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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부르는 ‘당일배송’ 도심 홍역 치르는 뉴욕의 사례

드넓은 미국도 총알배송 몸살…교통체증, 대기오염, 안전사고 문제 속출

  • 황지영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 jiyoung.hwang.retail@gmail.com

화를 부르는 ‘당일배송’ 도심 홍역 치르는 뉴욕의 사례

미국 뉴욕의 아마존 프라임 회원이 주문한 택배 상자들. [AP=뉴시스]

미국 뉴욕의 아마존 프라임 회원이 주문한 택배 상자들. [AP=뉴시스]

당일배송(Same Day Delivery). 미국에서는 너무나 매력적인 용어다. 한국보다 98배 넓은 나라다 보니 온라인으로 상품을 주문하면 3~5일은 기본이고 일주일을 넘기는 경우도 적잖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미국 국민의 3분의 1에 달하는 1억 명의 프라임 멤버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연 119달러(약 14만5000원)를 내더라도 누리고 싶은 혜택, 즉 ‘2일 무료 배송’ 덕분이다.

뉴욕 도심 택배, 하루에 무려 150만 개

아마존은 여기서 더 나아가 최근 1만여 개 도시에서 35달러(약 4만2600원) 이상 구매하는 프라임 멤버에게는 ‘무료 당일배송’, 그리고 아마존이 인수한 홀푸드마켓(Whoe Foods Market) 인근에 거주하거나 신선식품 배달 서비스인 ‘아마존 프레시(Amazon Fresh)’가 가능한 지역에 한해 ‘2시간 배송’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아마존에 자극받은 월마트도 지난해 ‘당일 또는 (일부 지역에서만) 3시간 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30달러 이상 구매할 경우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배송비는 건당 9.95달러(1만2100원)다. 연회비 98달러를 내면 배송비가 무료다. 

이러한 빠른 배송의 목적은 단연 편의성이다. 온라인으로 주문한 물건을 몇 시간 안에, 주문한 그날, 혹은 이틀 안에 배송해줘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제 ‘라스트마일(last mile·상품이 물류센터를 떠나 소비자에게 도달하는 짧은 거리)’ 배송을 넘어 더 정교한 배송 서비스, ‘마이크로 풀필먼트(micro-fulfillment)’가 리테일 업체의 생존에 중요한 요소가 됐다. 단 한 개의 상품도 꼼꼼하고 세심하게 포장해 최대한 빨리 배송하는 서비스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소비 경험을 잠깐 돌아보자. 필자의 경험을 공유하자면, 미국 메이시스 백화점에서 밥그릇 4개를 주문했는데 며칠 뒤 집에 배송된 상자는 거의 무릎 높이인 데다 상자 안은 각종 완충재로 가득 차 있었다. 한국에서의 경험도 비슷했다. 미처 장을 보지 못한 어느 날, 잠들기 전 마켓컬리에서 애호박 1개와 당근 2개를 주문했다. 다음 날 문 앞에 놓인 큰 스티로폼 상자를 열자 애호박과 당근이 예쁘게 놓여 있었다. 그리고 많은 완충재들(마켓컬리가 전면 종이상자로 교체하기 전 경험담이다). 그리고 뉴스 검색을 통해 새벽배송이 편리해 즐겨 이용하지만 과대 포장으로 죄책감을 느낀다는 소비자의 소감을 전하는 기사를 여러 건 찾아볼 수 있었다. 식료품을 온라인으로 주문해 반나절 만에 배송 받는 것은 분명 편리한 서비스지만 ‘지구에 미안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러한 마이크로 풀필먼트 서비스의 이면은 소비자 개개인이 느끼는 찜찜함(?)에 그치지 않는다. 당일배송이 급속도로 늘면서 우리가 사는 도시가 몸살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의 경우 그 악영향이 명백하게 드러난다. 뉴욕은 미 전역에서 택배배송이 가장 많이 이뤄지는 지역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뉴욕 도심에 하루에 배달되는 상자는 무려 150만 개에 달한다. 매일 택배배송을 받는 가구 비율도 15%나 된다. 1000가구가 모여 사는 아파트라면 150가구에 매일 빠짐없이 택배상자가 배달되는 것이다. 



이는 2000년대 초반에 비해 3배 늘어난 수치다. 미국 통계국(Census Bureau)에 따르면 2019년 1분기 전체 상품 구입 중 10%가 온라인에서 이뤄졌는데, 10년 전에는 4%에 불과했다. 이렇게 많아진 배송은 아마존, UPS, 페덱스 등 글로벌 업체와 소규모 배송회사가 나눠 처리한다.

배송트럭의 불법주차로 뉴욕주 벌금 수입 늘어

미국 ‘뉴욕타임스’는 최근 뉴욕 도심에 하루 배달되는 택배 상자가 150만 개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미국 ‘뉴욕타임스’는 최근 뉴욕 도심에 하루 배달되는 택배 상자가 150만 개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급격히 늘어난 상품 배송은 크게 두 가지 문제를 야기했다. 첫째, 교통체증이다. 이미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는 우버와 리프트 같은 공유차량 서비스로 교통문제가 심각한 상태인데, 여기에 더해 배송트럭이 증가해 교통체증이 더 심각해졌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 외곽에서 도심으로 들어오는 배송트럭이 조지워싱턴다리에 몰려 이 다리는 미국 전역에서 교통체증이 가장 심한 곳으로 등극했다. 도로에서 배송트럭을 보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도심지역의 당일배송 등이 급격히 늘면서 교통체증이 몇 배 더 늘어 지역주민이 심각함을 체감할 정도가 된 것이다. 또한 도심 내에 배송 거점으로 이용할 물류창고가 늘고 교통체증이 심각해지자 심지어 선박을 이용해 빠른 배송을 하는 경우까지 생겨났다. 

둘째, 도시 안전과 오염이다. 맨해튼에서는 거리에 트럭을 주차해놓고 상품을 배송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배송트럭이 공공의 장소인 거리를 임시 하차장으로 삼아 수십 개 상자를 내려놓고 분류한 뒤 각 가정에 배달한다. 이렇게 임시 주차된 트럭은 견인될 때도 잦은데, 그러면 바로 다른 트럭이 그 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배송트럭이 넘쳐난다. 심지어 맨해튼을 걷다 보면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는 아마존 로고가 박힌 상자가 길거리에 쌓여있는 모습을 자주 마주치곤 한다. 불편함은 물론 안전사고도 왕왕 발생하고 있다. 배송트럭이 뱉어내는 대기오염도 무시할 수 없다. 

역설적이게도 불법주차 단속에 걸린 트럭이 많아지면서 뉴욕 주정부의 벌금으로 인한 소득은 늘어났다. 뉴욕주가 2018년 거둬들인 주차위반 과벌금은 2700만 달러(약 330억 원)인데, 이는 2013년 2100만 달러에 비해 34%나 늘어난 금액이다. 

미국 경제매체 ‘패스트 컴퍼니’에 따르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같은 유럽의 작은 도시는 대형 물류업체가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하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도심 내 탄소가스 배출 기준을 상대적으로 더 엄격하게 정해 트럭이 도심에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 이에 대형 물류업체는 도심 외곽에서 도심 진입이 가능한 작은 업체에 배송 물량을 배분하고, 이들이 각 가정으로 배송한다. 영국 런던에서의 배송은 특히 어렵다. 주차 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불법주차 벌금이 워낙 커 배송으로 버는 돈보다 벌금이 더 많을 정도라고 한다. 이에 대형 물류회사는 런던과 가까운 외곽에서 물품을 배분, 자전거 등을 활용해 런던 도심으로 배송하기도 한다.

암스테르담과 런던이 내놓은 대안

아마존은 뉴욕 도심에서 전기자전거를 활용한 택배 배송을 시범운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아마존]

아마존은 뉴욕 도심에서 전기자전거를 활용한 택배 배송을 시범운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아마존]

이러한 대안적 노력은 어떤 면에서 효율적일 수 있다. 대형 트럭이 직접 도심을 돌아다니지 않고 작은 승합차 등이 그 역할을 대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암스테르담의 경우처럼 지역정부의 적극적 개입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모든 도시가 이렇게 하기는 쉽지 않다. 지역주민의 안전과 건강한 삶의 영위라는 측면 외에도 리테일러와 물류업체의 입장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도심 외곽 중 어느 지점을 배송트럭의 상·하차 및 물품 재분배 장소로 정할 것인지도 관건이다. 뉴욕 도심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가 수집한 데이터를 종합해 적절한 지점을 정하는 것이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또는 우버 같은 공유차량 업체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우버나 리프트는 서비스 특성상 사람들의 이동에 관한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우버가 뉴욕 주정부에 데이터를 공유해줬고, 그 대가로 뉴욕 주정부는 우버 사업의 일부를 유연하게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으로 각 가정으로 택배를 배송하는 대신 택배물품을 안전하게 집결시키는 지점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된다. 뉴욕이나 필라델피아에서 지인들의 아파트를 방문했을 때, 아파트 1층 로비 혹은 독립적인 공간에 주민이 주문한 택배물품을 한데 모아놓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주민이 자신의 택배를 알아 찾아가는 모습이 신선했다. 편의성과 안전을 둘 다 잡은 방안으로 보였다. 

리테일 업계의 노력도 필요하다. 배송 건수를 줄이는 것은 어렵겠지만, 포장재와 분량을 줄이는 방법으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감축시키는 것은 가능하다. 아마존은 이미 2008년부터 편리한 패키징(Frustration-Free Packaging) 프로그램이라는, 지속가능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아마존에 따르면 100% 재활용 가능한 소재를 사용하고, 뜯기 쉽게 포장재를 디자인함으로써 최근 10년간 배송 관련 쓰레기를 25% 줄였다고 한다. 이는 665t, 10억 개 상자에 해당한다. 한편 아마존은 자사 사이트 내 판매자가 아마존 기준에 맞지 않는 포장재를 사용할 경우 주문 건당 1.99달러(약 2420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정책을 고려 중이다. 

한국 GS리테일의 온라인마켓 GS프레쉬도 2019년 2월부터 100%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상자를 이용한 새벽배송을 개시했다. 같은 해 5월 온라인 푸드마켓 헬로네이처는 총 3단계에 걸쳐 스티로폼과 비닐을 없앤 ‘새벽배송 라이트(Lite)’를 출시했다. 새벽배송 선두주자인 마켓컬리 역시 상자를 비롯한 포장재 전부를 종이 재질로 바꿨다. 환경부도 배송으로 인한 환경 피해를 줄이고자 유통 포장재 사용 감량 지침 마련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렇게 리테일 업체의 자구적 노력이 늘어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온라인 시대,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대형 물류회사 페덱스의 배송 트럭(왼쪽)과 아마존이 최근 개시한 2시간 신선식품 배달 서비스를 안내하는 표지판. [AP=뉴시스]

대형 물류회사 페덱스의 배송 트럭(왼쪽)과 아마존이 최근 개시한 2시간 신선식품 배달 서비스를 안내하는 표지판. [AP=뉴시스]

소비를 둘러싼 사회적 변화의 기저에는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즉 소비행동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도 온라인·모바일 쇼핑이 증가하는 추세와 맞물려 ‘극강의’ 편의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가 늘면서 택배배송이 급증했다. 물류업계에 따르면 2019년 택배 물량은 28억 개에 달한다고 한다. 인당 연간 54개, 한 달에 4.5개의 택배 주문을 한 셈이다. 이는 2015년(18억 개) 대비 64.2% 늘어난 수치다. 

사실 자유주의 시장경제에서 빠른 배송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결과가 개인 차원을 넘어 지역사회의 문제로까지 커지는 경우에는 지역정부, 업체, 그리고 소비자가 조금씩 노력을 하며 협력해야 한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단시간에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 하더라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각자 자리에서 더욱 신중하게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이것이 온라인이 대세가 돼가는 과정에서 우리 삶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1228호 (p38~41)

황지영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 jiyoung.hwang.retai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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