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05

2021.09.03

느리지만 착실하게 돈이 모였다, 적금보다 100만 배 빨랐다

목표 수익률 10%! ‘나’에게 주식통장은 복리이자 적금

  • 헬로마녀 월재연 슈퍼루키

    입력2021-09-0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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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금을 붓듯 꾸준히 주식을 사 모으고 있다. [GETTYIMAGES]

    적금을 붓듯 꾸준히 주식을 사 모으고 있다. [GETTYIMAGES]

    돈 없던 시절 애 안고 일거리를 찾다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별의별 기법을 다 따라 해봤지만 종국에는 열심히 쌓은 수익을 다 까먹곤 했다. 장이 안 좋은 해엔 언제 해먹었는지 원금이 까져 있을 때도 있었다.

    밖에서 일해 돈을 벌자니 어린 나이에 덜컥 낳기부터 한 딸이 걸렸다. “낳았으면 잘 키워야지”라는 육아서 한 구절이 가슴을 난도질해댔다. 주식으로 끝을 보리라, 주식으로 연봉을 벌리라. 모질게 마음먹고 온갖 책을 다 읽어내렸다. 그렇게 주식이 인생의 일부가 됐다.

    “옛날에는 10% 고금리 적금이 많아 또박또박 저축만 하면 재테크가 절로 됐다”는 말을 듣고, 주식투자 목표 수익률을 10%로 정했다. 목돈 따위는 없으니 다음 달에 주식 살 돈을 모으고자 1200원 할인하는 고기를 집어 들고 나면 1200원을 증권 계좌에 넣었다. 그렇게 푼돈을 돼지저금통에 넣듯 모아 모아서 주식을 샀다.

    주식과 인생의 공통점

    주식과 인생의 단점이라면 지금부터 상승장 시작할게요, 하락장 시작할게요 하는 정확한 기준도, 시그널도 없다는 것이다. 이게 참으로 사람을 미치고 팔짝 뛰게 한다. 상승장이라고 시드 머니를 늘려 달려들라치면 최고점에 물려 상투를 잡는다. 그렇다고 하락장에 바닥을 확인할 때까지 몸을 사리고 있으면 저점을 잡지 못해 수익금이 아쉽다. 아예 시기를 놓칠 때도 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 하락장 무서워 주식투자 못 할 거면 수익 볼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한다. 상승장이고, 하락장이고 다 떠나 꾸준히 투자하기로 했다. 매일 주식을 사 차곡차곡 수익을 쌓아나갔다. 더 큰 수익, 더 큰 기회가 있다는 걸 누가 모를까. 잃는 게 무서워 더 큰 것만 보지 않고 딱 내 계좌의 수익만 잘 챙겨 적금 넣듯 목돈을 만들어나갔다. 중간 중간 수익금은 보너스, 복리는 옵션. 남들이 시속 100㎞로 가든 말든 나는 내가 운전할 속도를 정해놓고 그대로 달려나갔다.



    나중에서야 내 투자법에 ‘적금 주식’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방식으로 주식을 하고 나서부터 느리지만 착실하게 돈이 모였다. 적금보다 100만 배 빨랐다는 건 확실하다. 처음 온 가족이 함께 떠나는 여행을 위해 1년간 매달 10만 원씩 수익을 모으기로 했다. 8개월 만에 120만 원을 모았고, 추가로 40만 원을 더 모았다.

    덕분에 비수기에 호텔 업그레이드를 빵빵하게 해 첫 여행을 럭셔리하게 즐겼다. 집 살 돈도 적금 주식으로 모았다. 운이 좋아 2018년 초 집값이 오르기 시작할 때 첫 집을 마련했다. 그때까지 죽어라 빚 갚고 돈 모으면서 적금 주식에서 나오는 복리 이자를 차곡차곡 쌓았다. 그렇게 모은 목돈으로 좋은 시기에 집을 샀다.

    적금 주식 습관이 완전히 자리 잡은 뒤에는 목돈 들어갈 일이 생기면 증권 계좌부터 마련했다. 집 살 돈, 차 살 돈, 아이 교육비 등으로 이름을 딱 붙여놓고 생활하며 절약한 돈, 푼돈을 모아 매일 주식을 매수했고, 수익이 나면 매도해 이익을 챙겼다. 원금이 커지면 원하던 목표를 위해 썼다. 내게 주식통장은 복리 이자를 주는 적금통장이다.

    주식투자를 10년 가까이 하다 보니 시드 머니가 클수록 좋다는 걸 알았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마음고생하며 하루에 1만5000원, 3만 원씩 저축하듯 주식을 매수해 10% 수익을 내 봤자 매번 수익은 수만 원대. 그것보다야 5000만 원으로 슬쩍 굴리면 수십, 수백만 원이 떨어지는데 시드 머니가 커야 좋은 걸 누가 모를까.

    다만 나는 돈이 없었다. 주식투자 초기에는 빚이 있었고 주식을 좀 할 만한 돈이 모이니 집 문제가 급했다. 집 문제가 해결되니 아이가 커 좀 더 괜찮은 집으로 업그레이드가 필요했다. 그래서 증권 계좌에는 늘 푼돈만 있었다.

    오늘 아낀 몇천 원, 오늘 할인받은 돈, 아이 간식 사라고 받은 용돈을 모아 주식을 샀다. 열심히 모은 돈을 수백, 수천만 원으로 불리면 돈 달라는 구멍에 꾹꾹 밀어넣었다. 그렇게 근근이 주식 인생을 이어왔는데 돌이켜보니 월세 받고 벤츠 타며 신축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의 준말)에 사는 31세 아줌마가 바로 나였다.

    “10% 이자를 주는 적금통장에 꼬박꼬박 저축만 하면 그게 재테크였어!”라는 어르신 말씀이 틀린 게 하나도 없다. 연 10%가 아니라 연간 모을 수 있는 돈의 10%만큼만 수익을 만들어 쌓기. 이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걸 해내면 돈이 모인다.

    목돈 들어갈 일이 생기면 증권 계좌부터 마련했다. [사진 제공 · 헬로마녀]

    목돈 들어갈 일이 생기면 증권 계좌부터 마련했다. [사진 제공 · 헬로마녀]

    눈 돌아가지 않고 절제하는 법

    주식투자를 하다 보니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절제’다. 어떻게 수익을 내느냐보다 어떻게 멈추냐는 질문을 더 많이 받았다. 주식으로 돈 버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게 굉장히 흔한 말인 이유도 절제가 어려워서가 아닐까. 내 주식투자에는 틀이 있다. 주식을 고르면 꾸준히 매수한다. 그리고 목표 수익률이 되면 무조건 판다!

    목표 수익률은 때마다 다르다. 처음 시작할 때는 무작정 10%였다. 지금은 기준이 10%이고 장이 좋을 때, 나쁠 때, 종목 등에 따라 변동해 적용한다. 목표 수익률이 높든 낮든 기준에 도달하면 무조건 판다. 팔아서 실현해야만 내 돈이다. 이게 내 원칙이다. 그래서 내 투자 원칙에는 ‘(시장이) 줄 때 먹어라’가 있다.

    브레이크 없는 차는 언젠가 사고가 난다.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손절 라인을 잡듯 주식 시나리오에 반드시 마무리를 지을 ‘목표 매도가’ 혹은 ‘목표 수익률’이 필요하다.

    수익은 실현하지 않으면 내 돈이 아니다. 그렇다고 단타를 좋아하느냐면 그건 또 아니다. 그저 나는 정해놓은 수익에 도달할 때까지 매일 사고, 도달하자마자 팔 뿐이다. 그래서 주식 하나를 보유하면 길게는 몇 달, 짧게는 하루 이틀 보유한다.

    주식투자를 시작한 건 생활고 때문이지만 더 자세히 말하자면 ‘애 낳았더니 받아주는 회사가 없고, 애 맡길 곳도 마땅치 않아서’다. 지금이야 긴급보육 서비스가 있고 사회적 인식도 달라졌지만, 예전에는 정말 애 낳은 엄마는 갈 곳이 없었다. 사업을 벌였다 쫄딱 망했을 때 어렵사리 취직한 직장을 바로 그만둔 이유는 딸아이의 어린이집 1주일 방학 때문이었다. 일은 해야 하는데 일하는 동안 아이를 맡길 곳이 없었다.

    아이 낳길 권하는 사회에서 의심 없이 24세에 출산했더니 사회가 날 ‘왕따’시켰다. 아이 키우는 데는 돈이 너무 많이 들었다. 돈은 필요한데 돈 벌 데가 없던 시절 애 끌어안고 돈 나올 구석은 오직 주식뿐이었다. 더울 때 에어컨 밑에서, 8시 39분 등교해 12시에 하교하는 1학년 아이의 ‘헬’ 시간표와 무시무시한 한 달 방학에도 돈을 벌 수 있는 수단, 주식. 눈앞에 아른거리는 돈다발 신기루를 내려놓고 내 손에 닿는 돈만 딱딱 챙기며 아이를 잘 키우는 게 내가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목표다. 그러기 위해 오늘도 주식창을 켠다.

    ※70만 가입자를 보유한 네이버 카페 ‘월급쟁이 재테크 연구’(월재연) 필진이 재테크 꿀팁을 전한다. 헬로마녀는 월급쟁이 재테크 연구 카페 슈퍼루키이자 ‘헬로마녀의 적금주식 투자법’ 저자다.

    *포털에서 ‘투벤저스’를 검색해 포스트를 팔로잉하시면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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