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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부동산 거품도 터질 판

1000조 원 넘는 부동자금에도 ‘돈맥경화’ 뚜렷, 금융회사가 투자할 수 있게 해야

  •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brainkim75@hansung.ac.kr

코로나에 부동산 거품도 터질 판

지난해 말 국내 부동자금은 1000조 원을 돌파했다. [GETTYIMAGES]

지난해 말 국내 부동자금은 1000조 원을 돌파했다. [GETTYIMAGES]

최근 하나은행이 딱 사흘간 판매한 최고 연 5.01% 적금상품에 많은 고객이 몰렸다. 가입 가능 최대액이 월 30만 원이라 1년 만기 후 세후 이자는 8만2650원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132만 명이 몰려 가입액이 3666억 원에 달할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대체 그 많은 돈은 어디서 왔을까. 

2018년 1월부터 서울에 부동산 광풍이 불면서 2020년 1월 현재 서울 및 인근 지역 주택가격은 대부분 1.5~2배 상승했다. 월급으로는 내 집 마련하기가 도저히 어려울 정도로 집값은 올랐고, 전세가 역시 상승세라 ‘월급 모아’ 월세에서 전세로 전환하는 것조차 힘들게 됐다. 서울은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집값 상승세가 잠시 주춤하지만, 정부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최근에는 그간 부동산 광풍에서 소외됐던 경기지역 주택가격이 급상승하고 있다. 정부가 추가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풍선 효과가 핵심 타깃 주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시중에 늘어난 통화량, 유동성 함정 구간에 머물러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이유는 단기 유동성자금 또는 부동자금, 그리고 대출금 때문이다. 부동자금이란 높은 수익률을 찾아 시장에 유동하고 있는 투기적 자금을 의미한다. 즉 일정한 자산으로 투기적 이익을 얻고자 시장을 떠다니는 대기성 자금이다. 보통 현금과 현금성 자산이 이에 해당한다. 국내 부동자금은 지난해 11월 말 1003조 원으로 1000조 원을 돌파한 데 이어 연말에는 1037조8500억 원까지 늘어났다. 이를 살펴보면 수시입출금식 저축성 예금은 비중이 크고 증가하는 추세이고, 현금통화와 요구불예금 역시 증가 추세다. 머니마켓펀드(MMF)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자금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을 보자. 2015년 6월 22.3%로 고점을 찍은 후 하락세를 이어오다 지난해 2월 반등하기 시작해 연말 8.7% 증가했다. 이러한 부동자금 증가율은 계속 커지고 있는 추세다(그래프 참조). 

부동자금을 포함하는 광의통화인 M2도 증가하고 있다. 다만 M2를 본원통화로 나눈 통화승수는 지난해 말 약 15.3배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는 은행에서 민간으로 유통되는 통화량이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더해 화폐유통속도(명목GDP÷M2)도 2000년 0.94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8년 말 0.72로 역대 최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즉 통화량은 증가했지만 이것이 국내총생산(GDP) 증가로 연결되진 않는 것이다. 



이러한 수치는 한국 경제가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상태에 있음을 보여준다. 시중에 늘어난 통화량이 소비와 투자에 기여하지 못하는 유동성 함정 구간에 있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금리보다 약간 높은 상품이 출시되거나, 어떤 시장 또는 자산 수익률이 다른 시장 또는 자산 수익률보다 높으면 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벌어진다. 하나은행의 연 5.01% 적금상품이 전자, 부동산 광풍이 후자 사례다. 최근 사모펀드 사고가 적잖은데, 사모펀드 수익률이 높다고 광고하면 금세 돈이 몰리는 이유도 같다. 

버블이 터지거나 불완전 판매 등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기업이나 개인의 눈물로 바로 연결되므로 무척 우려스럽다.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 속도는 일본의 1980년대와 비교해도 매우 빠른 편이다. 투기 요인이 과다해 실물시장으로 연결될 개연성이 크다. 따라서 필자는 부동산 버블이 터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정부가 이에 대한 경착륙 또는 연착륙을 결정해야 할 시기가 온 것으로 보인다.

기술 투자 목적 금산분리의 ‘제한적 완화’ 필요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이 투자 기반 기술금융으로 이동한다면 부동자금을 일부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GETTYIMAGES]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이 투자 기반 기술금융으로 이동한다면 부동자금을 일부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GETTYIMAGES]

부동자금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금융시장에서 가장 큰 ‘칼’이자 다른 자산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는 금리를 고려해볼 수 있다. 통화정책의 파급 경로는 △금리 경로 △자산가격 경로 △환율 경로 △기대 경로 △신용 경로 △위험선호 경로 등이 있다. 

현재 금리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금리를 인상하면 시장의 유동성을 흡수할 수 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하면 신용 경로 중 은행대출 경로를 통해 ‘다른 뇌관’인 기업부채와 가계부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자산가격 경로를 통해 부동산 가격을 낮출 수 있다. 현재와 같이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하기란 쉽지 않다. 글로벌 경기와 국내 경기가 회복되는 국면에서 금리 인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자금이 실물시장인 생산이나 투자로 흘러가게 하는 방안이 가장 좋다. 그중 신용창출기관의 역할을 고민해봐야 한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은 실물경제와 화폐시장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유럽과 일본의 정책금리, 시장금리는 마이너스다. 마이너스 금리를 통해 대출을 늘리고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금리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투자가 증가하기보다 경기 전망이 불확실해지기 때문에 오히려 기업의 투자가 감소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금융기관 처지에서도 미래가 불확실한 기업에 대출하는 것보다 안전한 국채에 투자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 된다. 하지만 금융기관이 부동산이나 채권을 기반으로 한 담보대출을 늘리는 것은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따라서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은 투자 기반 기술금융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미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금융회사들은 기존 영업방식을 유지하면서 신기술이 있는 곳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금융기관이 아닌 정부가 투자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향후 금융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신기술에 투자하고, 부동자금이 이를 따라온다면 일부 부동자금이 실물과 연결되면서 부동자금 일부를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제도적으로 가능케 하려면 신기술을 가진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 제한적이나마 금산분리를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 주요국과 같이 인수합병(M&A) 방식으로 금융기관이 투자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또한 새로운 상품 개발도 필요하다. 금융권이 신상품을 왕성하게 출시해 시중 부동자금이 실물로 흐르도록 할 필요가 있다. 금융당국의 감독 기능이 제대로 작동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러한 노력이 경주되지 않는다면 부동자금은 우리 경제에 큰 충격을 가져올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주간동아 1228호 (p42~44)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brainkim75@hans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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