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50

2020.07.31

[현장 르포] 인천 수돗물 유충 사태 2주, "시청 발표 못믿겠다"

14층 아파트 중 11개 층에 생수통 배달,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 못지않은 불신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입력2020-07-29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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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서구, 부평구 지역 수돗물에서 잇달아 벌레 유충이 발견되자 시민들은 먹고 씻는 데 생수를 사용하고 있다. [뉴시스]

    인천 서구, 부평구 지역 수돗물에서 잇달아 벌레 유충이 발견되자 시민들은 먹고 씻는 데 생수를 사용하고 있다. [뉴시스]

    인천지역 일대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이 나온 지 2주가 됐지만 주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처음 유충이 발견된 인천 서구에서는 믿고 마실 수 있는 물을 구하려는 이른바 ‘생수 전쟁’이 벌어졌다. 서구 대형할인점과 편의점의 생수 판매량은 전월 대비 60%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서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50대 김모 씨는 “원래 500mL짜리 작은 페트병 생수가 주로 팔렸는데 최근에는 그보다 큰 대용량 생수를 원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생수요? 엄청나게 늘었죠. 체감으로는 지난번 ‘빨간 물’ 사태 수준이네요.”

    7월 27일 오전 인천 서구 한 아파트에서 만난 택배기사는 “생수 배달량이 이전보다 많이 늘었느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지난해 5월 인천 서구 등에서 붉은 수돗물이 나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유충 사태 이후 생수 주문이 계속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오전 14층 아파트 한 동을 둘러본 결과 3개 층을 제외한 모든 층 현관 앞에 페트병 생수 묶음이 배달돼 있었다. 48개 묶음 생수를 주문한 집도 세 곳이나 됐다.

    불티나게 팔리는 생수

    유충 파문이 시작된 지 2주가 됐지만 인천 주민들은 여전히 수돗물을 맘대로 쓰지 못하는 상황이다. 인천시는 깔따구 유충이 나온 수돗물에 대해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음용은 자제하라”고 공지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유충 발견이 줄고 있다는 인천시의 발표에도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이 여전하고 생수와 기타 정수 제품 판매량도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이다.

    인천시는 7월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간 국립생물자원관에 검사를 의뢰한 유충 추정 물질 26개 가운데 5개만 깔따구 유충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5개는 공촌정수장 수계권역에서 나왔고, 부평정수장 등 다른 수계권역에선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유충 누적 발견 건수는 7월 27일 현재 총 257건으로 늘었다.



    인천 서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 씨는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로 인천지역 매출이 말이 아니었다”며 “그때 이후로 업장들이 수전 대부분에 필터를 설치했는데 이번에 뉴스를 보고 다시 생수를 주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 중에는 200~300개씩 주문하는 경우도 많다”며 “이번 유충 파문으로 외식하려는 사람이 줄어들 텐데 언제까지 지속될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서구 한 아파트 주민인 30대 주부 전모 씨는 “수돗물을 걸러서 마시는 정수기를 써왔는데, 유충 파문 이후 다시 생수를 사서 마시고 있다”며 “성인은 필터에 물을 걸러 받아놓고 쓰더라도 아이들은 혹시 씻다 피부 질환에라도 걸릴까 봐 대용량 생수를 잔뜩 주문했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들도 “아이들 샤워에 필요한 물을 생수로 쓰게 하며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당국 조치에도 주민불안 여전

    환경부는 유충이 발견된 정수장들의 활성탄지를 교체, 세척했으며 오존 주입률을 높이는 등 사태 수습에 들어갔다. 급수관과 배수관에 남아 있는 유충을 배출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보는 것이다. 인천시도 수돗물 유충이 발견된 인천지역 정수장을 밀폐형으로 바꾸는 등 고도정수처리시설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돗물 유충 피해가 발생한 공촌정수장과 부평정수장 수계의 노후 수도관도 2025년까지 바꾼다는 계획이다.

    구자용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대한상하수도학회장)는 “정수장을 밀폐형으로 바꾸면 일단 외부에서 유입되는 유충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문제가 인천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발생하지 않도록 전반적인 관리와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최근 10년 사이 전국적으로 상수도 종사 인력의 40%가 감소했다”며 “정수 처리 고도화에 따라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운영과 관리를 맡아야 하는데 그런 인력이 부족한 것도 수돗물 유충 파문을 키운 원인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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