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수거함 같은 ‘마스크수거함’ 도입한다면

마스크용 부직포의 주원료는 생수병 뚜껑과 같은 폴리프로필렌이다.
폐마스크는 자연 상태에서 썩어 분해되기까지 수백 년이 걸린다. 소각할 경우에는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이 배출된다. 마스크 주재료인 멜트블론(MB) 부직포를 주로 폴리프로필렌(PP)으로 만들기 때문.
PP는 일회용 용기, 생수병 뚜껑, 섬유, 테이프, 자동차 부품 등 우리 일상에서 널리 쓰이는 플라스틱으로, 이 가운데 일회용 용기나 생수병 뚜껑은 재활용 대상이다. 이들 PP 제품은 재활용 쓰레기로 수집·운송된 뒤 선별→파쇄→분쇄→성형 과정을 거쳐 주로 팰릿(pallet·공장이나 물류센터에서 물건을 적재할 때 쓰는 깔판)이나 하수관 파이프로 만들어진다. 폐PP로 만든 플라스틱 팰릿은 가격이 저렴하고 내구성이 뛰어나 목재 팰릿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그렇다면 일회용 용기와 마찬가지로 PP가 주원료인 폐마스크를 팰릿 또는 하수관 파이프로 재활용하거나 다시 부직포로 만들 수는 없을까. 업계 관계자들은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문제는 경제성과 소비자 인식”이라고 말한다.
폐마스크의 부직포는 열을 가해 녹여 PP 수지로 되돌릴 수 있다. 재생 PP 수지로 다시 부직포 원단을 만들어 마스크를 제작할 수도 있다. 하지만 폐마스크를 따로 한데 모으기가 쉽지 않다. 또 마스크 재료에는 부직포 외에도 철사(콧등 지지대), 고무줄(마스크 끈)도 포함돼 있어 이를 분리해야 재생이 가능하다. 이승구 한국섬유공학회 회장(충남대 유기재료공학과 교수)은 “폐마스크만 따로 수거하고 부직포 외 재료를 분리하는 작업에는 인건비가 상당히 많이 든다. 또 마스크는 위생과 밀접한 관련 있는 제품이라 재생 부직포로 만든 마스크를 일반인이 선호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회석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이사장은 “의류 수거함같이 마스크수거함을 별도로 만들고, 각 가정에서 철사와 고무줄을 떼어내 수거함에 배출하는 등 폐마스크 수거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는 노력을 함께 기울인다면 폐마스크 재활용은 불가능한 얘기가 아니다”라면서 “결국 마스크 쓰레기 문제 해결은 기술이 아닌 사회적 공감대를 얼마만큼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완전연소 뒤 이산화탄소와 질소만 배출
![한 시멘트 공장의 내부. [한국시멘트협회 홈페이지]](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5e/ec/0b/b6/5eec0bb6073ad2738de6.jpg)
한 시멘트 공장의 내부. [한국시멘트협회 홈페이지]
폐타이어와 마찬가지로 폐플라스틱도 시멘트 공장의 킬른에서 완전 연소시킬 수 있다. 실제 시멘트 공장에서는 폐플라스틱을 연료로 일부 활용하고 있다. 강태진 서울대 재료공학부 명예교수는 “화합물을 700~800도에서 불완전 연소하면 발암물질 같은 유해물질이 배출되지만, 1450도에서 완전연소하면 모든 화합물이 자연 상태로 되돌아간다”며 “폐플라스틱을 완전 연소하면 이산화탄소와 질소만 배출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국 소각장은 700~800도에서 폐플라스틱을 불완전 연소시키기 때문에 시멘트 공장에서 폐플라스틱을 태워 없애는 것이 환경에 더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폐플라스틱을 킬른에서 태울 때 걸림돌이 되는 것은 염분. 일회용 용기 등에 묻은 음식물쓰레기 속 염분이 킬른을 부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음식물과 접촉할 일이 거의 없는 폐마스크는 장점을 갖는다. 강 교수는 “시멘트 공장에서 소비하는 전체 연료 가운데 폐타이어와 폐플라스틱의 비중은 독일이 65%인 데 반해 한국은 20%에 불과하다”며 “각 가정에서 음식물 찌꺼기를 씻어낸 뒤 플라스틱을 배출한다면 더 많은 양의 폐플라스틱을 연료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마스크는 다른 플라스틱 제품에 비해 얇고 가볍지만, 거의 모든 국민이 매일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거 및 재활용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부직포 PP의 열효율 등을 연구해 매립 또는 불완전 소각보다 환경에 더 유익한 해결책을 찾아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