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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미답의 경희궁자이에서 이낙연-황교안 혈투 개시

이낙연은 민심 얻기 행보로 수성 전략, 황교안은 민심 저격 공약으로 판 뒤집을 기세

  •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미답의 경희궁자이에서 이낙연-황교안 혈투 개시

4·15 총선에서 종로구에 출마하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좌)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우)가 2월 18일 종로구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4·15 총선에서 종로구에 출마하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좌)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우)가 2월 18일 종로구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21대 총선의 핵심 격전지가 종로구라면, 종로구의 핵심 격전지는 교남동 경희궁자이아파트단지다. 2500여 가구의 경희궁자이는 2017년 입주를 개시, 아직 본격적으로 정치색을 드러낸 적이 없다. 표심(票心)이 명확하지 않은 부동층이 상당수인 30,40대가 주요 주민이기 때문에 이들의 선택에 따라 ‘종로의 승자’가 정해질 수도 있다. 이에 종로구에서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이곳 주민을 향해 각종 민심 얻기 행보를 펼치고 있다.

“이낙연 인기가 높았는데, 황교안이 치고 올라갔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2월 18일 경희궁자이에서 총선 1호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2월 18일 경희궁자이에서 총선 1호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먼저 손을 뻗은 후보자는 이낙연 전 총리. 이 전 총리는 종로 출마를 선언하면서 경희궁자이에 30평대 전셋집을 구해 지난 2일 이사를 마쳤다. 황 대표는 경희궁자이 주민의 숙원사업을 1호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이 전 총리의 ‘이사 전략’을 맞받아쳤다. 황 대표는 서초구 잠원동에서 종로구 혜화동으로 이사할 예정이다.

황 대표의 1호 공약은 ‘단지 내 초등학교 신설’. 황 대표는 18일 경희궁자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곳에 사는 400여 명의 초등학생이 넓은 도로를 건너야 하고 도보로 10~15분 걸리는 초등학교에 다녀 학부모 걱정이 큰데, 이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대신중·고등학교 존치 역시 추진하겠다”고도 말했다. 사직로를 사이에 두고 경희궁자이와 마주보고 있는 동신중·고는 현재 동작구로의 이전이 검토되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인근 중·고교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며 학교 이전을 반대한다.

황 대표의 공약은 경희궁자이의 민심을 정조준했다고 평가받는다. 아파트단지 도로변 곳곳에는 ‘대신고 이전 결사반대’ 등 플래카드가 입주민 일동 명의로 걸려있다. ‘강남 개발 다했으니 종로 학교 제자리에’ 등 종로에서 강남으로 옮겨간 학교를 되찾아오라는 요구도 있다.

서울 종로구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2월 18일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주민만남행사에서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종로구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2월 18일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주민만남행사에서 인사하고 있다. [뉴스1]

김민용 경희궁자이 2단지 대표회장은 “학교 부족 문제를 해소하지 않아 젊은 주민이 많이 이탈하는 추세다. 특히 2단지 주민의 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의 수가 27개에 달해 기네스북에 등재해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다. 마땅한 학교가 없어 이사 오기 전에 다니던 학교에 자녀를 계속 보내는 주민도 많다”고 전했다.



경희궁자이 주민인 최모(33·여) 씨는 “특히 남자중학교가 없어 딸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는 여자 어린이가 대부분”이라며 “황교안 대표가 주민의 숙원을 해소하는 공약을 제시해 인기가 올라갔다”고 말했다. 송씨는 “경희궁자이 입주민이 모인 인터넷 카페 분위기를 보면 이 전 총리의 인기가 더 높았는데, 황 대표의 공약 발표 이후 두 후보가 대결 구도를 형성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낙연 측, “스팸 전화일 수도”

경희궁자이 주민들의 학교 관련 요구사항이 담긴 플래카드. [최진렬 기자]

경희궁자이 주민들의 학교 관련 요구사항이 담긴 플래카드. [최진렬 기자]

‘경희궁자이 전투’와 관련한 해프닝도 벌어졌다. 황 대표의 공약 발표 기자회견 다음 날인 19일 저녁 7시에 열리는 입주자대표회의에 이 전 총리가 참석하기로 했다가 취소된 것. 입주자대표회의 측 관계자는 “이 전 총리의 보좌진이며 경희궁자이에 거주한다고 소개한 모 인사가 ‘19일 회의에 이 전 총리가 인사차 들를 것’이라고 전해서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회의 전에 (이 전 총리에게) 선약이 있다며 약속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인사는 자신이 일정을 잘못 안 탓에 이 전 총리가 다른 곳으로 간다고도 했다”며 “추후 다시 한 번 일정을 잡기로 했다”고도 말했다. 민심 동요가 심한 시기에 일어난 미묘한 해프닝이었다.
이에 대해 이 전 총리 측은 “선거 캠프 내에서 해당 사안을 확인할 수 없었다”며 “입주자대표회의 측에 누군가가 스팸 전화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신설 현안에 대해서는 “경희궁자이의 학교 문제에 대해 관심 있게 보고 있으며, 관련 공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구 15만 명의 종로구는 민주당과 미래통합당 텃밭이 혼재돼 있다. 동쪽의 창신동과 숭인동이 민주당 색이 강하다면, 북쪽의 평창동은 선거 때마다 보수 성향을 나타냈다. 교남동은 18대 총선에서는 박진 한나라당, 19대와 20대 때는 정세균 민주당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그리고 19대 대선에서 교남동 주민의 40%가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21%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선택했다. 종로구 전체에서 문재인 후보의 득표율은 41%로 교남동 민심과 거의 일치했다. 그러나 경희궁자이 준공으로 교남동 주민의 구성이 상당히 달라진 현재는 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누구도 ‘교남동은 내 편’이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교남동이 지지율이 검증되지 않은 지역이지만, 소득 수준이나 주민 분포로 볼 때 황 대표의 우위를 점치는 전문가가 많다. 하지만 이 전 총리에 대한 높은 인물 선호도 때문에 박빙의 승부차를 예상하는 관측도 적지 않다. 경희궁자이가 종로구의 표심을 대표하지 않기에 황 대표가 경희궁자이에서 압승하지 않는 한 이 전 총리가 심혈을 기울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간동아 1228호 (p7~9)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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