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39

2022.05.13

尹 대통령 취임사, 칸트 ‘영구평화론’·프리드먼 ‘선택할 자유’ 영감

자유 35차례 언급… 평화·자유·국제사회 연대 유기성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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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2-05-1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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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5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마당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동아DB]

    윤석열 대통령이 5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마당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동아DB]

    윤석열 대통령이 좋아하는 두 학자가 있다.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과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다. 두 사람은 학창 시절 ‘이것저것’ 두루 공부했다던 윤 대통령이 특히 꽂힌 사상가다.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는 1979년 윤 대통령이 서울대 법대에 입학하자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를 선물했다. 이 책은 윤 대통령의 ‘최애’ 책으로 꼽힌다. 윤 대통령의 친구들은 그가 대학 시절 “칸트에 빠져 있었다”고 말한다. 이 때문일까. ‘대학생 윤석열’에 큰 영향을 끼친 두 사상가의 흔적은 윤 대통령 취임사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개인의 자유 역설 프리드먼과 상통

    “저는 이 나라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고,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나라로 만들어야 하는 시대적 소명을 갖고 오늘 이 자리에 섰습니다.”

    윤 대통령이 5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밝힌 취임사의 일부다. 이날의 화두는 ‘자유’였다. 3033자 분량의 취임사에서 자유는 35번 등장했다. 시민·국민(15번), 세계(13번), 평화(12번), 국제(9번), 민주주의·위기(8번) 등의 단어도 빈번히 언급됐지만 자유가 다른 것들을 압도했다.

    자유에 대한 강조는 윤 대통령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이각범 KAIST 명예교수와 이재호 전 한국출판문화진흥원장이 이끈 취임사위원회가 25분 분량의 취임사 초안을 만들었다. 윤 대통령이 이후 초안을 직접 다듬었는데, 이 과정에서 분량이 절반가량 줄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연설문을 고치면서 주변에 “자유가 자유를 키운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프리드먼과 칸트의 자유에 대한 시각과도 일정 부분 맞닿아 있다.

    프리드먼은 자유경쟁원리와 화폐정책을 중시하는 미국 시카고학파를 대표하는 경제학자다. 그는 1968년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문제를 남들보다 앞서 지적하고 해명해 명성을 얻었다. 소비이론과 경기안정화 정책의 복잡성에 대한 논증 등을 펼쳐 1976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1963년 ‘선택할 자유’를 출간하며 대중성도 인정받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면 자유로운 정치적 권리, 자유로운 시장이 숨 쉬고 있던 곳은 언제나 번영과 풍요가 꽃피었다. 번영과 풍요, 경제적 성장은 바로 자유의 확대”라고 말했다. 자유가 풍요에 도움이 되고, 풍요는 다시 자유를 증진시킨다는 것이다.

    미국 시카고대에서 프리드먼과 함께 수학한 김인철 성균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윤 대통령의 취임사 내용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와 흐름이 같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인간에게 마땅히 주어지는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자유를 강조한 부분이 특히 그렇다”며 “프리드먼은 개인에게 자유가 주어져야 개인적 행복과 번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봤다. 세계의 존속 역시 마찬가지다”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2019년 검찰총장 취임 당시에도 취임사에서 “검찰이 형사 법집행을 하는 데 우선적 가치는 공정한 경쟁 질서 확립”이라는 내용을 강조한 바 있다. 당시 대검찰청은 윤 총장의 취임사에 대해 “윤 총장은 특히 시카고학파인 프리드먼과 오스트리아학파인 루트비히 폰 미제스의 사상에 깊이 공감하고 있고, 자유시장경제와 형사 법집행의 문제에 관해 고민해왔다”고 설명했다.

    칸트 사용한 ‘세계 시민’ 강조

    취임사에는 칸트 철학도 담겼다. ‘세계 시민의 호명’ ‘자유와 평화의 관계’에 대한 설명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신용락 변호사는 “(윤 대통령은 대학생 시절) 철학과 사회과학, 역사를 공부하고는 칸트 철학에 심취했었다”고 말한 바 있다. 독일 철학자 칸트는 비판철학의 창시자로 불린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화자를 국민과 세계 시민으로 세분했다. 그는 국민을 15번, 세계 시민을 7번 말했다. 전임 대통령들이 국민만을 대상으로 취임사를 펼친 것과는 대비된다. 세계 시민은 칸트가 주로 사용하는 용어다. 백종현 서울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세계 시민은 국가 구성원으로서 국민을 넘어서는 개념이다. ‘국제법을 준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시민’을 의미한다. 국가 간 공존을 전제로 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 역시 취임식에서 국제 공조를 강조했다. 그는 “국제적으로도 기아와 빈곤, 공권력과 군사력에 의한 불법행위로 개인 자유가 침해되고 자유 시민으로서의 존엄한 삶이 유지되지 않는다면 모든 세계 시민이 자유 시민으로서 연대해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 공조의 목표는 ‘평화’다. 평화가 중요한 이유 역시 자유와 맞닿아 있다.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는 평화를 만들어내고, 평화는 자유를 지켜준다. 그리고 평화는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존중하는 국제사회와의 연대에 의해 보장된다”고 말했다. 자유와 평화가 선순환하며, 국제 공조를 통해 둘에 대한 부당한 침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칸트 철학에도 유사한 내용이 있다. 칸트는 저서 ‘영구평화론’에서 “오직 전쟁 제거만을 의도한 국가의 연합 상태가 국가의 자유와 일치하는 유일한 법적 상태”라고 정의했다. 백 교수는 칸트 철학에서 자유와 평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말한다. 백 교수는 “칸트 철학에서 자유라는 개념은 기본적으로 인간이 가진 의지와 능력이다. 자유로운 개인이 모여 자율성을 갖춘 국가, 즉 공화국을 형성하고, 이 같은 국가들이 국제 관계를 형성할 때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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