대하고자 별도의 물류센터도 세우고 있다. 현재 외부 택배업체를 통해 운영 중인 비식품 배송 물량을 새로운 물류센터로 옮겨 온라인 주문 바로 다음 날 배송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온오프 통합으로 ‘록인’ 효과 극대화

최근 유통업계의 화두 중 하나는 ‘록인(Lock-In)’이다.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전략인데, 같은 맥락에서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1월 SK 와이번스 야구단을 1352억 원에 인수해 ‘SSG 랜더스’를 출범했다. 또한 8월에는 대전신세계 Art & Science(아트 앤드 사이언스)를 오픈하며 중부권에 새로운 랜드마크를 선보였다. 고객의 시간과 공간을 점유하려는 전략의 일환이었다. 고객이 야구장에서 4~5시간 머물며 노브랜드 버거와 스타벅스를 즐기도록 하고, 지역마다 랜드마크 백화점을 세워 지역 필수 명소로 만드는 것이다. 현재 신세계그룹은 경기 수원, 인천 청라, 경남 창원 등에 스타필드 신규 매장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또 4조 원 이상이 투입될 예정인 화성국제테마파크와 수천억 원 예산이 들어갈 돔구장 등 장기적으로 오프라인에서 고객과 접점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온라인 시장이 크게 늘어난 만큼 유통업체들의 온라인 체질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기존 오프라인 형태의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면서 온오프라인의 유기적 결합이 이뤄진다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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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339호 (p22~24)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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