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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화이트, 공식 데뷔한 ‘쿨톤’ 김건희 여사의 TPO 전략

일만 잘하면 된다고? 정치인 스타일링이 중요한 이유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블랙&화이트, 공식 데뷔한 ‘쿨톤’ 김건희 여사의 TPO 전략

5월 10일 국립서울현충원에 블랙 정장을 입고 등장한 김건희 여사는 신라호텔에서 열린 외빈 초청 만찬에는 광택이 있는 베이지 컬러 원피스 차림으로 참석했다. [동아DB, 사진 제공 · 대통령실]

5월 10일 국립서울현충원에 블랙 정장을 입고 등장한 김건희 여사는 신라호텔에서 열린 외빈 초청 만찬에는 광택이 있는 베이지 컬러 원피스 차림으로 참석했다. [동아DB, 사진 제공 · 대통령실]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등판할 때마다 화제다. 어쩌면 대통령보다 더.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이야기다. 그가 올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글, 바뀐 헤어스타일, 입고 나온 옷, 가방, 신발 등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마치 톱 연예인을 향한 그것을 보는 듯하다.

5월 10일은 20대 대통령 취임식 날이었다. 역대 영부인의 취임식 스타일을 분석하는 기사를 준비하던 중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김건희 패션’이라고 검색했더니 ‘김건희 슬리퍼’라는 이름을 단 물건이 잔뜩 쏟아졌다. 얼마 전 ‘독자 제공’이라며 나온 사진에서 김 여사가 신고 있던 슬리퍼와 같은 브랜드 또는 비슷한 디자인의 제품이었다. 업자들이 이런 네이밍을 하는 이유는 화제가 되고, 검색량도 많으며, 그렇게 했을 때 팔리기 때문이다. 기자가 찾은 ‘김건희 슬리퍼’에는 산책하거나 주방에서 조리할 때 쓰기 편하다는 설명도 붙어 있었다.

지금까지 이런 영부인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한쪽에서는 엄청나게 욕을 하지만 한쪽에서는 워너비를 자처하며 팬심을 숨기지 않는다. 그랬기에 그의 ‘공식석상 등판일’이던 취임식에 많은 이의 관심이 쏠린 것도 당연하다. 이날 김 여사의 선택은 ‘굿 초이스’였을까, 아니면 ‘노 굿’이었을까. 오랜 기간 정치인, 대선 후보,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이미지 컨설팅을 담당한 전문가들로부터 김 여사의 TPO(time·시간, place·장소, occasion·상황) 전략 평가와 앞으로 스타일링에 대한 제언을 들었다.

젊은 커리어우먼 영부인

5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김건희 여사. [동아DB]

5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김건희 여사. [동아DB]

일단 이전 영부인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김 여사는 첫 1970년대생 영부인으로 젊다. 또 집안 살림을 하며 내조하는 배우자가 아닌, 자기 직업이 있는 배우자다.

정연아 이미지테크 대표는 “김 여사는 다른 영부인들과 세대 차이가 난다는 점을 깔고 가야 한다. 이렇게 젊은 영부인은 육영수 여사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전 영부인들이 취임식에 한복을 많이 입은 것과 달리 정장을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지금 또래에게는 한복이 구세대 이미지를 줄 수 있다. 나이에 맞게 입은 것”이라며 “집에서 살림만 한 사람이 아닌 커리어우먼 이미지를 강조한 복장”이라고 설명했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LAB&PSPA의 박영실 박사 역시 “그전까지 영부인들은 취임식에서 한복을 입었는데 양장을 입기 시작한 건 김정숙 여사 때부터다. 현대적 느낌의 커리어우먼이고 전문직을 가진 영부인이라 양장을 선택한 건 예상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취임식 전부터 김 여사가 밝은 컬러의 정장을 입고 나오리라 예측한 윤혜미 이미지평론가는 “예상대로 밝은 톤 정장을 입었다. 헤어스타일은 우아함과 심플함을 살린 단발로, 기존 영부인들이 하던 볼륨을 가득 넣은 가체 같은 스타일에서 벗어났다”고 평했다.

김 여사는 5월 10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했을 때는 블랙 치마 정장을,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서는 리본이 포인트인 화이트 코트 드레스를 입었다. 현장으로 가는 동안 국회 정문에서 180m가량을 걸으며 시민들과 악수하고 사진도 찍었다. 행사 내내 대통령의 몇 걸음 뒤에서 걷던 그는 전면에 나서지 않고 조용히 곁을 지켰다.

이날 저녁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외빈 초청 만찬에 참석한 김 여사는 광택이 있는 베이지 원피스를 입었다. 한때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날 김 여사가 입은 옷들이 500만 원 넘는 명품 브랜드 제품이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으나, 모두 국내 업체에 의뢰해 제작하고 자비로 구매한 옷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는 전반적으로 블랙 앤드 화이트 패션을 고수했다. 이는 그가 평소 SNS에 일상 사진을 올리거나 코바나컨텐츠 대표로 인터뷰를 할 때도 즐겨 입은 컬러들이다.

정 대표는 “김 여사는 퍼스널 컬러로 따지자면 ‘겨울 여자’다. 쿨톤이라 블랙과 화이트는 최선의 조합이다. 앞으로도 블랙과 화이트 컬러를 공식석상에서 입는 일이 잦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취임식 패션을 두고는 “패션 자체는 트렌디하고, 남성 연미복처럼 매니시한 느낌에 구두 컬러를 맞춘 것까지는 좋았지만 전체적으로 리본이 너무 강조돼 과한 느낌이 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윤 평론가는 “현충원에서는 턱시도 스타일의 블랙 재킷에 언밸런스한 스커트, 심플한 목걸이 연출로, 다리가 길고 허리가 짧은 몸선을 강조하면서도 우아한 스타일을 유지했다”며 “취임식에서는 롱 수직 시크 재킷으로 턱시도 느낌을 살려 격식 있는 자리에 맞게 허리 리본을 강조함으로써 화사함과 우아함을 함께 잡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눈에 잘 보이는 귀걸이나 반지 대신 눈에 띄지 않는 목걸이와 팔찌로 스타일링을 마무리했다”고 덧붙였다.

박 박사는 “항상 하이넥을 입다 목이 훤하게 보이는 라운드넥을 입었는데, 숨김없이 모든 걸 보여주겠다는 의도로, 남성 정치인이 중요한 자리에 참석할 때 이마를 드러내는 것과 비슷한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반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부분이 자유, 인권, 공정, 연대 등의 가치인데 영부인 패션에 그 나름 이를 반영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하얀색은 청렴결백의 이미지가 있고, 글로벌 정치에서 퍼스트레이디가 흰색을 입는 건 참정권을 의미하기도 한다. 국민과 함께 가겠다는 메시지를 주고자 화이트 컬러의 깔끔하고 단정한 룩을 선보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7년 19대 문재인 대통령 취임식 당시 김정숙 여사도 흰색 원피스와 재킷을 착용했다.

이날 김 여사의 메이크업은 다소 진한 느낌이었다는 평이 많다. 정 대표는 “눈 화장이 다소 진했다. 좀 더 내추럴하게 했더라면 화이트 계열 의상과 조화를 이루고 우아한 영부인 이미지에도 더 잘 맞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박 박사는 “화장이 상대적으로 진하긴 했지만 취임식은 카메라가 많고 오는 이도 많다. 룩 자체에 액세서리가 많지 않아 화장으로 포인트를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부인은 한 나라의 브랜드

과거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대통령과 영부인들의 모습. 왼쪽부터 김정숙 여사, 박근혜 전 대통령, 김윤옥 여사, 권양숙 여사. 박 전 대통령은 미혼이라 본인의 취임식 사진을 넣었다. [뉴스1, 뉴시스, 동아DB]

과거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대통령과 영부인들의 모습. 왼쪽부터 김정숙 여사, 박근혜 전 대통령, 김윤옥 여사, 권양숙 여사. 박 전 대통령은 미혼이라 본인의 취임식 사진을 넣었다. [뉴스1, 뉴시스, 동아DB]

“일만 잘하면 됐지 옷이 무슨 상관일까”라고 넘기는 것은 정치판에서 이미지의 중요성을 모르고 하는 소리일 수 있다. 안일하게 생각했다 이미지 정치에서 밀려 정치적 손실을 본 사례도 적잖다. 여기에 더해 김 여사가 과거보다 스타일링에 신경 써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대통령과 영부인은 나라의 브랜드 자체라는 점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미셸 오바마나 케이트 미들턴, 카를라 브루니처럼 퍼스트레이디들이 패션을 통해 주효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고 더 나아가 자국 패션산업을 부흥한 사례가 여럿 있다.

정 대표는 “취임식 때 팔자로 걷던데, 팔자걸음은 우아함이 떨어지니 교정이 필요해 보인다. 이제 기업 대표가 아니라 영부인이다. 영부인은 나라의 브랜드 자체이기도 하다. 앞으로 패션과 행동에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평론가는 “이번 취임식에서 로라 부시의 올 화이트 컬러를 활용했고, 미셸 오바마와 질 바이든의 롱 블레이저 스타일 재킷을 착용했다. 패션에 감각적이고, 유색 인종 디자이너의 의상을 선택해 동서양 화합이라는 메시지를 브랜드 선택과 착용으로 전하던 미셸 오바마의 패션 정치가 김 여사의 브랜딩에 모범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김 여사는 행사를 많이 해 TPO에 강한 편이다. 저렴한 아이템과 고급 아이템의 믹스매치가 뛰어나다. 향후 김 여사의 공식·비공식 행사 패션은 대중에게 많은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박사는 “미셸 오바마는 자국 패션 브랜드를 세계에 알린 일등공신이다. 세계인이 몰랐던 자국 브랜드를 전 세계에 알린 미셸 오바마처럼 김 여사도 국제적인 교류 행사에 참석할 때 잘 알려지지 않은 국내 패션 브랜드를 선택해 알리는 패션 정치를 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1339호 (p34~37)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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