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45

2020.06.26

넘쳐나는 폐마스크, “에너지로 재활용” 목소리 커져

시멘트 공장에서 ‘완전 연소’하면 환경오염 막고 석탄 사용 줄일 수 있어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20-06-19 09:5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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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구에 사는 맞벌이 주부 이모(42) 씨는 요즘 ‘마스크 쓰레기’ 때문에 고민이 많다. 남편과 초등학생 두 자녀까지 포함해 그의 집에서 나오는 폐 마스크는 하루 4장. 이씨는 “환경부 지침에 따라 사용한 마스크를 쓰레기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면서도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며 “병원은 제외하더라도 각 가정에서 나오는 폐마스크는 재활용 방안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피력했다.

    의류수거함 같은 ‘마스크수거함’ 도입한다면

    마스크용 부직포의 주원료는 생수병 뚜껑과 같은 폴리프로필렌이다.

    마스크용 부직포의 주원료는 생수병 뚜껑과 같은 폴리프로필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면서 폐마스크가 급증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따르면 국내에서 일주일에 판매되는 공적 마스크만 해도 4000만 장. 환경부의 ‘재활용 분리배출 가이드라인’에 따라 각 가정에서 나오는 폐마스크는 일반 생활폐기물로 분류돼 쓰레기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려야 한다. 다만 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배출된 폐마스크는 의료폐기물로 별도 처리된다. 각 가정에서 나온 폐마스크는 매립 또는 소각되며, 의료폐기물로 분류된 폐마스크는 전량 소각된다. 

    폐마스크는 자연 상태에서 썩어 분해되기까지 수백 년이 걸린다. 소각할 경우에는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이 배출된다. 마스크 주재료인 멜트블론(MB) 부직포를 주로 폴리프로필렌(PP)으로 만들기 때문. 

    PP는 일회용 용기, 생수병 뚜껑, 섬유, 테이프, 자동차 부품 등 우리 일상에서 널리 쓰이는 플라스틱으로, 이 가운데 일회용 용기나 생수병 뚜껑은 재활용 대상이다. 이들 PP 제품은 재활용 쓰레기로 수집·운송된 뒤 선별→파쇄→분쇄→성형 과정을 거쳐 주로 팰릿(pallet·공장이나 물류센터에서 물건을 적재할 때 쓰는 깔판)이나 하수관 파이프로 만들어진다. 폐PP로 만든 플라스틱 팰릿은 가격이 저렴하고 내구성이 뛰어나 목재 팰릿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그렇다면 일회용 용기와 마찬가지로 PP가 주원료인 폐마스크를 팰릿 또는 하수관 파이프로 재활용하거나 다시 부직포로 만들 수는 없을까. 업계 관계자들은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문제는 경제성과 소비자 인식”이라고 말한다. 



    폐마스크의 부직포는 열을 가해 녹여 PP 수지로 되돌릴 수 있다. 재생 PP 수지로 다시 부직포 원단을 만들어 마스크를 제작할 수도 있다. 하지만 폐마스크를 따로 한데 모으기가 쉽지 않다. 또 마스크 재료에는 부직포 외에도 철사(콧등 지지대), 고무줄(마스크 끈)도 포함돼 있어 이를 분리해야 재생이 가능하다. 이승구 한국섬유공학회 회장(충남대 유기재료공학과 교수)은 “폐마스크만 따로 수거하고 부직포 외 재료를 분리하는 작업에는 인건비가 상당히 많이 든다. 또 마스크는 위생과 밀접한 관련 있는 제품이라 재생 부직포로 만든 마스크를 일반인이 선호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회석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이사장은 “의류 수거함같이 마스크수거함을 별도로 만들고, 각 가정에서 철사와 고무줄을 떼어내 수거함에 배출하는 등 폐마스크 수거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는 노력을 함께 기울인다면 폐마스크 재활용은 불가능한 얘기가 아니다”라면서 “결국 마스크 쓰레기 문제 해결은 기술이 아닌 사회적 공감대를 얼마만큼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완전연소 뒤 이산화탄소와 질소만 배출

    한 시멘트 공장의 내부. [한국시멘트협회 홈페이지]

    한 시멘트 공장의 내부. [한국시멘트협회 홈페이지]

    이러한 비용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환경에 유해하지 않게 폐마스크를 처리하는 방법으로 페마스크를 시멘트 공장 에너지 연료로 사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시멘트 공장은 유연탄을 주된 연료로 사용하면서 폐타이어를 보조연료로 활용한다. 시멘트 공장의 킬른(Kiln·소성로)은 시멘트 원료인 돌을 녹여내기 위해 1450도 고열에서 연료를 태우기 때문에 폐타이어라 하더라도 이를 완전 연소시키면 유해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 이창기 한국시멘트협회 부회장은 “시멘트 공장이 폐타이어를 연료로 사용한 지가 30년 가까이 됐다”며 “처음에는 돈을 받고 폐타이어를 처리해주다 지금은 t당 4만~5만 원을 주고 폐타이어를 사온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폐타이어가 t당 100달러 안팎을 오가는 석탄보다 저렴한 데다 열효율도 높다”며 “현재는 국내 폐타이어가 부족해 동남아 등 해외에서 폐타이어를 수입해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폐타이어와 마찬가지로 폐플라스틱도 시멘트 공장의 킬른에서 완전 연소시킬 수 있다. 실제 시멘트 공장에서는 폐플라스틱을 연료로 일부 활용하고 있다. 강태진 서울대 재료공학부 명예교수는 “화합물을 700~800도에서 불완전 연소하면 발암물질 같은 유해물질이 배출되지만, 1450도에서 완전연소하면 모든 화합물이 자연 상태로 되돌아간다”며 “폐플라스틱을 완전 연소하면 이산화탄소와 질소만 배출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국 소각장은 700~800도에서 폐플라스틱을 불완전 연소시키기 때문에 시멘트 공장에서 폐플라스틱을 태워 없애는 것이 환경에 더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폐플라스틱을 킬른에서 태울 때 걸림돌이 되는 것은 염분. 일회용 용기 등에 묻은 음식물쓰레기 속 염분이 킬른을 부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음식물과 접촉할 일이 거의 없는 폐마스크는 장점을 갖는다. 강 교수는 “시멘트 공장에서 소비하는 전체 연료 가운데 폐타이어와 폐플라스틱의 비중은 독일이 65%인 데 반해 한국은 20%에 불과하다”며 “각 가정에서 음식물 찌꺼기를 씻어낸 뒤 플라스틱을 배출한다면 더 많은 양의 폐플라스틱을 연료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마스크는 다른 플라스틱 제품에 비해 얇고 가볍지만, 거의 모든 국민이 매일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거 및 재활용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부직포 PP의 열효율 등을 연구해 매립 또는 불완전 소각보다 환경에 더 유익한 해결책을 찾아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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